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계류 중인 권선택 대전시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16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려 권 시장 측 변호인과 검찰 측의 치열한 공방이 진행됐다.
권 시장은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라는 유사선거기구를 설립,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은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이번 결정이 미칠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이 사건을 당초 소부에서 지난 3월 전원합의체로 넘긴 뒤, 4월에는 '공개변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TV와 인터넷방송 등을 통해 생방송되는 가운데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선거운동기간 이전, 정치인의 포럼 설립과 활동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가'이다.
공개변론 시작에 앞서 양승태 대법관은 "이번 사건은 선거일로부터 1년 6월 전에 포럼을 설립해서 전통시장 탐방과 기업탐방, 토론회, 강연회, 출판기념회, 지역투어 등 유권자를 만나는 다양한 활동을 한 행위가 선거기관 유사기관 설립 및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정치인의 일상적 정치활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대법관은 또 "이 사건에서는 '정치인의 선거운동 자유 보장'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어 향후 타 정치인들의 활동에 큰 영향 미칠 수 있다"며 "따라서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고 공개변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인 "선거운동은 자유가 원칙"먼저 피고인 측에서 변론에 나섰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노영보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제58조2항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선거운동은 자유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은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소통이 핵심"이라며 "그렇기에 많은 정치인들이 이러저러한 많은 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유권자들과 만나 여론을 수렴하고 정치적 견해를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일 정치인이 유권자를 만나는 것을 모두 선거운동이고 유사기관 설립이라고 넓게 해석하면 후보자와 유권자가 만나 소통하는 모든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선거운동 기간이나 방법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선거비용을 규제함으로 해서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선거법이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로 허용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 금지가 불필요하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포럼을 가장한 선거운동에 해당"이러한 주장에 대해, 검찰 측에서는 대검찰청 박민표 강력부장이 변론에 나섰다. 박 검사는 "이번 사건은 사전선거운동을 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 1억 5900여만 원을 특별회비 명목으로 지역 유지들에게 받아서 사용한 사건으로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특히, 이 포럼의 활동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치인의 통상적 활동의 범위를 넘어서서 지역유권자인 불특정 다수에게 피고인이 직접 찾아가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수십 차례나 진행하여 포럼을 가장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법원의 판시를 보면 선거유사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기관의 설립 목적과 활동이 선거운동을 위한 것이었는가인데, 본건 포럼의 설립 및 활동 목적은 피고인의 대전시장 선거를 위한 것이었음이 증거로 제출된 각종 선거기획 문건이나 피고인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입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이러한 선거기획안으로 회의를 했고, 그 기획안대로 포럼활동을 빙자하여 시민들을 직접 만나를 행사를 수십 건 진행했다"며 "심지어 전통시장 방문행사는 상품권을 무상으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후 시장상인들 물품을 구매해서 사실상 기부행위 또는 이익제공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경제투어는 포럼의 고문으로 있는 피고인이 직접 3개월간 지역의 77개 행정동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어 인지도를 제고하여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통상적 활동을 벗어나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관 "변론 내용을 기초로 사건을 신중하게 심리하겠다"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양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참고인들의 의견진술도 진행됐다. 먼저 권 시장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진술에 나섰다.
강 교수는 현재의 우리나라 선거법은 타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권자와 후보자간의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하도록, 현역과 정치신인이 공정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정치인이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 및 유연한 법령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 참고인으로는 숭실대 강경근 교수가 진술에 나섰다. 강 교수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실제 선거운동을 하는 유사기관과 일반사회단체 활동과는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만일 이 사건 포럼과 같은 선거유사기관의 활동을 허용하게 된다면 그 기관을 통한 정치자금수수와 사전선거운동을 막을 수 없게 되어 공정한 선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참고인 진술 이후에는 김용덕, 조희대, 박보영 대법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질의가 이어졌고, 마지막 순서로는 양측의 마무리변론이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마무리 변론을 통해 "기회균등이 선거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공명선거의 명분으로 후보자와 유권자의 소통을 단절시켜서는 안 된다, 선거운동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게 되면 후보자와 유권자간 소통이 제한되어 유권자는 선거의 '들러리'가 된다"고 강조하고 "검찰과 같은 입장으로 정치인의 모든 활동을 처벌한다면 정치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부디 이번 사건의 판결을 통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우리나라 민주정치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 측도 마무리 변론을 통해 "우리나라 헌법은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유사기관인 본건 포럼은 일반정치인들의 포럼이나 사회활동과는 관련이 없다"며 "당사자의 말뿐 아니라 당사자가 행동한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증거기록을 보아 주셔서 공정한 선거 원칙을 지켜 달라"고 밝혔다.
이에 양승태 대법관은 "오늘 변론의 내용을 기초로 이 사건을 신중하게 심리하겠다"며 공개변론을 종결하면서 "선고기일은 추후에 따로 정하여 연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