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군사적 우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국방부남한은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인가 우위인가? 묻고 또 묻는 질문이다. 남한 GDP가 북한의 46배(2014년)나 되는데 남한이 대북 군사적 열세라고 주장하면 이는 누구한테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북한보다 44배(2014년)나 많은 국방예산을 쓰는 국방부가 대북 군사력 열세라는 주장을 하면 스스로 낯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정부와 군은 대북 군사적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국방부(군)로서는 군 기득권을 지키고 국방예산을 확보하는 데서, 보수세력으로서는 정권을 장악하는 데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안보이데올로기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적 열세를 방위비분담과 연관 짓는 국방부 정부는 방위비분담을 시작하면서 그것이 필요한 까닭에 대해서 "대북 군사력 열세"와 연관지어 설명해 왔다.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북한에게 유리한 현 상황에서는 이러한 열세를 보완하기 위하여 주한미군의 유지가 필요하며, 미국의 경제능력이 부족한 만큼 국가경제 및 재정능력 범위내에서 적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이 필요하다."(국방부 <1992-1993 국방백서>, 1992.10, 122쪽)그런데 대북 군사력 열세와 연관지은 설명은 1995년에 끝난다. 1996년부터는 이렇게 바뀐다.
"향후 우리나라의 방위비분담은 한반도 안보상황,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 우리 나라 안보에 대한 주한미군의 기여도, 우리나라의 부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미 양국의 이익이 일치되는 적정수준에서 분담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국방부, <1996-1997 국방백서>, 116쪽) 대북 군사력 열세에 대한 언급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김일성주석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인식이 바뀐 것과 연관돼 있어 보인다. <1996〜1997 국방백서>는 "남북한간의 국력경쟁구도는 실질적으로 종식되고 있는 단계"라고 쓰고 있다. 국방부가 남북간 국력경쟁이 끝났다고 선언할 정도라면 북한의 대남 군사적 우위를 관성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스스로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방위비분담을 대북 군사력 열세와 연관지어 설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북 군사력 열세라는 정부(국방부)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방위비분담금은 한반도 방위의 핵심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의 주둔에 필요한 총비용 중 일부를 우리 정부가 분담하는 것이다."(<2014 국방백서> 110쪽)라는 국방부의 주장은 뒤집으면 한국군이 여전히 한국 방위의 핵심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한국방위의 핵심역할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한국군이 아직 북한을 방어할 수 있는 단독 능력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국방부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자기모순적인가, 또 시대착오적인가를 보기로 하자.
과연 언제까지 대북 군사력열세 타령인가? 우리 국방부는 지금부터 거의 30년 전인 1989년에 "남북한 군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전쟁수행잠재력면에서는 한국이 월등히 우세하지만, 동원군사력면에서는 남북한이 대체로 대등"(국방부 <1989 국방백서>, 185쪽)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다만 우리 국방부는 "상비군사력(현존 군사력)면에서는 북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남한의 상비군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1990 국방백서>는 지상장비, 해상장비, 항공장비가 모두 한국군이 성능면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한의 상비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양적으로는 뒤지나 질적으로는 앞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도 <1990 국방백서>에서는 "한국의 투자비(국방비 중 전력투자비)누계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북한을 능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118쪽)된다고 말함으로써 1995년 이후에는 상비군사력에서도 남한이 북한을 앞설 것임을 예상하였다.
리영희 선생은 1988년 8월 4일 국회 공청회에서 발표한 '남북한 전쟁능력비교연구'를 통해 "북한은 단기적∙장기적 군사력과 국가적 전쟁자원, 그리고 민간부문의 군사용 전환효과 등에 있어서 남한보다 훨씬 열세한 사실이 입증되었다"(리영희, <반세기의 신화>, 삼인, 1999, 213쪽)고 하여 전쟁수행잠재력, 동원군사력 이외에도 상비군사력(단기적 군사력)에서도 남한이 우위에 있음을 입증하였다.
북한의 핵보유가 남한의 군사적 우위를 바꿀 수 없어북한이 비록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남한의 대북 군사적 우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남한 공격을 위해 핵을 사용할 수 없다. 한반도는 매우 폭이 좁고 종심이 아주 짧은 전장환경 때문에 단 1발의 핵이라도 사용되면 북이든 남이든 똑같이 괴멸적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한반도에서는 핵을 사용하기 어렵다. 남과 북은 이미 재래식전력에서 서로 상대를 과잉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있기 때문에 굳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북한은 대남 전쟁억지력을 갖고 있다.
즉 북한의 핵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핵공격에 대한 보복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은 "우리가 핵억제력을 보유한 것은 민족의 머리 위에 핵탄을 들씌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연합뉴스 2016년 2월 5일)고 하여 남한에 대한 억지력이 아닌 대미 보복억제력임을 변호하고 있다.
국정원은 2009년 청와대에 핵이나 화학가스를 탑재한 북한 미사일 등에 의해 남한의 핵심 군사시설이 피격된 상황에서도 남한이 주한미군을 제외하고서도 북한에 비해 10%정도 군사적 우위에 있다는 남북군사력비교에 관한 보고를 하였다(
신동아, 2010년 3월호). 즉 위 보고서는 북한의 핵보유 하에서도 남한의 군사력이 대북 전쟁억지력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2011년 군간부 및 병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남북 군사력 비교에 관한 여론조사가 국회 국정감사 때 보고되었다. 그에 의하면 군간부(1253명 대상)의 경우 한국군 우세응답이 72.6%인데 반해 북한군 우세는11.9%에 불과하다. 병사(2267명 대상)의 경우는 한국군 우세응답이 62.6%, 북한군 우세는 22.9%다.(국방부,<2012년도 국정감사요구자료>, 2012.10. 558쪽)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한 상태였던 2011년 1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인데도 간부건 병사건 한국군 우세라는 시각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은 민족 공멸 자초할 뿐T(위협)=I(의도)×P(군사력). 이 공식처럼 한 국가가 느끼는 위협의 크기는 상대국가의 공격의도와 공격능력의 곱으로 표시한다. 상대국가가 자기를 공격할 의도와 군사적 능력이 있으면 그 국가를 위협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군사적으로 자신보다 열세인 경우 즉 상대가 공격할 능력을 갖지 못한 경우에는 상대가 설사 공격할 의도가 있다 해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2014 국방백서>는 "북한은 대규모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천안함공격∙연평도 포격과 같은 지속적인 무력도발 등을 통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37쪽)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방부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의사도 있고 군사적으로도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이 북한보다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적' 또는 '군사적 위협'이 아니다. 그리고 국제 안보에서는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설사 군사적으로 열세라 하더라도 분쟁을 정치적, 외교적,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상대국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기필코 북한의 핵문제를 풀고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그간의 경험이 충분히 보여주듯이 결코 무력대결이나 제재의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서 비롯되는 북한 핵문제의 본질 상 그 해결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 줌으로써 가능하다.
주한미군의 힘을 빌려 북한 핵문제를 전쟁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 민족의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북한과의 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헌법의 요구이며 집권자의 의무고 책임이다.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면 주한미군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고 방위비분담금을 줄 필요도 없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남북간 군사문제나 안보문제는 결국 남북간 군사력 비교문제로 귀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위비분담금 문제도 결국은 남북간 군사력 비교를 피해갈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실제 국방부도 방위비분담금의 불가피성에 대해서 남한의 전력열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군사력 열세와 연관지은 주장은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방부가 남한의 군사적 열세라는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한국군 독자적인 한국방어가 어렵고 주한미군이 핵심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결국 남한의 군사력 열세라는 기존의 국방부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 그러해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군기득권 차원에서 남한의 군사력 열세라는 입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