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친구의 점심식사 초대에 가겠다고 결정한 내 선택부터 잘못이었을까. 점심식사 이후 서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찻집으로 향했던 발걸음 무리에 발을 섞고 말았던 그 선택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장마가 시작되면서 아이들과의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았지만 친구의 초대에 응했던 건, 주말의 시작을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의 답이 해결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이겨내지 못해 이부자리에서 버둥대던 몸을 움직이게 한 힘은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친구 집에 가면 간만에 내가 만들지 않은 정성스러운 집밥을 먹을 수 있을 터였고, 보고 싶은 친구들 얼굴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모 집에 가자!"아이들 역시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주말인데도 아빠는 출근한다. 이 사실을 의아해 하면서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도 마뜩잖게 했다. 그렇게 아빠와 이별하고, 좋아하는 이모 집에 간다는 엄마의 외침은 아이들에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흡족했던 모양이었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는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는데...차로 운전해 약 30분 거리의 친구 집에 도착해 조잘대고 놀며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까지는 아이들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다. 가는 동안 차에서 잠들었다가 도착하자마자 깼기 때문에 낮잠은 평소보다 덜 잔 게 사실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점심식사 후 바깥에 나섰을 때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고민을 좀 더 했어야 했던 게다.
잠깐의 고민 끝에 차문을 여는 대신 트렁크를 열어 휴대용 유모차를 꺼내 작은 아이를 태웠다. 큰아이는 잘 따르는 이모의 손을 꼭 붙들게 하고 습기 가득한 주택골목길을 지나 큰 길을 건너 친구의 단골 찻집에 도착했다.
"엄마, 난 뭐 사줄거야?"그 찻집의 명당자리, 편한 소파가 있으며 구석진 자리인 그곳이 만석이라 바로 옆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으려는데 큰 아이가 대뜸 물었다. 그 물음에 대답하기 전 번뜩 든 생각은 이랬다.
'아들아, 너에게 뭘 먹일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가 큰소리 없이 잘 있을 수 있겠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 같아.'그 생각이 들었을 때 주문을 하지 않고 나왔어야 했을까.
주말 오후, 꽤 큰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널찍하고 시원한 찻집 좌석 곳곳에는 한가롭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어떤 의자에 앉을 것인가부터 남매가 다투는 모습을 보다가 말리고 설득하다 화내기 직전의 협박 단계에 이르다 보니 시원한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가슴이 서늘해졌다.
'나는 어쩌자고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낮잠 덜 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걸까.'함께 있는 친구들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 잠깐의 순간조차 기억에 없는 것 보면 아이들 뒷치닥거리에 혼이 빠졌던 게 분명하다. 아이들을 위한 음료(키위주스)가 나왔을 때부터 집에 가기 싫다고 온몸으로 반항하는 묵직한 큰아이를 차에 가까스로 태울 때까지 말이다.
주스를 마시다가 실수로 바닥에 쏟아버린 작은 녀석의 옷을 닦아주고 흥건하게 젖은 카페 바닥을 온 방법을 동원해 치웠다. 그러더니 큰아이는 뭔가를 더 먹고 싶다고 칭얼거렸다. 조각 케이크 두 조각을 주문해 가져오니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또 한판 싸움이다. 두 녀석을 말리는 일은 실로 힘에 부쳤다. 말리는 엄마의 언성이 높아지고, 다투다가 밀린 작은 녀석이 울음소리가 카페 안 다른 이들의 소곤대는 소리를 삼켜버렸다. 차라리 내 몸도 삼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내 탓이었다찻집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봐 최대한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아이들을 설득하며 애를 썼지만, 결국은 나를 위함이었던 것 같다. 부끄러움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온라인을 달궈댔던 '맘충'이라는 소리가 내게 들릴까봐 두렵다는 듯이.
주말 아침부터 시작된 모든 일은 엄마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시끄러운 결과도 엄마의 몫임이 분명했다. 내 욕심에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고, 낮잠을 제대로 못잔 아이들의 컨디션을 배려하지 못하고 다른 공공장소에 또 아이들을 데려 갔다. 때문에 좋지 못한 결과의 화살은 아이들에게 향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화살은 아이들에게 향했다. 아이들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으면서 음료와 케이크를 삼켰다. 급기야는 시끄럽게 울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악을 쓰면서 울고 싶음에도 꺽꺽거리며 눈물까지 삼켰다. 그 화살이 이제야 내게로 돌아와 여기저기 생채기를 낸다.
그 날은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은 했어야 했다. 영업에 지장이 있었을 친구 단골찻집 주인장 내외에게만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짜증을 참아준 친구들과 찻집 안의 다른 손님들 그리고 엄마의 화를 이겨낸 내 아이들.
'조금 더 다정하게 설득할 걸. 조금만 더 동요 없는 낯빛으로 아이들을 대할 걸.'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은 그 날의 일로 더 분명해졌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rnjstnswl3 중복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