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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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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가가 무섭게 쏟아졌다가 또 볕이 났다가 변덕을 부립니다. 비가 잠깐 멈추자 이웃집 아저씨는 호미질을 하십니다.

"비오는데, 뭐하세요?"
"흰콩 심어요."
"메주콩이요? 좀 이르지 않나?"
"이르긴요? 벌써 다 심던데요. 콩씨 많으니 빈 자리 있으면 심어요?"
"남으세요? 그럼, 한 주먹만..."


아저씨가 콩씨 두어 주먹을 덜어주십니다. 밭 가장자리 언덕에 심으면 좋을 듯합니다. 아저씨는 돌아서는 나를 다시 부릅니다.

"이따 우리 집사람 콩국수 한다는데, 그걸로 점심 때우셔?"
"그래요? 고맙기도 해라!"

비가 그쳤습니다. 장화를 신고 부랴부랴 콩을 심습니다. 호미로 구멍을 파고 콩 세알을 넣습니다. 콩 세알. 하나는 날짐승몫, 또 하나는 벌레몫, 나머진 우리 사람몫!

일을 다 마치자 소나기가 다시 쏟아집니다. 이웃집에 들어서자 벌써 구수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아주머니는 오이를 채 썰고 계십니다.

뽀얀 콩국수가 식욕을 당깁니다. 고명으로 채 썬 오이가 올려졌습니다. 국수에 까만 들깨가 뿌려져 맛깔스럽습니다. 구수한 냄새의 주인공은 빈대떡입니다. 각종 야채와 오징어를 넣고 감자를 갈아 지져낸 빈대떡에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얼갈이 물김치와 마늘쫑장아찌로 소박한 점심이 차려졌습니다.

성호경을 긋고 감사기도를 드리기 전,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부릅니다.

"당신, 집에 막걸리 없나? 비오는 날은 빈대떡에 막걸리가 딱인데."
"어쩌죠! 사다 놓은 막걸리가 없는데."
"이 사람, 대접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아저씨 핀잔에 아주머니는 자리에 일어납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간신히 아주머니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난 어제 술을 많이 먹어 하나도 생각이 없어요! 소나기 쏟아지는데, 어딜 사러가세요!"

사실은, 빈대떡에 막걸리 생각은 굴뚝 같습니다. 나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콩국수를 달게 먹습니다. 이웃이 베풀어 준 점심 한 끼가 너무 행복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고마운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콩씨 주셔 콩 심고, 맛난 콩국수에 빈대떡까지! 다음엔 우리 집사람더러 근사한 곳으로 모시라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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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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