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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방문한 신은미씨.
 북한에 방문한 신은미씨.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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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화부)는 지난 2013년 신은미씨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다. 당시 문화부는 신씨에 대해서 "반공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써서 믿을 만한 책"이라는 아낌없는 칭찬과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문화부는 신씨에게 한 마디의 양해나 설명, 통보도 없이, 이 책의 우수문학도서 자격을 급작스레 취소했다. '문화부'의 비문화적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한나라 문화부의 정책이나 평가가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또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송방아 판사는 신씨가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법무부가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것을 취소해 달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 송 판사는 "원고가 토크콘서트에서 말한 내용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이렇게 판결했다. 송 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은 아니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올 수 없다'는 비논리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에 있는 신은미 선생과 지난 며칠간 이메일과 국제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내 표현의 자유, 미국도 우려하는 수준"

한국 떠나는 신은미씨 지난해 1월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씨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출국 심정 밝히던 모습.
▲ 한국 떠나는 신은미씨 지난해 1월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씨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출국 심정 밝히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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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재판 결과를 포함, 이른바 '신은미 사건'을 일부 언론에서는 한마디로 반통일 반평화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누군가는 '공작정치'라고도 말한다. 남북한과 미국을 모두 방문한 사람으로서 남북한과 미국의 반통일, 반평화 세력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내가 한국에서 추방될 당시, 왜 대다수 한국 언론이 일제히 허위보도를 내보냈고 마녀사냥식의 종북몰이 광풍이 불었는지 나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당시 문제가 되고 있었던 '청와대 정윤회 스캔들', '통진당 해산'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설마 나 같은 해외동포 아줌마를 그 대상으로 삼았을까... 의문이다. 어쨌든, '반통일, 반평화의 결과'라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사실 나는 정치에는 문외한이다. 단지 북한을 방문하고 여행기를 쓰면서 민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자연스레 관련 글을 읽고 가끔 배우려고 노력하는 정도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미국은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분단을 즐기고,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미국 시민권자로서 박근혜 정권의 반인권적 조치에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또 미국 법원에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인신공격 등을 소송할 수 있나?
"적어도 겉으로는 내가 한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미국 정부가 남한 정부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월, 내가 강제출국 될 때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는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에이미 정(한국명 신은미) 사건을 주시하고 있고 에이미 정을 위해 모든 영사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어쨌든 출국을 하는 상황에서 아마 그 정도가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외 미 국무부 발행 '2015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은미 추방에 대해 언급했다."

- 향후 미국 정부나 미국인권변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공식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응할 계획이 있나? '신은미 사건'은 단지 신은미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과 미국, 즉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사건은 근본적으로 민족 분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우리의 민족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내가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분단 때문에 일어난 일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 미국은 종종 북한을 반인권 국가라고 비판한다. 연장선상에서 혹시 이번 일을 겪으며 도와준 미국정부나 인권단체 인사들이 있는가?
"솔직히 미국은 '우방'인 한국의 인권에 별 관심이 없다. 미국과 친한 또는 충성하는 나라에서 어떤 인권유린이 발생해도 미국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과거 (그리고 지금도) 미국은 미국에 충성하는 많은 잔악한 독재자들을 지원했고 지금도 여전히 지원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는 인권단체들도 많고 또 정부 내에도 인권을 옹호하는 인사들도 많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문제를 위해 그런 분들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다. 주위 사람들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한국 법정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속 투쟁할 것이다.

인권 문제에 자유로운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 언급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에게 자유의사 밝힐 기회 줘야"

황선-신은미 '종북몰이' 기자회견 신은미씨가 지난 2014년 12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왼쪽은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
▲ 황선-신은미 '종북몰이' 기자회견 신은미씨가 지난 2014년 12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왼쪽은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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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사회를 겪어 본 재미동포 입장에서 미국 정부, 박근혜 정권,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다 남북통일을 바란다고 생각하나? 또 남북이 향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우선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국은 한반도가 분단된 상태에서 최대의 이익을 누릴 수 있으니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남과 북은 모두 통일을 바라지만 어떤 통일을 바라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나는 남과 북이 합의한 6.15 선언과 10.4선언을 지키라고 항상 주장한다. 그 길이 향후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한다."

- 이른바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자진 탈북이 아니라 강제 납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동안 많은 탈북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그들 전부가 자유의사에 따라 남으로 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도 언급했듯이 이번 북한 종업원 집단 입국은 국가기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데 공감한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그들에 대한 민변 그리고 유엔 인권위원회의 접견을 불허하는 등 정부 스스로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왜 접견을 불허할까? 오히려 적극적으로 접견을 주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변의 접견 요청에는 '그들의 신원이 밝혀지면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거절을 했다는데, 그들의 신원을 밝힌 것은 한국정부였다. 그리고 북에 있는 가족들이 민변 변호사들에게 위임장까지 보냈지만 한국 정부는 접견을 불허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접견요청마저 거부하고 있다. 여러 정황이 그들이 기획 입국됐다는 생각을 저버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 어서 빨리 그들에게 자유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인간에 대한 사랑"

 신은미씨의 둘째 수양딸 리설향과 수양사위. 지난해 6월 촬영했다.
 신은미씨의 둘째 수양딸 리설향과 수양사위. 지난해 6월 촬영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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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우수문학도서 자격을 취소했을 때 사전 통보가 있었나? 그리고 있었다면 특별한 사유가 있었나?
"'우수문학도서 취소'를 하는 사람들이 사전 통보를 해줄 만큼 친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통일부도 나를 출연시켜 만든 홍보 다큐멘터리를 통일부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내렸는데 내게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허위 보도에 편승한 종북몰이의 광풍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의 수준이 그 정도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독재정권처럼 '반공'을 가장 중요한 국시처럼 떠받들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은 전 세계 최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다. 이런 모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에 의한 통일을 방해한 결정적인 공산당 지배 국가인 중국의 인민해방군 열병식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했다. 박근혜 정권에게 '반공'은 그저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증거라고 본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지난 종북몰이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서 남편도 완전히 은퇴를 했다. 그게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다. 약 2주 전 한적한 리조트 도시로 이사도 했다. 온천, 골프장, 그리고 카지노 등이 있는 곳인데 은퇴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는 시간도 많으니 수양가족들을 만나러 앞으로 더 자주 북한에 가려고 한다. 지난해 6월과 10월에도 다녀왔는데, 6월에는 일본 순회 강연에 초청받아 참석한 김에 수양딸들을 만나러 갔고, 10월은 출산을 앞둔 둘째 수양딸에게 출산 준비를 해주고 밥이라도 한 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보통 한국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산당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어떻게 모녀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과 가족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그런 것은 아무 장애도 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정과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 신은미 선생은 초중교 시절 민간 외교사절단인 어린이 예술단 <리틀앤젤스> 단원으로 세계 40여 개국 공연. 선화예술 중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성악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 석사, 박사. 2012년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네잎클로바) 단행본 출간. 2013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2014년 제20회 '통일언론상 특별상' 수상. 2015년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 (네잎클로바) 단행본 출간. 2015년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신은미#김성수#북한#통일#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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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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