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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 전갑남

ⓒ 전갑남

ⓒ 전갑남

아내가 퇴근하여 집에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여보, 저녁 약속이 있는데 어쩌죠?"
"그럼 혼자 해결해야지 뭐!"
"내가 맛난 거 하려고 했는데 미안해요."
"뭐하려고 했는데 그래?"
"콩국수요!"
"알았어. 그럼 내가 해먹지!"


아내는 어제 서리태를 불려 삶고, 믹서에 곱게 갈아 콩물을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던 터였습니다. 국수만 삶아 콩물을 부어먹으면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해에 농사지은 서리태가 아직도 남았습니다. 서리태는 밥할 때마다 조금씩 넣어먹으면 밥맛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리태는 식물성 단백질 덩어리로 영양적으로 그만입니다. 서리태는 겉은 까맣고 속은 푸르스름합니다.

아내는 서리태를 불려 콩물을 만들 때 껍질째 믹서에 갈아버립니다. 콩껍질에 일정부분 영양소가 남아있다는 소릴 어디서 들은 모양입니다.

어떤 사람은 콩물을 만들 때 믹서에 간 다음, 면보자기에 거르는데 아내는 그런 수고를 생략합니다. 삶은 콩을 곱게 갈면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고를 들여 거르면 더 부드럽고 고소하겠지만요. 아내는 수고도 수고지만 영양소 많은 콩 찌꺼기를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앞선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 콩물은 있겠다, 국수만 삶아 먹을 셈입니다. 집에는 1인분씩 포장이 된 국수가 있습니다.

국수를 막 삶으려는데, 전화벨이 또 울립니다. 아내 전화입니다.

'뭐가 못 미더워서 전화를 할까?'

"여보, 국수 삶을 때, 물 끓으면 국수 넣는 것 알죠? 한번 끓어오르면 찬물을 약간 넣으세요. 그런 다음 다시 끓으면 찬물에 풍덩 씻으면 쫄깃해요."

아내가 일러주는 데로 국수를 삶습니다. 찬물에 씻은 국수를 하나 먹어보는데 쫄깃합니다.

'고명으로 토마토, 오이나 얹어 먹어볼까?'

밭에서 딴 재료로 토마토는 반쪽으로 가르고, 오이는 채를 썹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릇에 물이 빠진 국수를 넣고 콩물을 붓습니다. 얼음도 몇 개 동동 띄운 다음 노란 토마토와 채 썬 오이를 얹습니다. 간은 소금을 약간 넣어 맞춥니다.

남자 혼자 만든 콩국수가 그럴듯합니다. 서리태의 고소한 맛이 차가운 얼음과 잘 어울립니다.

국수를 건져 먹고 콩물이 남았습니다. 그냥 마시려다 꿀을 탔습니다. 꿀맛이 가미된 콩물맛이 기가 막힙니다.

내가 만들어 먹고 보니 콩국수 만들기, 라면 끓이기보다 쉬운 것 같습니다.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당신 콩국수 해먹었어요? 맛이 어땠어요?"
"그냥 그냥 했어!"
"왜요?"
"혼자 먹으니 맛이 있어야지!"


아내는 내가 시치미를 떼자 내일은 자기가 만들 테니 맛있게 먹자고 합니다.

밖에는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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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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