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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노동자가 '전혀 사소하지 않은' 폭력을 경험했다. 류설아(27) 경남청년유니온 홍보국장이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경험했던 폭력 피해 사례를 털어놓았다.

류설아 국장은 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이 연 '2016년 현재, 여성폭력피해에 대한 경남지역 집담회'에서 자신의 사례를 발표했다. 편의점과 학원 강사를 했던 류설아 국장은 7년 사이 폭력 경험이 10여 건에 이르렀다고 했다.

류 국장은 "여성으로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통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물 값이 비싸다고 하는 아저씨한테 "물값은 제가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가 "어린 여자애가 말대꾸를 한다"며 생수병을 던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밤 11시경,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젊은 남자가 5분 가량 따라와 골목에서 지켜보더라는 것. 류 국장은 "그 남자는 편의점 단골이었고, 마음에 든다며 말을 건 적이 있었다"며 "그 남자가 잘생긴 남자 배우라도 여성이라면 그 시간에는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도민일보, 경남청년유니온, 민주노총 경남본부, 창원대학교는 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2016년 현재, 여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남지역 집담회"를 열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도민일보, 경남청년유니온, 민주노총 경남본부, 창원대학교는 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2016년 현재, 여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남지역 집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거스름돈을 주는 손을 잡고 쓰다듬는 단골 아저씨도 있었고, 짧은 바지를 입은 다리를 훑어보며 "나한테 다 보여주고 이제 시집은 다갔다"던 아저씨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학원 원장이 수강생과 강사들이 모두 있었던 카톡방에서 여자 강사의 외모 순위를 정하는 투표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 남자 강사의 순위를 정하는 투표는 하지 않았다.

회식 뒤 원장이 손깍지를 껴서, 다음날 항의하자 '친해서 그랬다'며 사과했지만, 그 이후 몇 달간 항의한 것을 비꼬는 말을 자주 했다. 학원장은 손 정도 잡은 것은 별것도 아닌데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듯이 했다고 류 국장은 설명했다.

또 그는 3년 가량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더니 남학생이 "그러면 갈 때까지 다 갔겠다"고 물었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여성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성추행과 차별적 언행을 견디고 있다"며 "그래도 여성들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류설아 국장은 "여성들이 문제제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인권교육도 더욱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원 원장이 술에 취해 손잡은 일이 일어났던 날 너무 화가 나서 잠을 못 이루었고, 겨우 손잡은 걸로 신고할 수 없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다"며 "원장은 한참 어린 여강사의 손을 잡고 사과 한 마디로 쉽게 넘어갔으니 다음에는 다른 여강사를 포옹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00녀'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여성에 대한 폭력, 혐오 범죄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문 교수는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 살인사건' 등을 소개했다.

문 교수는 "혐오의 대상은 실질적이거나 물질적으로 개인과 공동체에게 해를 끼치거나 위험한 존재라기보다는, 인신론적 차원에서 문화적․사회적으로 위험한 것과 불쾌한 것, 제거되어야 할 불순물로 여겨지는 것"이라며 "여성혐오는 성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혐오 감정을 이용해서 '타자'를 만들어내고, '타자'에 대한 폭력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 재생산하려는 부정적 감정의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며 "사회적 행위자성(agency)을 만들어내는 감정의 생성, 전이, 확산, 정치 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도민일보, 경남청년유니온, 민주노총 경남본부, 창원대학교는 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2016년 현재, 여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남지역 집담회"를 열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도민일보, 경남청년유니온, 민주노총 경남본부, 창원대학교는 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2016년 현재, 여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남지역 집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박명숙 경남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장은 '경남지역 여성폭력 피해실태와 운동'에 대해 발제했다. 박 위원장은 2015년도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피해 상담소의 상담 사례를 분석했다.

그는 "여성폭력의 가해자는 친인척, 배우자, 직장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상적인 폭력 피해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남지역에서 발생했던 몇몇 사례를 든 그는 "'너무 민감함'으로 치부되고, 개인의 문제로 덮어버리는 '일상의 폭력'이 거듭되어 결국 피해 여성이 죽거나, 가해 남성을 죽이거나, 일터에서 생계를 그만두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인권을 보장받는 사회구조적 변화가 필요하고, 국가는 권력 관계와 차별적 상황을 제거하기 위한 일상의 성평등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언론은 성폭력 범죄를 가해자 중심 용어나 자극적, 선정적 묘사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여성폭력 보도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김해수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오늘의 '00녀'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통해, '화장실녀', '염산녀', '트렁크녀', '고소녀' 등으로 불린 보도 형태를 지적했다.

그는 "00녀는 단순히 피해자의 성별을 나타내기 위함이 아니라 여성임을 강조해 기사가 독자들 눈에 띄게 하기 위한 장치"라며 "특히 성별을 강조하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건의 본질과 맥락도 흐려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성룡 <단디뉴스> 편집위원은 "성차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화적 현상이다"며 "제도와 관습을 통해 매우 철저하게 예외 없이 적용되고, 차별받는 여성도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고 내면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빈부격차 심화, 일상적인 고용불안, 장기 저성장, 차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 여성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이유도 크게 보면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한국 역사에서 국가권력, 사회권력, 가부장제도가 한번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 편집위원은 "차별과 인권문제에 대한 좀 더 깊이 있고 근본적인 고민들을 하고 나눌 수 있는 토론이 많아져야 하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성비균형의무할당제, 성폭력에 대한 처벌강화 등 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폭력#경남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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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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