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더 이상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행규 "노동자들을 제발 욕되게 하지 말라"노동자 출신인 이행규 전 거제시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에 보낸 자료를 통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을 욕되게 제발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을 망친 주범인 정부와 대주주, 그리고 정치권의 낙하산 관행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감사원이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근원인 정부의 무분별한 조선업종의 산업단지 조성 등과 부실기업 인수에 쓴 돈의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고, 정부가 단행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도 손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산업은행은 48%의 지분을 보유한 출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방만 경영을 방치했으며, 전직 경영진은 어떤 배경으로 조 단위의 분식회계를 시도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곪아 터진 이유가 경영진과 산업은행 책임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지경까지 이른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만연한 낙하산 인사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행규 전 의원은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대우조선해양 CEO는 네 차례 바뀌었고, CEO가 바뀔 때마다 회사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누구를 새 사장으로 낙점했고, 어느 정치 실세와 친하다는 설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실정은 어떤가. 이행규 전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근속 연수는 올해 3월 현재 평균 21.7년이다. 기본급과 상여금, 휴가비, 통상임금 등을 포함한 월 평균 임금은 415만 원으로, 하루 평균 13만 8000원이다"며 "이는 정부가 정한 건설노동자 하루 평균(18만 8113원)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언론사가 대형조선사로부터 받아간 광고비는 국민의 고혈을 빤 것이 아닌가 싶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과 자본은 늘 그랬듯이 파이를 키워 나눠 먹자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5년간 매출한 143조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0%에 지나지 않는데, 경쟁사에 비할 수 없는 적자는 무슨 이유냐"며 "경쟁사들이야 번 돈이 자신들의 금고에 쌓였겠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이 된 국가는 사장의 임명군에서부터 모든 의결권을 대주주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적자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정권에 있다"며 "15년 동안 노동자들의 '무쟁의'와 목숨을 걸고 번 돈 역시 어려울 때 재투자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정부와 정권이 쟁의를 부르고 있지 않느냐. 목을 쳐야 할 대상은 그들인데 왜 노동자들의 목을 노리느냐"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파업 가결, 현중노조 '토론 제안'조선업 구조조정 강행에 노동자들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조선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특수선 매각 반대'와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등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산업은행 앞 등에서 집회를 여는가 하면, 지난 27일부터 간부들이 노조 사무실에서 무기한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 13~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5%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조합원 6980명 가운데 6127명이 투표해 5207명(85%)이 파업에 찬성한 것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2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합원 5396명 가운데 4768명이(88.4%)이 투표에 참여해 4382명(91.9%)이 찬성했다.
현대중공업노조(현중노조)는 지난 17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했고, 파업을 예고했다. 또 현중노조는 28일 '현대중공업 노사 대표자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현중노조는 "현대중공업은 7월 1일 '전 직원을 상대로 비상경영 설명회'를 한다고 한다"며 "현대중공업에서는 노사합의 없이 회사 일방으로 희망퇴직, 구조조정, 분사를 추진하면서 평생을 회사의 지시에 따라 묵묵히 일만 해온 6만여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불행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실한 기업이 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말 한마디에 졸지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였다"고 주장했다.
현중노조는 "28일 회사는 소식지를 통해 '전 직원을 상대로 비상경영 설명회'를 하겠다는 응답을 해왔다"며 "대화의 장에 나선 회사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노동조합은 회사가 제안한 '7월 1일 비상경영 설명회'를 단지 설명회가 아닌 노사 대표자가 전체 6만 구성원이 바라보는 자리에서 회사 경영전반과 미래발전 전망을 마련하는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중형 조선소 노동자들이 적극 투쟁에 나서고 있다. 진해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은 산업은행 창원지점 앞 등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는 지난 15~17일 사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조합원 987명 가운데 543명(70.79%0이 찬성해 가결시켰다. STX조선지회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했고, 조정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획득했다.
STX조선지회는 29일 오후 6시 진해 석동체육공원 앞에서 '기업 회생을 위한 문화제'를 열고, 'STX조선 살리기 1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