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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수 재경, 아나운서 장예원, 가수 배다해, 가수 다나
▲ '동물복지국회포럼'의 홍보대사들 왼쪽부터 가수 재경, 아나운서 장예원, 가수 배다해, 가수 다나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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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동물보호운동을 13년째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보건복지부·농림수산부·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내고, 민원을 넣고,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들께서 합심해서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생명존중과 동물복지 확립을 위해 애써주시는 동물보호단체 대표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너무 작은 존재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항상 무너지고 힘들어요. 저와 함께 홍보대사를 맡게 된 친구들도 그럴 텐데요,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서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불러만 주신다면 생명존중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요. 불러만 주신다면 뒤에서 열심히 도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명 '가창력 여신'이라 불리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배다해. 그녀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동물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에 민원을 넣고, 탄원서를 쓰고,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시민은 동물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국가에 동물보호를 촉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동물보호단체가 긴급한 사안으로 시민들에게 이런 활동을 요청했을 때, 실제 참여율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배다해씨와 같은 활동가는 동물보호운동에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그럼에도 자신을 '너무 작은 존재'로 낮추는 그녀의 겸손한 태도에서 동물이 생명으로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복지국회포럼 발족식 및 토론회'가 개최됐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단순히 학대를 방지하는 동물보호를 넘어 동물복지를 확립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활동을 도모하는 조직이다.

이 포럼은 2015년 박홍근(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여·야 국회의원 39명과 단체전문가 20명에 의해 창립되었다. 현재는 여·야 국회의원 46명, 동물보호단체·학계·수의계·방송언론계 인사들로 이뤄진 자문의원, 연예계 인사들로 이뤄진 홍보대사가 포럼을 구성하고 있다.

제20대 국회출범을 기념하여 열린 이날 행사 1부에서는 가수 배다해·다나·재경, 아나운서 장예원, 개그맨 양선일이 포럼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2부에서는 국내 동물복지·동물보호의 현주소와 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를 중심으로 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이 동물복지 역행하는 정책 되지 않으려면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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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배설물로 악취가 진동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사육장에 평생 갇혀 산다. 발정유도제를 투여받고 강제 교배·인공수정을 당하며 일 년에 많으면 세 번이나 새끼를 낳는다. 난산을 겪으면 수의학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제왕절개'라는 명목으로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낸다. 이런 고통을 평생 반복하다가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되면 고깃덩어리로 팔려나간다. 이것은 펫숍에서 판매되는 어린 강아지들의 고향인 '강아지 공장'에서 착취당하는 어미 개들의 비참한 삶이다.

지난 5월,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실태가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폭로됐다. 개들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번식농장의 참담한 실상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번식·판매업 규제를 요청하는 집회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연예계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반려동물 번식장의 어미 개들이 살아가는 환경.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반려동물 번식장의 어미 개들이 살아가는 환경.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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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려동물 번식·판매업이 주요 쟁점이 됐다. 동물학대의 온상지인 '강아지 공장'을 근절하려면 국가에서 정한 동물복지 기준을 만족시킨 업체만이 동물을 번식·판매할 수 있는 '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용상 방역관리과장은 (업계의 반발로 반드시 실현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허가제를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이날 토론회에서 밝혔다.

이날 발표 자료에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육성'에 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도 언급되어 있었다. 이날 오경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에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으며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반려동물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복지를 위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고용 창출 등으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언급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육성'이 동물복지에 정말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동물에 대한 무책임한 관심과 호기심만 부추기고 그러한 감정을 동물복지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해소시키는 산업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주 고객층으로 운영되는 동물 체험산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는 '동물과의 교감'이라고 주장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갇혀 온종일 낯선 사람들의 손길과 시선에 시달리는 동물들의 고통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에서는 지자체와 반려동물 관련 업체가 국내 최초로 '애견체험박물관'을 조성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자체 게시판에는 개 전시·체험이 동물학대라고 지적하며 이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정부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계획을 세울 때, 해당 산업이 정말로 동물복지에 기여하는지 숙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통한 '입양'이 아닌 펫숍에서의 '구입'이 동물을 데려오는 주요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동물 선호를 부추기는 산업의 육성은 자칫 동물 소비를 늘려 '강아지 공장'과 유기견 문제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반려동물 번식·판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말로만 외치지 말고 사람들로 하여금 구입이 아닌 입양을 선호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가 이날 토론회에서 지적했듯이, 동물복지는 애견산업 육성으로 이뤄질 수 없다. 미국·독일·영국을 비롯한 동물보호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 번식·판매가 강력히 규제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반려동물산업의 '양적 팽창' 아닌 '질적 향상' 도모해야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복지국회포럼 발족식 및 토론회’ 기념촬영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복지국회포럼 발족식 및 토론회’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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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번식산업·축산업·모피산업·전시 및 체험산업·실험산업을 비롯하여, 동물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산업에는 동물복지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설령 '동물사랑'을 표방한다 해도 산업의 제1목적이 '이윤창출'인 이상, '동물복지'보다 '이윤'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윤을 위해 동물의 복지를 희생시키는 것은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의 뿌리 깊은 관행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쇼·모피·가죽산업에 반대하고, 채식소비를 늘리고 육식을 줄이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지어 동물실험 산업에서조차도 희생되는 동물의 숫자를 줄이는 대체실험법이 권장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동물의 복지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산업을 통해 태어나고 이용되는 동물의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 

다른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락한 삶을 누리는 반려동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반려인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동물복지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개·고양이를 학대·방치·유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려동물이 증가할수록 개·고양이 사료 소비도 증가하며, 이것은 그것의 재료로 희생되는 농장동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동물복지는 반려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동물의 개체 수를 늘리는 산업은 전반적인 동물복지를 위해 지양돼야 한다. 

이에 기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산업 육성정책이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문제적인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의 행동을 교정해주는 산업, 좋은 반려인이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교육하는 산업, 버림받은 동물을 보살피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산업의 개발과 육성을 고려해볼 만하다.  

토론회가 굉장히 촉박하게 진행되어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논의의 초점이 반려동물 문제에만 편중된 점도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 사상 최초로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창립된 것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편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야생동물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우 교수는 야생동물 문제는 특정 시나 지자체에서 다루기 어려우므로 앞으로 포럼에서 야생동물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서 통합적인 동물관련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포럼의 공동대표인 이정미(정의당) 의원은 앞으로 포럼을 통해 동물이 처해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연구와 입법 활동, 관련 단체들과의 교류협력 및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입법을 위한 국민의 동물보호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민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홍보대사들과 함께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동물복지국회포럼에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조세형 시민 기자는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의 활동가입니다.



태그:#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복지, #동물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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