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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삼성중공업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질까. 삼성중공업 사측이 대규모 인력감축과 복지혜택 폐지 등 '자구안'을 내놓자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결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측은 올해 안에 1500명 희망퇴직을 받는다. 사측은 7월 말까지 희망퇴직 자진 제출을 받고, 희망퇴직이 없을 시 9월부터 권고사직할 예정이다. 그리고 학자금 지원 축소 등 복지혜택을 축소․폐지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는 현재 '노동자협의회'가 결성되어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합원은 6000여 명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위원장 변성준)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23일 오후 6시 거제 장평동 디큐브백화점 앞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고, 또 다음주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15일 현판을 떼어내 사장실에 전달했다. 삼성중공업 사측이 협의 없이 자구안을 발표했다며 항의와 압박 수단으로 현판을 떼어내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조 설립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오는 11월 새 임원을 선출하는데, 2년 전 선거에서는 오성주 후보가 '노동자협의회의 노조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당시 '노조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성주씨는 22일 전화통화에서 "몇 명이 노조 설립으로 가면 힘이 없고 현재 노동자협의회는 노조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에 그때 그 공약을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2014년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위기감을 느낀 조합원들이 이번 기회에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다 죽어갈 판에 노동자협의회로는 안 된다고 하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한 노동자는 "아직 현장에서 노조 '전환'이나 '결성'을 공개적으로,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습 "민주노조 건설은 지금이 기회"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은 "노조 없는 노동자들의 미래는 없습니다"는 손팻말을 통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은 "노조 없는 노동자들의 미래는 없습니다"는 손팻말을 통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김경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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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협의회의 투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해고자인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김경습 위원장은 "이번을 계기로 노동자협의회를 청산하고 삼성중공업에 민주노조 간판을 걸어주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며 "민주노조 건설은 지금이 기회이고, 노조 없는 삼성중공업 노동자는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협의회는 지금까지 운영 경비를 사측에서 지원받아 왔다"며 "위원장을 포함한 상근자 15명의 활동비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때 사측 압박용으로 사용하는 펼침막과 투쟁 조끼, 머리띠, 집회시 방송장비 대여비, 시위용 방송차량 관리비, 대의원 간식비까지도 사측에서 100% 지원 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측에 재정 전액을 의존해 온 노동자협의회가 사측의 도움 없이 무슨 재정으로 투쟁을 전개한다는 말이냐"며, 노동자협의회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살길은 노조 설립뿐이고, 그 선택은 노동자들의 몫"이라며 "지금 노조 설립을 거부한다면 차후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더욱 더 비참하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습 위원장은 "노동자협의회가 노동자 대표 기구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에 반발해 벽에 걸려 있던 현판을 떼어서 박대영 사장한테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기회에 노동자협의회를 청산하고 민주노조 간판을 걸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협의회 투쟁 수위 높여, 23일 오후 집회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회사의 자구안에 반발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자협의회 이상익 사무국장은 "23일 집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해 1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판과 관련해 그는 "사측이 교섭단체인 노동자협의회와 협의하지도 않고 자구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항의와 압박용으로 현판을 떼어서 전달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일부 조합원 사이에 노조 전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며 "만약 회사가 몸집 줄이기로 일부 사업장 매각으로 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협의회 운영 경비와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사측이 노조를 못하게 하면서 받는 대가다. 나쁜 뜻으로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거제지부 송태완 사무차장은 "삼성중공업에 노조 설립하는 문제는 몇 명이 움직인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며 "노동자협의회 차원으로 움직여야 힘이 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삼성그룹이 2015년 옛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조가 결성되었듯이, 이번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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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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