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임기의 반환점을 돈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대 시장 명단에 이름 한줄 올리려고 시장 된 것은 아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여전히 서울의 그늘과 소외를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5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실천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서울시장에 취임했고,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해 5년째 서울시정을 이끌어오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취임 초기 연이은 개혁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회상했다.
특히 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친환경 무상급식 등 '3대개혁'을 당선 즉시 실천했을 때 '시장이 되길 참 잘 했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7조원의 빚을 줄이면서 4조원의 복지를 늘린 것과 1000번째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 임대주택 8만호 약속 조기달성 등에 이어 환자안심병원을 반대하던 정부가 자신의 정책으로 채택하고 동마을복지센터가 새로운 복지전달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목격하면서 '금방이라도 세상이 바뀔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또한 그럼에도 간혹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큰 프로젝트 하나 해야 하지 않냐'는 말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늘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믿고 토목과 외형이 기초한 수직적 랜드마크가 아니라 서울이 가진 자연, 역사, 사람의 가치가 서로 어울린 수평적 랜드마크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더라... 구의역사고땐 자괴감"박 시장은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며 좌절의 순간도 털어놓고, 그 예로 야심차게 준비한 '반값식당'이 상인들의 반대로 문을 열지 못한 것과 재개발·뉴타운이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는 것, 서울인권헌장이 선포되지 못한 것 등을 열거했다.
그는 노량진 배수지 매몰사고, 방화대교 사건,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사고 등 연이어 터지 사고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구의역 김군의 사고를 막지 못한데 대해 "시장으로서의 자괴감도 절망감도 들었다"고 괴로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민선 6기 2주년을 맞으면서 성취보다는 부족함에 대한 성찰과 반성,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시민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나아가 국가와 시장 주도의 고도의 압축성장으로 드리워진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과 싸워 비정규직, 갑을사회, 하청사회를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박 시장은 '남은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람과 생명과 시민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정책을 펴왔음에도 여전히 개혁, 개선할 여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구의역 사고가 증명해줬다"면서 "여전히 그늘로 남아있는 부분들을 확고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취임 5년이 다 돼가면서 너무 자신감에 빠져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난 4~5년간 많은 일을 해서 시민들의 칭찬도 듣고 압도적으로 재선도 돼서 자만심에 빠졌던 것 같다"며 "구의역 사고도 그래서 감수성이 떨어지고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한 점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2년이 남아있으니까 조금은 더 겸손함과 초심을 가지고 잘 정리해나갈 기회가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옥바라지골목·구의역사고 등을 보면 임기 5년이 됐는데 아직도 시장의 시정철학이 간부·직원들에게 제대로 스며들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공무원들이 워낙 많으니까 하나같이 다 따라오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공무원들이 잘 따라줬고 이만큼 하는 것도 그들의 힘"이라며 감쌌다.
그는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조성하는 용산공원에 정부 기관이 집단으로 들어서려는 것에 대해 "민족공원으로 만들, 천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이니 만큼 시민의 품, 민족의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에 전면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서로가 찢어먹는 게 아니라 서로 나누고 상생하는 길이 있다, 정치적으로 그러는(반대하는) 것은 국가와 미래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