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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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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넣기 힘들다."

지난 1월, 대전~당진(영덕) 간 고속도로 당진 방향 신풍간이휴게소. 이곳 음료수 자판기 앞에 누군가 매직펜으로 써놓은 글귀를 발견했다. 누군가 장난으로 낙서해 놓았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이 낙서(?)를 이해하는 데에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판기 중 하나가 외부를 둘러싼 프레임 가로지지대로 인해 지폐 넣는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나마 공간이라도 넉넉했다면 좋았으련만, 프레임과 지폐 투입구가 불과 5cm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성인의 손으로 지폐를 넣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수십여 차례 시도했으나, 지폐를 투입구에 넣지 못했다. 그나마 프레임을 벗어나 자판기 위쪽에 있는 동전 투입구만 이용이 가능했다. 결국, 지폐만 소지했던 나는 이 기이한 음료수 자판기 이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즉시 한국도로공사 홍보실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그대로'(https://www.facebook.com/koreaexpressway)의 관리자에게 메시지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여 사진과 함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곧바로 관리자가 이 메시지를 읽었다는 '읽음 표시'는 되었지만, 답장은 없었다. 하지만, 홍보 관리자가 민원을 읽은 것을 확인한 나는 바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오늘(7월 13일) 다시 그곳을 찾았다. 바로 고쳐줄 것이라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 걸까? '그대로'라는 한국도로공사 페이스북 이름처럼 6개월간 바뀐 것 전혀 없는 '그대로'였다. 역시 오늘도 그 자판기는 '그림의 떡'이었다.

문득 '여우와 두루미'라는 이솝 우화가 떠오른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 접시에 수프를 담아 먹으라고 권한다. 그런데 두루미는 뾰족한 부리 때문에 먹지 못했고, 두루미는 또다시 호리병에 수프를 담아 여우를 골탕 먹인다는 우화다. 이솝은 이 우화를 통해 비록 하찮은 일일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만약 이솝이 이 자판기를 봤더라면 뭐라고 했을까?

도로공사는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 정규 휴게소 외 간이휴게소와 졸음쉼터 등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대전~당진(영덕) 간 고속도로에만 간이휴게소가 6곳이나 설치하여 고객을 위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생색내기로 휴게소 몇 곳 설치하는 보여주기식 정책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용자들을 위한 소박한 배려다.

물론 SNS를 활용한 안전한 고속도로 이용 홍보도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이 업무들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1%를 위한 보여주기식 홍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나머지 99%를 위하는 실질적인 배려들이 아쉽다. 하루 수입만 200억 원이 넘는다는 고속도로 통행료는 어디에다 쓰는 것일까?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여러분, 자판기에 제발 돈 좀 넣어봅시다!

(관련 기사: 고속도로 수납원들, 비바람 좀 피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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