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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안희정 충남도지사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일문일답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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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어느덧 임기 절반을 지나 보내게 됐습니다. 내년 대선이 끝나고, 후 내년에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요. 여러분께서는 민선 6기 지자체에 만족하고 계십니까? 어떻게 평가를 하고 계신 지 직접 듣고 싶기도 하네요. 오늘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계신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 뵙고 다양한 정치 현안, 도정에 대해 여쭈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에게 뜨거운 연대의 인사 부탁드립니다.
"<팟짱>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반갑습니다. 충남도지사 안희정입니다. (웃음) 세계 163개국에서 보신다고 하니까. 아, 지금 새벽인 곳은 어떻게?"

-새벽인 곳은 새벽인 대로, 자정인 곳은 자정인 대로... '자다가 일어나서 보고 있어요' 이러는 분들 곧 들어오실 거예요. (웃음)
"충청남도에 전 세계 동포 언론인들 모임이 있었어요. 그때 독일에 계신 분, 중국에 계신 분... 세계 동포 언론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분도 있겠네요. 동포 여러분, 어디에 계시든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충남도청은 홍성·예산이라는, 수덕사로 잘 알려져 있죠? 덕산 온천으로도 알려져 있고, 백제 마지막 결사항전이라는 임존산성이 저 들판 너머로 보이는... 도청 소재지 도시에 '팟짱'팀이 오셨어요. 이 시간을 통해 많은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선의 충남도지사세요. 벌써 6년 차신데요. 지금까지의 도정은 어떻게 평가 하시는지요?
"제가 도지사를 2010년에 첫 취임했을 때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요구했었죠. 어떤 요구냐면, 당시 이명박 대통령 4대강 사업 등이 있어서 정부나 행정이 예산을 쓰거나 정책을 할 때 '토목 예산, 토목공사식 정치, 행정을 지양하자'는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과시하고, 업적을 보여 주기 위해서 무리한 재정 사업들 또는 비효율적인 재정 사업을 통해 도로를 뚫고... 이런 토목공사 중심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컸어요. 저도 그런 유권자들의 걱정을 반영해서 '어떻게 하면 내실 있는 정치·행정을 이룰 것인가'. 토목 공사식 정치·행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과시성 정치·행정으로 벗어나는 일은 결과적으로 이 모든 일은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정치인은 다 똑같아', '그 사람은 다 그 사람이야'라는 불신, '정부와 공무원은 다 똑같아'라는 불신을 어떻게든 뛰어넘어서 회복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늘 좋은 사람 지도자론을 펴시잖아요. '좋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지난 6년간 도정을 평가할 때 안희정은 좋은 지도자, 좋은 사람이었는지 자평하십니까?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려는 측면에서는 저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봅니다."

-리더십과 관련해서 강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지도자가 선출되느냐에 따라서 그 지역 주민, 국민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많이 얘기하시는데, 이번에 봤더니 여성 소수자 인권, 양성평등을 강조하셨더라고요.
"그 지도자론을 자꾸 강조하는 이유는 지도자가 영웅인 시대를 만든다거나 이런 측면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이 대중이다'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정말로 그걸 믿는다면, 그걸 신념으로 가지는 민주주의자라면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지가 가장 중요한 거죠. 우리나라에서 모든 정치와 행정은 목민심서 시대의 목민관으로서의 공무원상, 목민심서 시대의 지도자상으로서의 정치인이 있거든요. 목민이 뭐예요? 양치는 거예요. 역사의 주인인 주권자와 시민이 양 떼인 거예요. 거기에 선한 의지의 공무원과 선한 의지의 지도자가 양 떼를 잘 몰고 가야 한다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시민 혁명을 겪지 않아서 그렇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어디든 반드시 주권 재민이라는 민주주의자로서의 철학과 신념을 지니고 있다면 정치와 그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핵심은 목민관. 국민을 양 떼로 보는 이 시각부터 교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의 주인은 대중'이라 말하는 민주주의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봐요."

-'그런 식의 가치관이라면 사기다'라고 보시나요?
"민주주의자로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 수 없죠."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리더가 목표를 정하고 우리가 저렇게 가면 좋은 세상이 열립니다' 라는 기대를 준 측면도 있거든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굉장히 아름다운 상을 국민에 설파하셨잖아요. 보편적 복지 국가론이나 작게는 기초 노령 수당까지. '박근혜를 찍으면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기대들이 '틀렸다'고 보시나요?
"앞에서 말씀드린 게 그 말씀으로 이어지게 말씀드린다면 지도자의 역할도 있어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옛날에 읽었던 고전적 역사 개론 책처럼 지도자의 몫은 그들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도, 우리가 주권 재민과 민주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역사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박정희 시대 때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시킨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박정희 시대를 좋아하신 분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다 한 것으로 생각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싫어하시는 분들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보세요. 사실상 둘 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술은 아닌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 역사를 믿는 우리의 믿음으로 보면 국민이 한 일입니다. 독일 광부로 간 우리 아버지들, 누이들, 어머니들. 구로공단과 마산수출자유공단에서 야근과 잠 안 오는 약을 먹으면서 24시간 재봉을 탔던 누이들이 만든 역사입니다. 지도자는 뭔 한 걸까요? 지도자는 어떤 가치와 방향을 세워 주는 겁니다. '박정희가 한 게 뭐 있는데?' 반론 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어요. 충분히 반론이 가능합니다. 근데, 많은 분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 역할을 했다고 보세요. 산업화, 포항제철, 중화학산업 육성이라던가 이런 방향을 정해서 다른 제3세계 저개발 국가와 달리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는 산업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박정희의 가치와 방향이란 리더십 요소가 있었다고 인정하시는 분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고요. 그렇지 않고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보시죠.

근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결과는 나중에 역사에서 봅시다. 거기에 대해서 다 논쟁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지도자와 국민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힘은 국민입니다. 지도자는 가치와 방향을 결정해야죠. 그래야 하는데 이 가치와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그 시대와 역사의 수준을 정해줍니다. 박정희 시대를 예를 들어 봅시다. 혹시라도 제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선입견을 품을 필요가 없어요. 저는 박정희 대통령 쿠데타부터 말년의 죽음까지 그의 공도 있지만, 과도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쨌든 그 예를 들어 보면 가치와 방향을 조금 더 그 시대에 고민했다면, 깊이 있게 고민했다면, 민주주의 역사, 철학과 가치에 대해 더 깊은 사고를 했다면 우리는 정의라는 가치, 사회적 신뢰라는 가치로부터 정경유착, 권언유착, 이 사회의 부패 아니면 대마불사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한 발전 문제를 다른 형태로 봤을 거예요. 그 가치와 방향에 대한 깊은 사고가 지도자들한테 부족해서 얼기 설기 짜놓다 보니 이 문제가 지금까지도 나오는 거예요. 청년 실업이나 양극화, 내수시장 문제라든지 대기업 상품 몇 개 없어지면 중소기업이 하루아침에 문 닫아야하는 허약한 경제 구조는 그 시대에 뜨개질로 비유하면 설렁설렁 뜨개질해서 이런 거거든요. 지도자가 어떤 가치와 안목을 가지고 지휘하는지는... 아, 우리 참모들이 비유 많이 하면 산만하다고 하지 말라고 하던데 현재까지는 적절하죠?

하나만 더 비유하자면 저는 어렸을 때 폰 카라얀이란 사람이 지휘자로 유명했는데 똑같이 지휘봉을 들고 흔드는데 뭐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음악 선생님께 '지휘자가 하는 일이 뭡니까?'라고 물었는데 속 시원한 답을 못 들었어요. 음악 선생님들 죄송해요. 제가 좋은 지혜를 못 가졌나 봐요. 그런데, 어쨌든 지휘자 역할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요즘에는 알겠어요. 지휘자가 어떻게 지휘하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관원이 연주하더라도 연주 내용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 지휘자 역할에 대해 이해가 가요."

-네. 이제 지천명의 나이가 되시니 아시게 된 건가요?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늦게 깨달아요. 어렸을 때 제가 잊어버리지 않은 이야기가 늘 할머니와 어머니가 한 이야기인데 '사람이 철들면 죽는다'인데 죽을 때 돼서야 깨달아지는 게 인생인가 봐요."

-아직 돌아가실 때는 아닌 것 같고요. 지금 열심히 일하셔야 할 때라서 다시 얘기 돌아가 볼게요. 지도자의 관점이 중요하죠. 그거에 따라 국민이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걸 한국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많이 봐 왔는데요. 최근 '21세기 리더십'을 강조하시고, 두 가지 극복 과제를 내놓으셨어요. 하나는 '갑을 민주주의 청산해야 한다', 또 하나는 '이분법적 정의관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을 하셨는데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자면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두 가지 문제를 짚어낸 측면이 있어서요.
"저는 이것을 조금 더 축약해서 우리 사회 문제를 표현해볼까 걱정인데요. 2010년 도지사 도전할 때부터 지금까지 제 모든 것을 사로잡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봉하마을에서 계속 머릿속에 남는 것,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는 걸 보면서 내 마음에서 느낀 것들, 김대중 대통령 취임하실 때, IMF를 보면서 느낀 거기도 한데 20세기 방식에서 벗어나자는 거예요. 길게 보면 700년 전 정도전이 설계한 것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시대를 만들자. 정도전의 경국대전과 정도전의 조선 건국이 민본주의에 대한 선언이었다면 그 시대는 주권 재민의 원리와 철학을 실천할 제도 설계에 실패했어요.

그것이 700년의 진통 과정이거든요. 다들 주권 재민과 민의, 천의라 말했어요. 서양의 역사와 달리 민의를 중심으로 하는 철학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양의 봉건제 또는 군주제 시대가 훨씬 깊은 맛을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 그 맛 때문에 근대화라 표현되는 서구의 시민 혁명을 우리가 안 거친 것일 지도 몰라요. 우리는 이미 민의주의라는 사실을 선언했거든요. 그래서 동서양 역사, 인류사 발전 과정을 놓고 보면 우리는 이미 노예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건국 이념이 '인내천', '홍익인간'이에요. 신의 아들이 따로 있고, 노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곧 하늘임을 선언한 나라를 시조로 삼고 있는 역사예요.

문제는 제도 설계로 오기 전에 덕성 있는 군주의 인치와 덕치라는 쪽으로 유교 논리와 모든 동양 사상이 발전해서 제도로 대체하려는 노력보다도 사람의 인성과 어진 통치 행위로 풀려고 노력해와서 그런 거예요. 그런 거 때문에 제도화가 늦어지고, 근현대사에서 동양사가 서양으로부터 밀려 나는... 지난 20세기 역사를 만들었어요. 어쨌든 저는 우리 모두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인내천과 홍익인간을 5천 년 전에도 선언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하늘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것에서 신권의 나라로 끌어당긴 정도전의 역사가 있다면, 지금은 실질적으로 백성. 임진왜란 때 임금이 도망가도 죽창을 들고 나라를 지켜야만 했던 백성 말이에요. 이 사람이 이 땅의 주인이에요. 위정자들은 두만강, 압록강 넘어서 도망갈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은 그럴 수 없어요.

그게 바로, 우리 역사의 주권자가 국민이란 사실이거든요. 그 역사로 넘어가야 하는데 넘어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 정도전의 민본주의로부터 민주주의 시대로 가고 있는 거거든요. 민본주의. 즉, 인내천. 사람이 기본이고, 주권자가 주인이라는 사상 위에 국가 운영의 제도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거거든요. 이 민주주의가 국가 공동체, 사회 공동체 운영 원리로 작동하려면 우리가 모두 바뀌어야 해요. 마치 도스의 오퍼레이팅 컴퓨터 랭귀지(Operating computer language)나 안드로이드나 IOS의 오퍼레이팅 컴퓨터 랭귀지는 달라요."

-지금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국민이 만들고,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서 30년 만에 야당 정치인이 (선출)되고. 결국에는, '90년 민자당 합당 이후에 영남권 정치가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민의의 표출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제 고민은요. 어디 표현이 있잖아요.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한다'고. 나를 빠뜨려 죽이는 바다이기도 해요. 저 대중이라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동네에 살더라도 마을 민심이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좋은 사람으로 격려해주기도 해요. 정치인으로 나선 사람만의 고민이 아니에요. 우리 모두의 고민이에요. 세상 민심은 나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해요. 세상 민심으로부터 놀란 우리 가슴은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도망가기도 해요. 제가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예수라는 사나이 '주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하잖아요. 막판에 가면 누구나 다 그런 고민이 들어요.

여기서 '민이 주인'이라는 취지에서 어떻게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일지 매번 선거 끝나고 '이게 민심이냐', '아니냐' 하는데 저는 이것도 뛰어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총선이 누구의 승리다', '누구의 패배다' 나는 그렇게 안 봐요. 국민은 있는 사실대로 표현한 거예요. 첫 번째, 우리 모두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있어요.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내가 사는 지역, 삶의 터전에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어요. 그 속에서 경쟁이 일어나는 건 다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그 지역에서 자기가 더 많은 경제적 번영을 가지려는 당연한 욕구가 국가라는 공동체의 통합 질서 속에서 지역 발전에 대한 욕구, 이기심이라 표현해요. 부정적인 단어로 쓰는 거 아니에요. 이 이기심이 국가 공동체의 분열로 가지 않으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그게 21세기 리더의 역할이라는 겁니까?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어떤 것을 모두 선하다고 보면 우리 마음이 닫힌다니까요. 테레사 수녀님이 빈민 운동을 하러 들어가서 수녀들한테 말하는 책을 봤는데 대부분 빈민 운동을 하면 빈민이 보기 싫어서 3년 안에 도망을 간대요. 어떤 것 자체에 대해서 지극히 지고지순한 선의 관념으로 봐서도 안 되고, 악의 관념으로 봐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를 우리는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총선이 한번 지나면 '내가 이겼네', '네가 이겼네'라고 보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다층적이에요. 첫 번째는 지역 이기심으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있어요. 문제는 이 지역 이기심이 국가 공동체의 해체나 분열로 나오지 않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해요. 현재는 그런 제도 설계는 안 하고, 영남, 호남, 충청도라고 해서 지역 정치인이 '나를 뽑아주면 지역 발전을 해줄게'라고 하니까 균열이 커지는 거예요."

-그 지역주의에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 정치가 후퇴해온 것 아닙니까?
"우리가 우리 삶을 보자고요. 개별 인생의 삶을 봐도 그렇고. 첫 번째 출발이 엄마, 아빠가 나를 낳아서 사랑해줘서 그런 거예요. 나는 끊임없이 움켜쥐는 거예요. 생명이라는 것은 물방울처럼 자기중심으로 쥘 수밖에 없는 거예요. 순자처럼 성악설, 성선설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어요. 이기심 있는 존재가 모여서 공동체라는 인류 사회를 만들 때는 평화와 정의를 가지고 전진해왔다는 거예요. 사람과 우리 역사를 볼 때는 다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떤 건 선이고, 어떤 건 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20세기로부터 결별하자'는 것은 20세기는 '노동자 편이야? 살진 탐욕가들 편이야?', '제국주의자 편이야? 식민지 해방주의자 편이야?' 이렇게 크게 전쟁을 해왔던 시기여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인식은 선악 개념에 머물러 있어요. 선악 개념에만 머무르면 민주주의를 설계할 수 없다는 거죠."

-'편 가르기만으로는 더는 발전할 수 없다', '일도양단의 관점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렇죠. 사람을 선하고, 모든 사람을 노동 영웅으로 만들겠다고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해봤는데 안 됐거든요.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보고 사회주의 체제를 통해 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면 실패하는 거거든요. 지난 시대 역사 속에서 우리가 존재해왔던 것을 토대로 삼으면서도 새로운 형태로의 문화와 문명과 정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풀리지 않아요. 혹시 제 얘기 너무 어렵나요?"

-아뇨. 좀 좁혀서 말씀하신 가치관에 부합하는 리더십이 중요하잖아요. 경제적 양극화 문제, 금수저-흙수저 문제, 서울 메트로 김 군의 문제. 너무 많은 문제가 있는데 한 명의 지도자가 해결할 수 있을까?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곳곳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지방자치제도 도입된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방자치는 점점 축소되거나 상황이 어렵게 되고, 중앙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가면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것이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어떤 방식으로의 제도 설계가...
"모든 출발은 지도자들이 출발선을 끌어내야 하죠. 그게 지도자의 몫이죠. 그런 점에서 지도자들이 20세기 방식의 그러한 낡은 태도를 가지고는 21세기 민주주의를 못 이끈다는 자각이 필요해요. 그 핵심은 다원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고, 우리가 만든 선악의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과 제도의 정규화를 위한 노력에 모든 공을 기울여야죠. 그걸 지도자들끼리 공정하게 하면 돼요. 공정함이라는 것은 '나를 믿어 달라'는 위탁이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서 투명하게 하면 공정성을 기해져요. '공정하게 한다'고 해놓고 짜고 치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사람들이 갖는 불신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짜고 친다는 거 아니에요? 금수저는 금수저끼리 짜고 치고, 출세한 사람끼리 짜고 친다는 거 아닙니까? 바로 그런 것 때문에 가장 핵심은 우리가 만든 법, 규칙의 운용에 대해서 공정성을 통해서 신뢰를 높이는 게 첫 번째 임무죠. 예를 들면, 지역 내에 저도 도지사를 하면서 4대강 사업 찬반 문제나 가로림만 조력 발전소 찬반 문제나 (충남 청양) 강정리 폐기물 찬반 문제나 서해 고속도로 노선 찬반 문제나 곳곳에 있어요. 그럴 때 우리가 흔히 쓰는 방식은 무엇이냐면 정치인이 나서서 '나를 따르라', '저건 나쁘고 이게 옳다'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안 풀려요. 오히려 나의 요구는 무엇인지 말하면서 나의 요구와 상대의 요구가 어떤 제도와 규칙을 가지고 승부를 내도록 만들어졌는지를 봐서 그 절차를 성실히 밟아야 해요. 사람들은 이러죠. 정치인들한테 '법과 제도, 규칙이 있는 거 누가 몰라요? 당신이 나서서 선언하고, 끌고 나가라는 거지', '안 되는 일 되게 하라고 당신 지지한 거지',

또 한편으로는 '절차와 제도 짜고 치는 건데 순진하게 이야기하시면 안 되죠'라고 말해요. 결과적으로 이것은 다시 임금님 정치로 돌아가는 거예요. 대표를 뽑아서 그 대표가 싹쓸이 해서 내가 지지한 걸 다 실현하는 거예요. 이게 20세기 방식이라는 거예요. 내 소신을 버리자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가진 견해도 버리자는 게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가진 다양한 이해충돌을 어떠한 수준에서... 인류 자체가 사회적 존재잖아요. '사회적 생활과 집단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예요. 전쟁하지 않고, 폭력을 쓰지 않고. 인류 역사 2000년 동안 해봤잖아요. 그걸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지도자 몫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더 나아가서 이걸 제도화해야 해요. '영남권 신공항 문제다', '지역 이기심이 문제다'. 중앙 정부와 지역 정부에 우리 대표를 보내서 우리 지역에 무언가 더 많이 가져오길 바라는 이 싸움 언제까지 할 거예요? 오히려 중앙 정부에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내 책임 하에 한 번 해볼게'가 낫지 않겠어요?

이게 지방자치예요. 이런 지방자치로 가려면 늘 소리가 들리잖아요. '지방 정부는 무능하고, 사람들은 해외 호화 여행이나 다니고 부패한 것 같아'. 국민이 언뜻 볼 때 마음이 안 가요. 나는 이 대목에서 바로 그게 과거의 낡은 관행이 어떻게 변하기 어려운지 증명하는 것 같거든요. 눈 크게 뜨고 한번 보면... 예를 들어 메르스 사태 때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더 유능하고 잘 나서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이 책임감 느끼고 일하면 더 잘하게 돼 있어요. 당연히... 우리가 '지방은 무능하고, 부패한다'는 것은 중앙 집권 세력들의 잘못된 여론 장악 결과라고 봐요."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화문에서 단식했잖아요. 핵심은 지방 재정 문제였는데, '우리가 알아서 잘하는데 그 예산을 떼어서 다른 가난한 시·군에게 주겠다'는 게 문제였는데요. 중앙정부가 자기 역할은 하지 않고, 지방정부를 못살게 굴면서 오히려 문제가 악화되는 상황이 된 것 같은데요.
"지금 현재로써는 부처별 장관님들 하는 업무들 80~90%는 지방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에요. 손발이 없잖아요. 집행은 다 지방에서 하는 거죠. 국가 업무의 약 60%가 지방 사무예요. 권한은 80%를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지만, 그 일이 집행되는 과정을 보면 70%는 지방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국방부는 직접 60만 대군을 이끌고 하지만 지방 업무는 없지만, 대부분은... 기초노령연금? 지방에 사회복지사 없으면 어떻게 해요? 중앙에서 기획만 하고, 모든 집행은 지방에서 하는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통일을 기해서 전 국민이 어느 도에 살던, 어느 지역에 살던 균일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 업무들은 국가적 통일을 주어서 시도 간 차별이 없게 하는 게 좋아요."

-예컨대, 누리과정 예산 같은 거요?
"다 마찬가지예요. 복지 정책을 절대로 시군 간, 도시 간 경쟁이 붙으면 안 돼요.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최저한도의 국민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에 해당하는 국가적 복지 파트는 국가가 지어서 깔아 줘야 해요."

-'국민 생활 기본선은 중앙 정부가 깔아 줘야 한다'.
"자치 단체가 돈 있으면 더 쓰고, 돈 없으면 못 쓰는 구조를 만들면 안 돼요. 그 선을 만들어 주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러고 나서 자기가 어떻게 해서 무언가 결정할 것이냐. 이런 문제에서 국가 역할과 지방 정부 역할을 나눠 줘야 해요. 이걸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 정부에서 자꾸 평가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일 잘못하면 시장, 군수님들은 4년 뒤 선거에서 쫓겨나요. 중앙 정부 공무원들과 장관님들은 선거하시는 분들이 아니잖아요."

-제가 보기에 안희정 지사님이 대통령이 되시면 '최소한 자치와 분권은 확실히 하실 것 같다', '지방 정부가 되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 않아요. 언론이 이렇게 하고 있지만, 전국에 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 입장에서 특정 지역신문이 지역 내에 뿌리내리는 걸 좋아할까요? 안 좋아할까요?"

-지역 언론인들은 긴장할 것 같고, 지역민들은 뿌리내리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요?
"전국지들은 싫죠. 자기네들이 전국적으로 100만 부, 200만 부 팔아먹었는데... 지역 내에서 지역 신문들이 메이저 신문사들 못지않게 권위를 가지는 건 시장이 분할되는 것이라서 전국 시장을 가지는 신문사 입장에서는 싫죠. 지방 자치를 하는 것이 단순하게 공무원들하고 국가 사무 위임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사람이 태어나면 한양으로 가는 시스템으로 다 돼 있어요. 문화, 예술, 학문도, 기업도... 다... 대통령 혼자서 '지방자치 한다'고 해서 되지 않아요. 반드시 여론의 되짚힘을 당해요.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서 정책들이 교란돼요. 이 핵심은 주권자들이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주셔야 해요. '내가 사람 하나 뽑아서 우리 지역 어디 가서 곶감 하나 얻어야지', '중앙 정부로부터 재정 얻어서 우리 지역 발전해야지' 이런 생각으로부터 '내가 스스로 우리 지역에 자립해야겠다'고 가야죠."

-이런 거죠. 지금 가덕도 신공항과 밀양 신공항 갈등하고 있는데 '내가 밀양 사니까 무조건 밀양'이 아니라 '밀양에 살지만 어떻게 어디에 설치하는 게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국민이 해야 할 때가 온 거죠.
"좋은 말씀이세요. 그렇게 시민 의식이 고양되는 측면이 하나, 또 하나는 그걸 지방 자치 사무로 맡겨서 각자 알아서 하면 돼요. 자기들 신공항 노선 만들어서 적자보고 망하면 지방 정부 책임이죠. '국가 재정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 '안 그래요' 이렇게 해서 싸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예요. 자기 지역 발전이란 주제도 어디에 도로 놓고, 철도 놓는 것도 국가 단위에서 먼저 놓는 게 이익을 봐서 모든 총량이 먹기 게임을 하는 거예요. 삼국시대 게임을 아직도 하는 거예요. 인제 그만 해야 해요. 지역 발전과 지역 기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들에 그런 정도의 권한을 줘야 돼요. 아들, 딸이 장성하면...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애들 살만큼의 문전옥답을 떼어 주고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야 한다' 그 뒤에 아버지는 집안 전체에 대한 일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아버지가 둘째는 힘든 것 같으니까 또 주고, 셋째 힘드니까 주고 이렇게 들쑥날쑥하게 해버리면 모든 사람이 종갓집 아버지 댁에 가서 진을 치게 되는 거거든요..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그렇고, 더 나아가면 개인과 정부의 관계에요. 주권자 여러분, 우리가 세금 내서 운영하는 정부가 내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어느 정도 개입하길 바라십니까? 사실 개입하길 원치 않거든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내 삶의 많은 요소를 정부가 해주길 바랍니다. 이 구조를 깨야 합니다. 시민의 생활 영역과 그들이 살아가는 내에서 시장 질서의 틀. 이건 다 개인 각자의 책임 몫입니다. 못해내는 영역 때문에 우리는 세금 내서 국방의 의무를, 환경의 의무를 지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거 하라고 공무원이 있는 거고. 이것에 대해 국가가 재개조되지 않으면 우리는 정도전의 민본주의 선언으로부터 한 걸음도 못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제가 20세기로부터 결별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처해있는 모든 문제가 국가를 재구조화하지 않으면 안 풀리는 데 있습니다. 기업과 시장의 책임, 시민이 개인 삶에서의 책임과 의무 이 사이에서 적절한 정부의 역할과 그 역할에 대한 유치, 지원을 재구조화시키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대통령 한 명 뽑아놓고, 제1당 만들어 놓고, 중앙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정치인이 지역주의에 근거해서 바람을 타는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예컨대, 이번에 반기문 UN사무총장께서 (한국에) 오셔서 본인은 '대선 출마 뜻이 없다'고 하면서 '충청대망론' 이야기를 한단 말이죠. '즐겁다', '좋다', '행복하게 받아들인다'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오히려 국민은 (21세기에 탈피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준비하는데 정치인은 흩트리는 측면이 있는 건 아닌가.
"국민의 지역 이기심이나 정부를 원망하는 마음이라든지 이런 걸 얼른 잡아서 '맞아, 시기상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그걸 위해서 열심히 일하려 했지만, 정치와 정부에 대해서 국민의 신뢰는 제로예요. 왜 그럴까.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서 그래요. 가덕도에 공항 앉히고, 밀양에 공항 앉히면 그 지역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나요? 정치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주권자들은 이미 알고 있어요. 아니라고 알고 있어서 새로운 길을 가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새로운 길에 대해서 도전해야 하는 거죠. 제가 도전을 한다면 바로 그 길을 향해서 도전한다는 거죠. 이건 이미 많은 정치인이 해왔고, 이 틀 내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나오잖아요."

-그래서 '불펜투수론'을 제기하신 겁니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측면에서...
"제가 지금 정치를 하는 이유죠. 저도 직업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통해 생활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제가 소중한 밥 세 끼를 여기서 먹고 살면 거기에 맞는 직업윤리가 있어야죠. 이 일을 하는 게 직업윤리고, 직업 소명 의식입니다. 즉, 한 국가 공동체 사회를 계속해서 개량시켜 나가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그걸 위해서 계속 도전해야 하고. '그쪽 길로 가자'고 말씀을 드려야 하고, 기회 되면 출전해서 우승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게 제 직업이죠."

-'기회 되면 출전해서 우승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직업윤리에 해당한다'는 말씀을 주셨는데요. '몸풀기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셔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몸풀기'라고 표현을 하거나 '간절한 기도문이 완성되면 도전하렵니다'라고 말씀드린 건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확신. 이 확신이 저 스스로 혼자 만들어서는 안 돼요. 조금 더 임상 시험이 끝난 확신이어야 해요. 내 인생과 내가 살아온 모든 경험을 통해서 이것이 실현 가능한 비전과 소신이어야 해요. 갑자기 신약 개발하듯 신상품처럼 내놓아서는 안 돼요."

-6년간 도정이 임상 시험 아니었을까요?
"바로 그런 거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미래 비전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제 마음속에서 뜨개질이 완성되기도 하고, 그 다음 날에 보면 뜨개질이 마음에 안 들어서 풀기도 해요. 고민하다가 풀어 봐요. 뜨개질로 비유하면 완성된 것 같은데, 또 풀고 이걸 반복하고 있어요."

-그 뜨개질 판이 연말이면 완성될까요?
"그런 영역에서 제가 조금 더 고민해보고 정진해보겠습니다. 연말이나 내년으로 얘기를 드린 건 그때 가야 입학 공고가 나와요. 입학시험 언제 보는지 공고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지금 막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은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국회에서 지금 개헌론이 불타고 있어요. 개헌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셨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글쎄요. 우리 헌법 체계가 조금 더 우리 국가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조금 더 논의를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가져가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고요. 헌법이 조금 더 우리 주권 재민과 시민권자 공통 의식이 나아지면서 상식과... 그 상식이 다른 게 아니거든요. 아무리 억울해도 개인의 책임으로 할당된 양, 우리가 함께 연대의 정신으로 풀어야 할 양, 시장적 경제의 교환 질서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 인체로 치면 혈관 있고, 림프관 있고, 신경계통 있는 것처럼 국가 공동체도 몇 가지 줄기가 있거든요. 이 줄기를 적절하게 조절시켜 내는 것이 헌법이다. 이걸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흔히들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문제의식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보십니까?
대한민국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구조가 아니에요. 모두가 무책임한 국가 구조에 살아요. 10년, 20년 뒤에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걸 결정할 수 있는 단위가 없어요. 다음 선거를 위한 합종연횡과 전략적 제휴만 가능한 제도이지 이 헌법 체계가 10년 뒤, 20년 뒤 아이들을 위해 결정할 문제를 다룰 게 안 돼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할 것이냐. 4년마다 돌아오는 의회가,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단임제 구조만으로 안 되니까 헌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죠.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고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옛날 표현으로는 '백성이 주인인 시대로 어떻게 한 걸음 나갈 것인가' 거든요. 지금은 국민이 주인인 노릇을 못하고 있거든요. 이걸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지도자들이 부도덕해서 그런 것인가', '청와대 터가 세서 그런가', '여의도 터가 나빠서 그런가' 그게 아니라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는 거죠. '그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핵심적인 대인 중 하나로 지방자치 제도의 진화가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복지 제도와 국가 재정에서 복지 제도를 설계할 때 개인과 시장의 영역과 공공 영역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해요. 로빈 후드나 임꺽정처럼 뭔가 많이 해서 가져다주는 건 없어요. 그 시대의 정치관으로는 안 돼요. 복지 제도를 어느 범위 내에서 시장과 국가의 재정 지수나 국민이 가지는 조세 징수에 대한 객관적인 양을 놓고 봤을 때 우리는 어떤 재정을 가지고, 어떤 수준의 제도를 만들 수 있는지. 이 제도가 개인의 책임과 공동체의 부조에 대해서 어떠한 균형점을 철학적으로 가져 가는지. 우리 철학도 있어요. 우리의 철학은 뭔지 알아요?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였어요. 이런 대중의 상식이 모든 제도를 선심성 정책이나 공짜 밥으로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국가 재정에도 비효율적이고, 주권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자신을 을로 떨어 트려요. 이 역사를 끝내야 해요."

-'굉장히 유구한 우리 사회의 철학과 담론과 가치관에 대해 새로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그것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헌법적 질서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어야 하고, 그것이 복지 정책에서도, 재정 정책에서도, 지방 자치 정책에서도 이 고민의 확고한 철학으로부터 설계 도면이 나와야 하는 거죠.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서 만들면 안 돼요."

-'무언가 근본적이고 먼 미래까지, 장래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불펜투수가 몸만 풀지 않고,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할 상황이 곧 올 것 같은데요. 시간이 다 되어서 몇 가지 문제를 핵심적으로 여쭐게요. 올해가 노무현 대통령 7주기 추모였습니다. 제가 그때 올라가는 뒷모습을 봤었는데 이번 메시지가 '노무현 정신과 김대중 정신은 하나다', '이걸 엮는 게 중요하다'는 게 노무현 재단에서 나왔습니다. 이 메시지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을 한 석도 못해서 호남의 지지를 잃은 문제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대중, 노무현의 역사를 잇는 장자가 되겠다'는 것이 제 모든 것이어서... 더 나아가서 우리 역사를 통으로 계승을 해서 이 한반도에, 이 5천 년의 역사, 눈물과 침략받은 역사를 극복하고 싶은 게 제 목표여서 그 속에 김대중, 노무현의 역사가 당연히..."

-포함되는 거다?
"하나의 역사죠. 어떻게 두 개의 역사입니까? 작은 계곡에서 서로 간 경쟁하는 사람들이야 그게 '다르다'고 하지만, 어떻게 다릅니까?"

-현실적인 문제 한 가지만 여쭐게요. 대선은 늘 상대가 있는 게임 아닙니까?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때 박근혜 당시 후보가 상당히 핍박받는, 여당의 야당 후보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에 보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똑같은 프레임 안에 있는 것 아니냐?'. 건강한 보수를 원하는 세력들이 새누리당으로 집결할 경우에... 어쨌든 삼파전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내가 유리하네', '불리하네',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으니 바꿔야지' 그렇게 공학적으로 정치하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본인 인생도 망칩니다. 남의 시선에 따라서 사는 인생은 자기 인생이 아니죠. 내 인생을 살아야죠. 제가 아무리 정치를 해서, 지지를 통해서 일할 기회를 얻을지라도 내가 아닌 것을 꾸며서 표를 얻을 필요는 없어요. '사람을 괴롭히자', '쫓아내자'는 주장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잘살자'는 주장인데 소신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일할 기회를 잡아야지. '내가 포지션이 이러니까 위치를 바꾸면 예뻐 보일 거야' 이렇게 신경 쓰면 안 됩니다. 가수로 치면 국민 가수들은 목소리와 자기 영혼으로 무대에 서는 겁니다."

-지역 현안 한 가지 여쭐게요. '충남에 화력 발전소 4개가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때문에 서울이나 충남 대기 질이 차이가 없다'는 문제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 깨어있는 시민들, <팟짱> 청취자들께 이 주제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박정희 정부가 '싼 전기료를 정부가 공급해주겠다'고 산업화 때 한 설계에 따라서 그래요. 환경과 사람을 고려하면 저렇게 운영해서 안 돼요. 현재 30%~40%가량의 전력 공급 베이스를 값싼 석탄 화력 발전소에 기반을 둬서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서 고민해봐야 해요. 값싼 전력 값에 따라서 수출 공업을 육성시키고, 값싼 전력 값으로 많은 가계에 전기료를 아껴주는 이 체제를 가지고 기후변화 시대에 정말로 지구와 친해지는 에너지 소비 패턴이냐? 아닌 것 같아요.

제 원칙은 귀한 건 귀하게 쓰여야 한다고 봐요. 지금 장작을 때거나, 석탄을 때거나 뭘 때서, 그걸 직접 불을 써서 열을 쓰는 것과 전력을 쓰는 걸 비교하면 이 전력은 원래 쓰는 에너지가 100이면 전기는 45%밖에 안 돼요. 즉,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려서 교류 전기를 만들어서 직류로 바꿔서 가정에 쓸 때까지 전체적인 것으로 보면 원 에너지의 45%도 안 나와요. 굉장히 비싼 에너지인 거예요. 이 비싼 에너지를 국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OECD에서 제일 싸요. 저렇게 석탄 화력 발전소를 쓰니까. 충남도지사로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경기도 영흥 화력 발전소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화력 발전소에 나오는 굴뚝 연기가 수도권 대기 질 특별법 기준에 의해서 더 청정하게 내보내야 하고, 충남은 그보다 낮은 기준으로 내보내고 있어요. 이번에도 알다시피 이미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한테까지 오는 마당에 이건 사실 우리 전 국민의 과제예요.

충청남도 해안에 전국 50% 화력발전소를 설치해놨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지역의 대기 질 상태가 정말 안 좋아요. 충남도지사로서 정말 우리 도민들에게 죄송해요. 이걸 개선하고 싶은데 이걸 개선하려면 현재의 값싼 석탄 화력발전소에 기반을 둔 전력 소비 체계를 바꿔야 해요. 제가 지지난 주에 트위터에 '전력 소비체계를 바꿔야 합니다'는 얘기가 이거예요. '뭘 바꾸자는 거냐'. 현재까지의 전력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전력량을 100이라 하면 13%를 가정용이고 87%가 산업용이에요. 생활하시는 주부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13%에 막 부담시키는 일은 없어요.

더군다나 산업용 전기는 더 깎아 주잖아요. 산업용 전력값을 비교해보니까 지금 정확한 통계는 자세히 봐야 하는데... 어떤 학자가 주장하기로는 우리 제조업 생산 원가에서 전력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대예요. 이걸 올린다고 해서 특별히 탈이 없을 것 같아요. 지난번 밀양 송전탑 할머니 투쟁을 봤듯이 송전탑이 주는 자기장과 전자파의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해 비용을 지출해야 해요. 비용을 지출 안 하고 무조건 싼 가격에 얻으려는 건 잘못된 거다. 혹시 나중에 제가 '전력 요금 체계를 바꾸자'고 하면 '안희정이 서민을 더 어렵게 만들려고 한다'고 할지도 몰라요. 우리 <팟짱> 청취자분들이 (인터뷰 내용을) 기억해주시고 그때 어떤 주장이 더 효율적인지 봐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정말 도정과 이후의 정치에 대해서 적절하게 미래까지 생각하시면서... '미래에 이 발언이 어떻게 쓰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최초의 인터뷰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지사가 대한민국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고민하는 도정은 대한민국의 의제입니다. 이걸 대한민국 의제로 더 발전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이걸 자꾸 지역 발전 관점에서만 봐서 그런 거예요. 충청남도에 전국의 화력 발전소 50%가 몰려 있는데 지역적으로만 표현하면 '우리 지역에 먼지 때문에 못 살겠는데 우리한테 돈 더 줘라'고 주장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주장하면 안 되거든요. 서울에 내 자식들 있고, 형제들 있는데 우리는 대안을 만들어서 제안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충남 도정이 조금 다릅니다. (웃음)"

-(인터뷰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오랜만에 모셔서 2시간 인터뷰를 하고 싶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비서진들이 '빨리 끝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저희가 더 길게 하면 다음 인터뷰를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고요. 약속을 듣고 싶은 것은 연말쯤 (방송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
"만약 <팟짱>에서 요구하시면 연말까지 안 가도 중간에 또 잡아서... 제가 농업 정책에 대해 고민도 있는데 얘기를 하고 싶어요. 농업 정책이라면 농민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반절은 돼요. 국가 제도에 대한 변화도 반절이 되고, 우리가 제도 변화를 통해서 로빈 후드나 임꺽정처럼 '내가 해줄게'해서 안 풀려요. 모든 국민이 새로운 형태로 시민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해요. 저는 믿어요. 우리 시대의 국민 역량은 준비돼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다만, 그 사람들은 조선 시대처럼 '무지몽매한 백성'으로 취급하고, 갑을로 나눠서 전진이 안 되는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 (<팟짱>) 고정 게스트로 가시면 어떨까요? 지사님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이슈별로. 충청남도는 하구 역간척 문제도 있어요. 대한민국 의제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땅과 바다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야 해요."

-<팟짱>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163개국에서 보시는 시청자들께 한 말씀 하시죠.
"우리 <팟짱> 시민 여러분, 제가 오늘 드린 고민을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어요. 아마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얘기하는 접근법보다도 제 얘기가 구조적으로 들어가서 어렵다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그 구조로부터 내가 왜 이런 정책을 고민하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제 고민을 말씀드리게 됩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역량', 그건 노무현 대통령 어록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사실은 모든 민주주의 역사에서 지도자들이 말한 겁니다. 주권 재민, '주권자 당신들이 주인입니다. 우리는 공복들입니다' 이런 표현이죠. 이것에 대해 <팟짱> 시청자 여러분들과 163개국의 많은 해외 교포 여러분, 지역 언론을 통해서 풀뿌리 언론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론인 여러분, 저는 정치인으로서 지난 20세기로부터 다른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론인은 지난 20세기와 다른 언론이 되어 주십시오. 시민들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살아왔던 시대와 다른 시민이 되어 주십시오. 그것이 무엇이냐면, 그것이 민주주의고, 자기 책임이고, 연대의 정신입니다.

그 틀 내에서 우리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그래야만 할아버지, 할머니 때 식민지 같은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20세기 방식의 폭력적 식민지는 없을 수 있겠죠. 그러나, 가난은 또 돌아와요. 너무 가난하지 않게, 밥 굶는 아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위한 우리의 노력.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정의와 문화와 예술을 통해 품격있는 삶도 살아야 하잖아요. 그걸 만드는 게 21세기 미래입니다. 우리 세대에는 120년 전 전봉준, 김옥균 시대와는 다르게, 1900년대의 김구나 정주영이나 이병철이나 박정희나 김대중 선생 세대가 지녔던 시대 과제와는 다르게, 또 노무현 시대. 전쟁 전후 세대들이 가졌던 시대와는 다르게 가자. 이걸 크게 보면 '안녕, 20세기'. '새로운 틀로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그것은 깨어있는 시민들, 우리 모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자주 뵙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끝>



태그:#안희정, #장윤선, #박정호, #팟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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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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