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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두둥, 둥, 둥, 두두두두두.'

예로부터 북소리는 인간의 삶과 동행하며 공동체 사회의 염원과 감정을 담는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시 음악의 발생이 '북'과 함께 하였다는 것은 북소리가 갖는 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악에서 북소리는 지친 농부들에게 다시 힘을 주는 묵직한 응원가가 되었으며, 판소리에서 고수의 북소리는 이야기에 흥겨움을 더하고 맛을 더하는 맛깔나는 양념이 되었습니다. 궁중 음악에서 북소리는 왕권의 지엄함과 장엄함을 만들어냈으며, 전쟁에 나가는 용사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우는 진군가가 되었지요.

『두꺼비가 간다』      박종채 글, 그림/ 상상의 힘
『두꺼비가 간다』 박종채 글, 그림/ 상상의 힘 ⓒ 상상의 힘

그림책 <두꺼비가 간다>는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글이 없다고 했지만 그림책에는  '둥, 둥, 두둥, 둥, 둥, 두두두두두.' 북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들이 잔뜩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글자들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글이 아니라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로 다가오기에, 글 없는 그림책이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책은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두꺼비들의 행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시작부에 널따랗게 펼쳐진 푸른 산야는 가슴이 시리도록 정겨운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높지 않아 친근하고 깊지 않아 찾아가고 싶은 우리네 산야에 두꺼비가 말없이 행진을 시작합니다.

'둥' 소리에 맞춰 한 마리, '두둥' 소리에 맞춰 또 한 마리, 빗줄기도 두꺼비의 행진을 응원하듯 투둑투둑 내리는데, '둥둥 덩덩 둥둥 덩덩' 두꺼비들이 하나 둘 모여 길을 갑니다. 북소리가 높아지고 잦아질수록 두꺼비들의 대열은 늘어납니다. 두꺼비를 위협하는 생쥐며 독수리, 뱀, 늑대들도 하나 둘 늘어납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길을 막는 철조망,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두꺼비들은 이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의 길을 갑니다.

'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 더러러러럭, 더러러러럭.'

『두꺼비가 간다』 박종채 글, 그림/ 상상의 힘
『두꺼비가 간다』박종채 글, 그림/ 상상의 힘 ⓒ 상상의 힘

그리고 마침내, 물가에 이릅니다. 간절히 기대하던 교미와 산란의 꿈을 이룹니다. 그리하여 두꺼비들은 다시 푸른 산야를 깨우는 두꺼비들의 울음소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두꺼비들은 두려움도 이기고, 위험도 이기고, 어려움도 이기며, 묵묵히 행진을 합니다. 가야 할 길을 쉼 없이 가야하는 두꺼비들의 행진이 오늘도 내일도 지독히 걸어야 하는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 있네요. 그래도 우리의 행진을 지지해 주는 북소리가 있다면 참 힘이 나겠지요.

우리는 누구나 이 땅의 두꺼비로 삶아갑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들 누구나 두꺼비를 응원하는 북소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살 만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는 2014년 7월 16일 세월호 생존 학생 42명이 단원고를 출발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총 47km를 22시간동안 걸어온 행진을 보며 두꺼비의 산란 행진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고 합니다. 뚜벅뚜벅 걸어가던 두꺼비 같은 아이들의 삶이, 작가를 그들과 함께 뚜벅뚜벅 걷게하였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삶이 북소리가 되어 우리에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꺼비의 행진이 매년 봄이면 계속될 것을 압니다. 그 행진이 생명의 잉태를 위한 숭고한 행진임도 압니다. 그리고 우리의 행진도 무언가를 향해 계속될 것을 압니다. 숭고한 그 무언가를 담고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혹은 두꺼비가 되고, 혹은 북소리가 되어 함께 가는 장엄한 행진을 이어갈 것입니다.


두꺼비가 간다

박종채 글.그림, 상상의힘(2016)


#두꺼비가간다#박종채#그림책#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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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말하고.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서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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