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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서 단원고등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5일까지 재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주고, 학교를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등교거부 등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오전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서 단원고등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5일까지 재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주고, 학교를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등교거부 등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박호열

단원고 416기억교실에는 복도부터 출입문, 책상, 칠판을 비롯해 천장과 유리창 등 곳곳에 숫자를 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한 임시교실로 이전할 유물에 번호를 매겨 놓은 것이다.

하지만 기억교실 이전은 벽에 부딪쳤다. 지난 5월 단원고 416기억교실 이전문제를 놓고 극적 합의를 이뤘던 세월호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 간에 이전 시기와 방법을 놓고 다시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전 안산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단원고는 1100여 명의 학생들이 보호받아야 할 학습권과 시설 부족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교실이 부족해 특별실을 교실로 만든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교장실 및 각 업무는 외부의 컨테이너에서 진행하는 등 학교가 공사 현장 같은 분위기에서 학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안산교육지원청의 임시교실이 완공되는 시기 전후로 이전한다던 기억교실은 또다시 무리한 요구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정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단원고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편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속히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현재와 같은 학교생활이 지속된다면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앞서 학부모들은 지난 17일 '단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후 경기도교육청에 '재학생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학부모들은 이 공문에서 "오는 22일까지 경기도교육감의 면담을 요청한다"며 "25일까지 학교 정상화가 안 될 경우 단원고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제3의 장소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단원고 전체 학생의 안산 지역 내 전학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제시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5일 학부모 총회를 거쳐 ▲등교 거부 ▲단원고 교장과 경기도교육감 퇴진 등 순차적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미리 준비한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의 호소문'을 시민들에게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학생 학부모 30여 명과 도교육청, 단원고 관계자도 참석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격앙된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소속과 실명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빚기도 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 모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학교 차원에서는 결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25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도교육청에서 제3의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 학생들이 실제 등교거부를 할 경우 결석으로 처리돼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4·16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한 임시교실 공사가 완료되는 시기(6월 14일)에 맞춰 교실을 이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며 "단원고와 재학생 학부모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이전 시기와 방법을 논의해 가기로 한 본래의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 천장부터 창틀까지 이전을 위한 일정이 안 돼 이전 준비를 못하고 있는 상황일 뿐"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유가족과 매일같이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유가족과 학부모 간에 입장 차이가 크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회적 협의를 통해 어렵게 합의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기억교실 원형 그대로 이전해야", 학부모 "연내 이전 안 하겠다는 것"

 단원고 416기억교실이 임시로 이전해 보조될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임시교실 내부 모습. 1층에 4개, 2층에 교실 6개와 교무실 1개 공사를 지난 14일 완료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이 임시로 이전해 보조될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임시교실 내부 모습. 1층에 4개, 2층에 교실 6개와 교무실 1개 공사를 지난 14일 완료했다. ⓒ 박호열

416기억교실 이전 문제는 지난달 9일 4·16가족협의회와 경기도교육청, 단원고 등 7개 기관·단체 대표가 '4·16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고, 기억교실을 안전교육시설 건립 전까지 안산지원교육청 별관에 한시적으로 이전해 보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약식이 끝나자마자 단원고가 세월호 희생학생 246명을 전원 제적 처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가족과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회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유가족들은 해명을 요구하며 9일 오후 단원고 현관에서 밤샘농성을 시작했고, 이튿날 밤 학부모들은 기억교실로 올라가 책상 등을 끌어내며 양측이 충돌했다.

이후 유가족과 학부모들은 대표단을 꾸려 대화에 나섰다. 그러다 지난 12일 양측 대표단이 오해를 풀고 기억교실을 원형 그대로 이전하는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서는 단원고 등과 향후 협의를 통해 진행 일정을 잡기로 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14일 오전 농성을 풀고 자진해산했다.

문제는 416가족협의회가 이달 9일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에 제안한 '416기억교실 이전에 따른 단원고, 경기교육청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문서에 대해 재학생 학부모들이 '존치교실 이전'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판단하면서 불거졌다.

문서는 기억교실 이전에 따른 사전 및 이송준비 내용과 재현 및 보존, 헌정, 유지 관리 등의 구체적 일정과 계획을 담았다.

416가족협의는 문서에서 "416기억 교실 이전과 재현 과정이 사회적 기억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2년 후 제대로 된 복원 계획에 따른 원형유지의 보존을 위해 정리, 보존, 고정과 보정, 이전, 재현이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단원고와 경기교육청이 지정한 업체가 정리, 보존, 이송, 이전, 재현이 전문가적 관점으로 이행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억교실 이전이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고 안전하게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억교실이 당초 협의대로 원형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교실 이전에 따른 책임과 원칙에 대해서는 "단원고는 유물 정리·포장·이송의 책임이 있고, 도교육청은 416교실 공간구성·이전·재현의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 의견 청취 및 참여의 원칙과 지속 이용 가능한 공간 구성과 재현의 원칙, 원형보존과 예술적 승화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책임 있는 논의와 합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재학생 학부모들은 문서에서 제시한 대로 원형 그대로 이전할 경우 연내 이전이 사실상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들은 "칠판·사물함, 창문·창틀, 천장 석고보드, 교실 앞문·뒷문·선풍기·조명·천장, 복도 구조물 등을 원형 그대로 분리해 포장, 이전할 경우 연내 이전이 어렵다"며, 도교육청에 "재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제3의 임시 교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임시 교사로 안산중소기업연수원과 화정영어마을 등 3곳을 제시하고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이들 장소는 연중 사용 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는 데다 일부는 공간이 협소해 임시 교사로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416기억교실이 이전할 임시 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1층에 교실 4개, 2층에 교실 6개와 교무실을 마련하고 지난 14일 1차 공사를 마무리했다.


#단원고 비상대책위원회#416기억교실 #기억교실 이전 문제#안산교육지원청 임시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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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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