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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8일 서울요금소를 방문해 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8일 서울요금소를 방문해 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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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리던 차들이 하나둘씩 멈춰서는 고속도로 요금소(톨게이트). 이른 새벽 시간에도 차량은 끊이지 않았다. 그 옆으로 하이패스 구간을 차량들이 쏜살같이 지나쳤고, 그 소음으로 바로 옆 사람에게 말할 때도 목소리를 높여야할 정도로 심했다. 또 배기가스와 주행 중 발생하는 먼지로 금방 목 안이 답답해지는 게 느껴졌다.

8일 오전 5시30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8명이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를 방문했다. 한 톨게이트노동자는 "이 시간에 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건 처음"이라며 "그것도 국회의원들이 왔다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의원들이 지하로 내려서자 통로가 가득 찼다.

"국회의원 방문 한다니까 노후 차량 수리"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이 이용하는 차량에 찍힌 주행거리 '999999'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이 이용하는 차량에 찍힌 주행거리 '999999'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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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라 통로는 축축하고 어두웠다. 50미터 가량을 걸어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자 항상 지나치기만 했던 요금수납부스가 보였다. 노동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노동, 소음과 매연에 노출된 환경, 화장실을 가려면 긴 통로 끝까지 가야하는 낙후한 시설, 또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는 업무평가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했다.

게다가 서울 요금소는 최근 용역업체를 바꾸면서 13명의 수납노동자를 감원하려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요금소는 한국도로공사가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 과정에서 최근 논란이 된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처럼 도로공사 퇴직자들에게 용역업체를 맡기는 '도피아(도로공사+마피아)' 같은 사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수납노동자들뿐 아니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속도로 안전순찰원'들도 참석해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전국 권역별 53개 업체에 약 850명이 일하고 있다. 각 사업장 별로 16명이 8시간씩 4조 3교대로 근무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하지만 인력 충원은 요원한 상태다.

또 이들이 실제 고속도로 순찰에 이용하는 차량은 이미 주행거리가 100만Km가 넘은 노후 차량이었고, 이날 의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져온 차량은 브레이크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도로공사 소속의 정규직 직원들은 신형 승합차량을 타고 순찰을 돈다. 결국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차량으로 안전 순찰을 하는 꼴이다.

서정환 안전순찰원노조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방문 한다니까 어제 저녁에 본사가 차량을 다 가져가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수리했다고 한다"라며 "우리는 우리가 타는 차량을 '백만돌이'라고 부른다. 이미 100만Km를 훌쩍 넘었지만 차량 게기판에는 '999999'까지밖에 찍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원식 "법과 제도 개선에 집중할 것"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8일 서울요금소에서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지하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8일 서울요금소에서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지하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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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현장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9대 때 '남양유업 갑질' 사건을 계기로 결성돼 이후 여러 사회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사회 갈등 해결에 앞장섰다. 지난 2014년에는 당의 상설위원회로 승격돼 위상도 높아졌고, 20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19대보다 많은 55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게 됐다.

이날 현장 방문에는 우원식 위원장을 비롯해, 남인순, 박광온, 박홍근, 진선미, 유은혜, 권미혁, 김병관, 김영호, 문미옥, 박주민, 송옥주, 이훈, 유동수, 최인호, 김현권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밖에도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과 최운열 의원 등 당내 '경제통'과 금태섭, 백혜련, 조응천 등 법조인 출신들도 이름을 올렸다.

우원식 위원장(서울 노원을)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노동자들 문제는 지난 19대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지만 잘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라며 "을지로위원회가 연속성 있게, 진정성을 가지고 활동에 임하겠다는 취지로 첫 현장 방문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는 보다 법과 제도 개선에 집중해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방문의 책임을 맡은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은 "초선으로 원외에 있을 때부터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지켜보며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라 도로공사와 관련된 이 문제에 책임을 맡게 됐는데, 실제 와서 보니 도로공사의 문제점이 심각해 보인다, 여러 방면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을지로위원회, #고속도로, #안전순찰원, #톨게이트,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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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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