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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 된 국어사전이 나오기 힘들다고 할 만한 이즈음, 종이책으로 엮은 새로운 한국말사전(국어사전) 한 권을 내놓았습니다. 이 한국말사전은 제가 혼자서 오롯이 썼습니다. 올림말을 뽑고, 풀이말을 붙이고, 보기글을 쓰는 모든 일을 혼자서 했습니다.

 겉그림
겉그림 ⓒ 철수와영희
그러나 말을 다루는 모든 일은 혼자서 했으나, 이 한국말사전 한 권을 엮는 동안 수많은 다른 사전을 수없이 살피고 읽고 돌아보았어요. 일제강점기에 나온 사전부터 국립국어원 사전에다가 북녘과 연변과 일본에서 나온 사전까지 모두 헤아리면서 엮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써서 내놓은 한국말사전은 모든 한국말을 다루려고 한 '종합 국어사전'은 아닙니다.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이 뜻이나 느낌이나 쓰임새를 즐겁게 생각하거나 기쁘게 살피면서 말꽃을 피울 수 있도록 북돋우려는 뜻으로 엮은 '비슷한말 사전'입니다.

모두 264 갈래로 나누어서 1100 낱말을 다루었습니다. '종합 국어사전'은 아니지만, 이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펴냄)에서 다루는 1100 낱말을 놓고 뜻풀이를 모두 새롭게 붙였습니다. 보기글도 모두 새롭게 지었습니다.

이 사전은 어른이 읽는 책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도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뜻풀이하고 보기글에 더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열 살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도록 말풀이와 보기글을 쉽게 적으려고 했습니다.

'열 살 어린이 눈높이'를 살피면서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인 까닭은, 이 사전이 '인문 지식을 두루 갖춘 어른'만 읽는 책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는 길에 길동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학교를 마치지 못한 이웃님도, 중·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이웃님도,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한국말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길동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꾸다·꾸미다
[모둠풀이]
 "곡식, 꽃, 나무, 남새를 잘 자라도록 기르며 손질하고 보살피다"를 뜻하는 '가꾸다'입니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흙을 만지면서 밥과 옷과 집을 얻었어요. 이러한 시골살이에서 태어난 '가꾸다'예요. '꾸미다'는 "어떤 모습이 나게 매만지거나 차리거나 손질하다"를 뜻해요. 겉으로 좋게 보이려고 하는 일이 '꾸미다'입니다. '가꾸다'는 굳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겉으로 좋게 보이려고 '가꾸는' 일은 없습니다. 속을 보듬거나 보살피면서 저절로 겉모습까지 좋게 되도록 한다는 '가꾸다'입니다. 이와 달리, '꾸미다'는 겉모습을 좋게 보이려고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데, 슬기롭게 '꾸밀' 수 있으면 겉모습과 함께 속모습을 나란히 나아지게 힘쓰겠지요.

[낱말풀이]
가꾸다
1. 곡식·꽃·나무·남새를 잘 자라도록 기르며 손질하고 보살피다
 - 우리 집 논을 가꿉니다
 - 밭에서 무와 오이를 가꾸어요
2. 몸을 잘 다듬어서 보기 좋게 하다
 - 얼굴을 가꾸었을 뿐인데 딴 사람처럼 보인다
 - 겨우내 몸을 튼튼하게 가꾸었네
3. 좋은 모습이 되게 하려고 보살피다
 - 마음을 가꿀 때에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다
 - 언제나 웃고 노래하고 싶어서 마음씨를 곱게 가꾸어요
4. 쓸모없는 땅을 쓸모있는 땅으로 바꾸다
 - 빈터를 가꾸어 텃밭을 마련해요
 - 이쪽 풀밭에 나무를 심어서 아기자기하게 가꿀 생각이야

꾸미다
1. 어떤 모습이 나거나 되도록 매만지거나 차리거나 손질하다
 - 옷차림을 예쁘게 꾸미고 나들이를 갑니다
 - 앞뜰과 꽃밭을 새봄에 밝게 꾸밉니다
2. 거짓을 참으로 바꾸어 보여주거나,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보여주다
 - 남모르게 꾸민 말이 들통났구나
 - 엉뚱하게 꾸민 이야기를 반길 사람은 없어요
3. 바느질을 해서 새로 마련하다
 - 고운 실로 치마와 저고리를 꾸며요
 - 동생한테 선물로 주려고 양말을 꾸미지요
4. 글을 따로 매만지면서 쓰다
 - 동무들과 글을 꾸며서 책을 조그맣게 엮었어요
 - 글을 너무 꾸며서 쓰면 빛을 잃는다
5. 살림을 차리면서 갖추거나 마련하다
 -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림을 잘 꾸미신다
 - 야무지게 살림을 꾸미는 할머니 솜씨를 물려받고 싶어요
6. 여럿이 모여서 어떤 일을 꾀하거나 모임을 열다
 - 너, 우리 몰래 무슨 짓을 꾸미니
 - 우리말을 사랑하는 동아리를 꾸민다

 속그림
속그림 ⓒ 철수와영희

이제껏 나온 모든 한국말사전은 아직 '읽는이(독자) 눈높이'를 헤아리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어른이 보는 사전은 '어떤 어른'이 읽을 만한가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린이가 보는 사전도 '어떤 어린이'가 읽을 만한가를 미처 헤아리지 못해요.

그래서 아직 한국말사전은 하나같이 뜻풀이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돌림풀이(순환정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안타까운 대목이 더 있는데, 쉽게 쓸 한국말은 뒤로 젖히고 '뜻이 같은 한자말'을 올림말로 삼으면서 '쉬운 한국말'은 그냥 풀이말로 붙이는 모습입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그동안 느낀 이 같은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을 모두 씻어내자는 다짐으로 엮었습니다. 저는 2001년부터 2003년 8월까지 <보리 국어사전>을 엮는 편집장 일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석사나 박사 같은 학위가 없으며, 따로 저를 가르치거나 이끈 교수나 스승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혼자서 모든 대학교 국문과 교재를 헌책방과 도서관에서 샅샅이 찾아서 다 읽었고, 이밖에 국어국문학 교재뿐 아니라 숱한 책과 사전도 절판되었으면 헌책방에서 찾아서 읽고, 아니면 도서관에서 찬찬히 읽으며 혼자서 한국말을 익혔어요. 이렇게 스스로 배움길을 걸었기에 이십대 중반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 노릇을 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바르다 1·반듯하다*·곧다·가지런하다*·나란하다
[모둠풀이]
'바르다'는 "굽지 않거나 비뚤어지지 않거나 어긋나지 않은" 모습을 가리킵니다. '곧다'는 '바르다'하고 쓰임새가 거의 같아요. '바르다'와 '곧다'는 마음씨나 마음결이나 몸짓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서로 비슷하게 써요. 다만, '바르다'는 "꾸미지 않은 모습"이나 "어긋나지 않은 모습"이나 "또렷하게 보이는 모습"을 가리키면서 쓰고, '곧다'는 "한결같이 나아가는 모습"이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가리키면서 써요. "나무가 곧게 자란다"처럼 쓸 수 있으나, "나무가 바르게 자란다"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반듯하다'는 비뚤어지거나 기울어지지 않은 모습을 가리키고, 생김새가 보기에 시원스럽거나 좋다는 모습을 가리킬 때에 함께 써요. '가지런하다'와 '나란하다'는 들쑥날쑥한 모습, 그러니까 한쪽은 튀어나오고 다른 쪽은 들어간 모습이 아닐 때에 씁니다. 그런데, '가지런하다'는 여럿이 비슷한 모습으로 있을 때를 가리키고, '나란하다'는 "서거나 있는 모습, 이른바 줄이나 금이 한결같이 있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이 선 줄이 나란할 적에는, 키가 다르더라도 줄을 선 모습이 튀어나온 데 없이 한결같으면 '나란하다'입니다. 키와 몸뚱이가 비슷한 사람이 튀어나온 데 없이 선 모습을 보며 '가지런하다'라 합니다.

자꾸·꾸준히·부지런히·바지런히·끊임없이
[모둠풀이]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이을 적에 '자꾸'를 씁니다. '자꾸'는 "더욱 크게"나 "어쩔 수 없이 더욱"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씁니다. 달라지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잇는 모습을 '꾸준히'로 가리켜요. '부지런히'는 어떤 일을 미루지 않고 온 마음을 쏟는 모습을 가리키고, '바지런히'는 놀지 않으면서 온 마음을 쏟는 모습을 가리켜요. '끊임없이'는 끊이지 않도록 잇는 모습을 가리키면서 씁니다.

 속그림
속그림 ⓒ 철수와영희

'비슷한말'을 264 갈래로 나누어서 다룬 까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낱말은 외따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말뿐 아니라 다른 모든 말이 이와 같을 텐데, 모든 말에는 비슷하게 어울리는 말이나 맞서는 뜻으로 쓰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얼거리로 말을 들여다본다면 더 넓으면서 깊게 말을 익힐 수 있고, 말을 넓고 깊게 익히는 동안 넋을 슬기롭게 가꿀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한국말사전을 제대로 엮으면서 돌림풀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또 말풀이를 쉽고 바르게 하려면, '비슷한말 꾸러미'부터 제대로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비슷한말이 어떻게 왜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알아야 하고, 이 비슷한말 꾸러미 가운데 '어린이도 쉽게 알아듣고 헤아릴 수 있는 바탕말(기본 낱말)'을 뽑아야 하지요. 이렇게 바탕말을 뽑아야, 이 바탕말로 '한국말사전 한 권'을 오롯이 엮는 길을 닦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적에 가장 쉽게 쓰는 바탕말'부터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바탕말을 제대로 살피거나 가리지 못한 탓에 비슷한말을 제대로 묶으면서 다루지 못하며, 한국말을 한결 슬기롭게 쓰는 길을 여느 사람들이 배우거나 익힐 자리가 모자라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곁에 두고서 읽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사전은 '책상맡에 모시는 사전'이 아니라 '읽는 사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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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철수와영희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한국말사전은 '처음 듣는 낱말'을 찾아볼 적에만 으레 들추는 구실을 하는데, 앞으로는 '처음 듣는 낱말'이 아니라 '흔히 쓰지만 막상 쓰임새를 제대로 배우거나 알지 못하는 낱말'을 제대로 살피고 새롭게 배우면서 쓰도록 돕는 길동무책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 사전을 내놓기까지 지난 스무 해 동안 새로운 사전을 머릿속으로 헤아렸습니다. 그러니까 20년 동안 기획을 했어요. 이러고 나서 다섯 해 동안 글을 쓰고 손질했어요. 글을 출판사에서 편집과 디자인으로 앉힌 뒤에는 두 달 동안 열일곱 차례 글손질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가다듬었어요. 원고지 3000장이 넘는 글을 두 달 동안 열일곱 차례를 되읽으면서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되짚느라 눈이 빠지는 줄 알았지만, 지난 25년 동안 꿈꾸던 사전을 내놓는다는 보람으로 즐겁게 마무리를 보았어요.

우리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까닭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생각을 밝히고 가꾸고 키우고 사랑하고 나누고 북돋우고 살찌우려고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다시 말해서, "생각하는 기쁨을 스스로 북돋우면서 이웃하고 나누려는 마음"으로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이 '읽는 사전'을 즐거이 읽은 분들이 이 대목을 잘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요. 이 '읽는 사전'에 나오는 말넋과 말삶을 넉넉히 살피면서 새로운 생각을 짓는 슬기로 나아가시기를 바라요. 더 많은 말을 머릿속에 담아서 '글자랑·말자랑'을 하는 삶이 아니라 '글꽃·말꿈'을 키우는 사랑과 살림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는 저마다 즐겁고 슬기로이 생각하는 사랑을 가꾸는 살림으로 나아가는 삶이 되면서 웃고 노래하려는 뜻으로 말을 나누고 글을 쓴다고 느낍니다. (맺음말)



그러고 보면, 이 사전을 빚은 데에는 고등학교 무렵에 겪은 일이 크게 바탕이 되었구나 싶어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때(1991년)에 학교에서는 '영어사전' 말고 '국어사전'도 보아야 한다고 얘기했고, 저는 제 가방에 세 해 내내 '영어사전'에 '국어사전'하고 '독어사전' 세 권을 늘 넣고 다녔습니다. 입시 공부를 한창 하던 이즈음인데, 어느 날이었어요. 학교에 '국어사전'을 늘 들고 다니는 사람은 나 혼자였고, 국어 교사조차 나한테서 국어사전을 자주 빌려서 수업을 이끌곤 했습니다. 국어 교사도 국어 교과서만 들고 다녔으니까요. 이런 모습을 늘 보다가 "왜 국어사전은 안 들추고 안 읽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석 달에 걸쳐서 국어사전을 첫 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읽었습니다. 다른 공부와 숙제를 하는 틈틈이 읽느라 통독을 하기까지 석 달이 걸렸는데, 다시 한 번 통독을 하는 데에는 한 달이 걸렸어요.

고등학교 1학년 무렵에 '국어사전 통독'을 두 차례 하면서 몇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우리 국어사전에는 '쓰는 일 없는 한자말이 너무 많다!'입니다. 둘째, '일본 영어와 일본말이 국어사전에 왜 이렇게 많을까?'입니다. 셋째, '외국사람 이름하고 외국 도시 이름하고 외국 문학책 이름이 왜 국어사전에 잔뜩 실렸지?'입니다. 넷째, '한국말 풀이는 너무 엉성하다!'입니다. 다섯째, '국어사전을 아무리 읽어도 한국말을 슬기롭게 쓰는 길을 배우기는 어렵네!'입니다. 이렇게 느끼다가 문득 생각했어요. 차라리 내가 국어사전을 새로 써도 훨씬 낫겠다고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 앞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을 썼습니다. 여러 가지 우리말 이야기를 쓰고 스스로 다시 공부를 하면서 드디어 새로운 한국말사전 한 권을 쓸 수 있었습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 앞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을 썼습니다. 여러 가지 우리말 이야기를 쓰고 스스로 다시 공부를 하면서 드디어 새로운 한국말사전 한 권을 쓸 수 있었습니다. ⓒ 최종규

힘·기운·용·악
[모둠풀이]
몸을 움직이거나 다른 것을 움직이게 하는 바탕이 '힘'입니다. 도움이 되는 바탕이라든지 어떤 일을 하는 손질이나 재주도 '힘'이라 하고, 씩씩한 마음도 '힘'이라 합니다. 올바로 깨닫는 슬기라든지 마음을 다스리는 바탕이라든지, 우리가 둘레에서 보는 모든 움직임은 바로 '힘'이 있기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을 살찌우는 힘뿐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키워요. '기운'은 모든 것이 나고 자라는 바탕을 가리킵니다. 움직이도록 하는 '힘'이라 한다면, 나고 자라도록 하는 '기운'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힘·기운'을 나란히 쓰기도 해요. "네가 힘이 세구나"라든지 "네가 기운이 세구나"처럼 두 낱말을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봄기운"이라든지 "몸살 기운"이라든지 "따스한 기운" 같은 자리에서는 '힘'이라는 낱말을 못 씁니다. 숨이나 숨결과 맞물리는 자리에서는 '기운'이라는 낱말만 쓰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밥 기운이 다 되다"라든지 "약 힘이 떨어지다" 같은 자리에서는 다시 '힘·기운'을 두루 씁니다. '용'은 "한때나 한꺼번에 모아서 내는 센 힘"을 가리키고, '악'은 "있는 대로 모아서 쓰는 기운"을 가리킵니다. "용을 쓴다"고 할 적에는 마치 "젖을 먹던 힘"을 쓴다고 할 만하고, "악을 쓴다"고 할 적에는 꼭 "나고 자라는 동안 생긴 모든 기운"을 쓴다고 할 만합니다.

스물다섯 해를 마음에 담은 한국말사전을 종이책으로 담아서 내놓으며 느낌이 남다릅니다. 참말로 이 사전을 내 손으로 빚었는가 싶어서 아직도 날마다 놀랍니다. 그야말로 이 사전이 이 나라 집집마다 한 권씩 놓이면서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며 가꾸고 사랑하는 길에 예쁜 동무가 될 수 있기를 빌기도 합니다.

사전으로는, 한국말사전으로는 이제 첫걸음입니다. 수많은 앞선 학자들 땀방울이 발판이 되어 빚을 수 있던 한국말사전이고, 저희 식구가 시골집에서 숲바람을 마시면서 이 사전을 엮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이웃님이 있기에 써낼 수 있던 한국말사전입니다. 앞으로 한국말사전을 더욱 새롭게 써내어 엮을 수 있기를 꿈꾸면서, 제가 손수 쓴 사전 이야기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내놓은 글쓴이는 전남 고흥에서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노래'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http://blog.naver.com/hbooklove)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철수와영희(2016)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최종규#숲노래#국어사전#한국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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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서른해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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