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국회 앞에 3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구름 한 점, 작은 그늘 자락 하나 없는 뙤약볕 밑이었다. 이들은 단식 6일 차를 맞은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 옆에서 피켓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단식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 문구에는 '평소에도 굶는데 못할 것도 없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처럼 처절한 문장이 또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합니다. 알바 노동자에게는 식대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폐기(유통기한이 지나 상품가치가 떨어진 음식)만을 먹으며 9시간 동안 알바를 합니다. 아침과 점심은 잠을 자느라 거릅니다. 하루에 두 끼의 단식이 저절로 됩니다. 야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까지, 폐기만 먹을 수밖에 없지 않아도 되는 날까지, 함께합시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A씨
"동조 단식에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던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식비가 안 드니 이번 달은 돈 걱정 안 해도 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인간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의식주라고 하죠. 옷 못 사 입고, 밥 굶으며,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친구들. 저를 포함하여 이 땅의 알바노동자들은 이미 살아남기 위해 일상적으로 단식하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굶고 있습니다." - 학원 보조강사 B씨
"사실 큰 결심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학교에 다니며 일을 하다 보면 밥 한두 끼 거르는 것은 일상다반사였습니다. 다른 분들의 단식 결의문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돈 없고 시간 없어서 밥 자주 굶는다고, 오히려 단식하면 생활비 아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 학교 업무 보조 아르바이트 노동자 C씨
"나는 6030원이 아닙니다. 더는 졸라맬 허리띠도 없습니다. 알바생이 아니라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단식을 선택합니다. 살기 위해 단식을 선택합니다. 내가 여기 있음을 보이기 위해 단식을 선택합니다." -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노동자 D씨
"돈이 없어, 생활비 걱정을 하느라 밥을 굶는 것과 이번 단식 투쟁은 똑같이 끼니를 거르는 것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단식 투쟁을 하며 거른 끼니들은 어떤 이유도 아닌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습니다. 싸구려 밥은 먹지 않겠다는, 맘에 들지 않는 일자리는 거부하겠다는, 아프면 참지 않겠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약속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내 의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나의 시간과 감정과 노동력은 절대 값싸지 않습니다. 이때까지의 나는 굶었지만, 꼭 최저임금 1만 원을 쟁취해 맛있게 살 것입니다." - 화장품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E씨
현재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위한 1만 시간 단식을 선포한 뒤 국회 앞에서 상주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4560시간(21일 기준). 133명이 함께 국회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단식에 나섰다. 한 끼에 8시간으로 계산한 단식 시간은 6일 만에 목표 시간인 1만 시간의 절반 가까이 달성했다.
알바노동자의 가치는, 국민의 가치는 시간당 6030원이 아니다. 우리가 마땅히 먹어야 할 밥. 마땅히 받아야 할 노동의 가치. 최저임금 1만 원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월 209만 원. 2017년 최저임금은, '맛있는' 1만 원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