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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10명 중 7명이 교직 기간 중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교직 사회의 성희롱·성폭력 발생 이유로 여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인식과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유흥 문화, 관리자들의 방조 등을 꼽아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 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학부모, 지역주민에 의한 집단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여교사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응답 여교사의 70.7%에 달하는 1245명이 술 따르기 및 마시기 강요,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 신체적 접촉, 언어 성희롱 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교사들은 이 같은 교직 사회 성희롱 및 성폭력 발생 배경의 원인으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인식(36.9%)'과 '일상적 유흥문화의 연장선(35.1%)', '학교장 등 관리자들의 방조 및 부추김(15.2%)' 등으로 꼽아 한국사회의 낮은 성 평등 의식이 학교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 여기고, 여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봐"

 전교조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전교조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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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인식은 서술형 응답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남성을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문화는 학교에서도 나타난다, 교권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폭언, 폭력의 대상이 여교사일 때가 많다', '여성을 상품화 하는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교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라는 말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응답자들은 또, '회식 자리 음주 문화 개선', '교사 복무 이외의 사적인 회식 금지', '학운위 등 학부모 단체와 회식 금지' 등을 적어, 학교 내 유흥 문화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족적 분위기'를 앞세워 교사들을 업무 이외의 행사, 모임 등에 참석하게 하는 행위, '사건이 드러나면 안 된다'며 무조건 쉬쉬하는 관리자의 행태 등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여교사들은 학부모, 지역주민에 의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 역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인식과 사회 문화(67.1%)', '가해자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24.6%)' 등으로 답했다.

'관사 안전 문제(6.1%)'나 '도서 벽지 신규 여교사 배치 증가(1.7%)'를 원인으로 꼽은 이들은 7.8%에 불과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사의 안전시설 미비나 치안 문제를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지만 이를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 교육부가 제시한 도서벽지 지역 여교사 임용 중단, CCTV 설치 확대, 관사 안전성 보장 등이 미봉책이라고 비난 받는 이유이다.

응답자의 80.0%는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학부모에게 영향력이 큰 관리자들의 반성폭력 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답변도 37.3%에 달했다. 23.2%의 교사들은 성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도서 벽지 지역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 만큼 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28.8%)과 도서벽지 학교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자(13.6%)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실시가 의무화된 성폭력 예방교육이 학부모에게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학부모 대상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응답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8.6%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별도의 교육 시간을 배치하는 학교는 13.4%에 불과했으며 절반에 달하는 47.0%의 학교가 가정통신문으로 대체한다고 답하는 등 학부모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미봉적인 조치를 넘어 성 평등하고 폭력 없는 사회 문화 만들기를 위해 교육이 담당할 수 있는 과제를 고민하는 한편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 대해 성 평등 의식 고양, 교권침해 방지, 민주적인 소통 문화 형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도화 할 것"을 주문했다. 덧붙여 "전교조 역시 성 평등한 학교 문화 만들기와 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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