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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물놀이
 신나는 물놀이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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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도 식후경
 물놀이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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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가 힘을 모아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데, 그러기 위해 마을교육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 끝에 우리 해오름 지역아동센터(아래 해오름) 학부모들은 서로 얼굴이라도 알고 지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해서, 학부모 모임을 만들었고, 모임에 자주 참석한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지난해 '마을교육 공동체'를 운영한 뒤 얻은 성과다. 기자도 해오름 학부모다.

그리고 올해 초, 자원봉사자들이 하던 '주말 배움터'라는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학부모가 직접 한두 번 운영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가능하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면 더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18일 해오름 어린이와 학부모 50여 명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안산 대부도로 향한 까닭이다.

이런 일에 밝은 지인이 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 그가 귀띔한 알찬 정보 덕분에 진짜 저렴한 비용으로 '주말 배움터'라는 이름의 해오름가족 단합대회를 열 수 있었다.

알찬 정보는 안산시가 지역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안산시티투어(ansancitytour.com)'에 있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달변에 친절하기까지 한 관광 해설사와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굵게 파인 주름에서 어촌 흔적을, '선감어촌체험마을'

평상 수다 모드 학부모들
 평상 수다 모드 학부모들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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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칼국수로 맛있는 점심
 바지락 칼국수로 맛있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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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가 찾아간 곳은 선감어촌체험마을(seongam.seantour.com)과 시화조력발전소이다. 처음 계획은 어촌체험마을에서 갯벌 체험을 하는 것이었는데, 물때가 맞지 않아 물놀이(에어바운스수영장)체험으로 급하게 바꿨다.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공터에서 피구, 닭싸움을 한다는 나름 야심찬 계획도 세웠는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삼켜 버렸다. 학부모 절반은 아이들 물놀이 장소에서 발을 떼지 못했고, 절반은 널찍한 평상에 자리를 잡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관광지로 개발하기 전에는 분명 평범한 어촌이었을 텐데, 선감어촌 체험마을에서는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맛이나 보라'며 소라를 건넨 친절한 어르신의 굵게 파인 주름에서 어촌의 흔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수다 삼매경에서 벗어나 몇몇 학부모와 함께 갯벌로 향했다. 인기척만 들리면 '게눈 감추듯'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와 망둥이가 지천이었다. 이 작은 생명들 재롱을 보며, 물때가 안 맞아 바지락을 캐는 호사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그 많은 작은 생명들이 꿈틀대는데도 아무런 소음도이 없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귀 기울여봤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 일행뿐이었다. 오히려 우리가 이들의 평화를 깬 것은 아닌지.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시화조력발전소로 향했다. 친절한 문화해설사가 버스 안에서 "바지락 칼국수가 대부도의 대표 먹을거리"라고 설명했다. '바지락이 많으니, 바지락이 들어간 요리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칼국수는 왜?'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한 문화 해설사는 이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원래 대부도 전통 음식은 짭조름한 '바지락 보리밥'입니다. 그런데 보리밥을 요즘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바지락 칼국수를 대표 음식으로 내세운 거죠."

"우리 아이가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으리란 확신이..."

주말배움터를 마칠즈음, 안산 시화 조력 발전소에서 기념촬영
 주말배움터를 마칠즈음, 안산 시화 조력 발전소에서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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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전망대, 바닥이 유리로 된 부분에 아찔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달 전망대, 바닥이 유리로 된 부분에 아찔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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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조력발전소에서는 가족끼리 자유롭게 관광할 시간이 주어졌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아이는 옆집 엄마, 앞집 아빠가 '하루 부모'가 되어 대신 챙겼다.

조력발전소는 조수의 차(밀물과 썰물의 움직임)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조차가 큰 만의 입구를 방조제로 막아 바닷물을 가두고 수차발전기(대형 프로펠러)를 설치해 밀물 때 방조제에서 떨어지는 물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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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조력발전소 문화관에 가면 이 내용이 그림과 함께 설명돼 있다. 그림을 보여주며 발전 원리를 설명하고 싶어 5학년 아들 녀석과 오늘 하루 아들이 된 4학년 두환이를 찾았지만,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녀석 모두 문화관 한쪽에 있는 책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발전소 옆에 있는 아파트 25층 높이 '달 전망대'에 오르면 조력발전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 바닥 일부가 투명한 유리인데, 그곳에 관람객이 몰려 있었다. 유리 바닥을 밟고 서서 밑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일었다. 아빠 강요에 못 이겨 유리 바닥을 밟았다가 밑을 내려다보고는 놀라서 우는 아이들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렇게 해서 해오름 학부모가 처음으로 주도한 '주말 배움터' 일정이 막을 내렸다. '성과는 있었나, 마을교육 공동체에 좀 가까워졌느냐'라고 물으면 '그렇다'라고 딱 잘라 대답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성과는 분명 있다. 학부모와 아이들 소감에서 학부모가 주도한 '주말 배움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아들이, 형 누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보면서 해오름에 대한 안정감이 생겼어요. 이곳에서 아이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란 확신도 생겼고요."
- 신입생 엄마 -

"같은 공간에서 (학부모들과) 눈도 맞추고 음식도 나눌 기회를 만들어 줘서 정말 감사해요. 다음번에는 저도 음식 준비해서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 웃는 모습 보면서 행복했어요."
- 재학생 엄마 -

"수영장에서 물 많이 먹었지만, 재미있었어요. 타워(달 전망대)에서 유리 위를 걸어 다닌 것도 재미있었고요. 발전이 어떻게 되나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나 알아서 정말 좋았어요."
-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


태그:#안산시티투어, #해오름 지역아동센터, #선감어촌체험마을, #시화조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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