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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홀로 국제선을 탄 첫 프랑스여행
 아내가 홀로 국제선을 탄 첫 프랑스여행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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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내가 2주간의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금촌의 공항버스 정류소까지 마중 나가는 것으로 '그리웠다'는 말을 대신했습니다.
 
남편 없이 혼자 국제선을 탄 일은 처음이라 아내는 몹시 걱정스러워했지만 저의 확신처럼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온 것입니다.
 
한국 음식이 간절했을 아내를 위해 귀갓길 국숫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파리에서 이틀을 보내고 남부로 떠날 때 비가 올 날씨였어요. 프랑스 남부는 어찌나 하늘이 맑든지. 하늘과 바다가 모두 토파즈 보석이었어요. 파리로 돌아오자 하늘이 맑아져 있었지만 센 강물이 엄청 불어나 있었어요. 주리와 함께 남부의 햇살을 만끽하는 동안, 파리는 홍수로 범람의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네요."

 
홍수가 났지만 자신이 가는 곳은 모두 맑았던 날씨에 감사해했습니다.
 
"미라보 다리의 조각상 허벅지가 물에 잠길 정도여서 유람선 운행도 중단되고 박물관도 문을 닫았어요. 귀국 하루 전날 저녁에 루브르박물관의 티켓이 오픈 된다는 소식을 듣고 주리가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관람 마치고 바로 비행기를 탔어요."
 
우버 택시가 얼마나 편리하고 기사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에어비앤비의 숙소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파리의 소매치기가 얼마나 악명 높은지, 철도파업 탓에 버스로 파리로 뒤돌아 오느라 남부에서의 1박을 취소했어야 한 일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딸이 살고 있는 방이 옛날 부잣집 4층 지붕 바로 아래 하녀 방이라 얼마나 좁은지...
 
프랑스에서 지낸 14일간을 모두 얘기하려면 14일 너머 필요할 듯 싶었습니다.
 
아내의 모험담 덕분에 소문난 막국수집의 국수가 소문 날 만 했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2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리자 가방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바퀴가 고장 나서 새 가방을 하나 샀어요."
 
그제야 찬찬히 아내를 보니 좀 더 길어진 머리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아내가 가방을 풀어 짐을 정리했습니다.
 
가방 속에서 나온 것은 나를 위해 샀다는 책 2권, 방문지의 지도와 입장권 몇 장, 박물관 가이드북과 프로방스 지방의 엽서 3장이었습니다.

놀라울 만큼 저의 여행가방과 닮아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여행의 발자국을 기억할 지도와 그 방문지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책 외에는 귀국 가방에 담지 않는 것이 제가 오랫동안 지켜온 습성이었습니다.
 
아내도 무의식중에 닮아버린 것입니다.
 
가방에서 나온 두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작은 사진 두 점이었습니다.

아내가 길거리의 사진가에게 산 사진. 빛과 그림자
 아내가 길거리의 사진가에게 산 사진. 빛과 그림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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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길거리의 사진가에게 산 사진. 두마리의 새
 아내가 길거리의 사진가에게 산 사진. 두마리의 새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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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에게 직접 산 거예요. 두 사진이 당신과 나의 모습 같아서..."
"빨래와 새의 모습, 무엇이 우리란 말이오?"

"줄에 걸린 흰 천과 그 아래의 그림자는 당신이 빛을 받는 천으로, 나는 그 천이 따가운 빛을 막아준 편안한 그림자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앉은 새와 나는 새는?"
"당신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홀로 살아내야 하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프랑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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