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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반대구호 외치는 성주군민과 군수 사드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전 경북 성주 성밖숲공원에서 군민 3천여 명이 참석해 사드성주배치반대 범국민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드배치 반대구호 외치는 성주군민과 군수사드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전 경북 성주 성밖숲공원에서 군민 3천여 명이 참석해 사드성주배치반대 범국민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나타난 성주군의 반발 정도 그리고 기존에 있었던 몇 가지 유사 사례를 통해 판단해 보면 앞으로의 상황이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주류 언론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사드 전자파 위해론은 괴담이기 때문에 이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성주지역의 사드 반대론을 진정시키려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에 의해 잘못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될까? 필자는 이와 같은 대응만으로 상황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성주군민들의 반발'이란 사회적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 사람들이 반발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파악해야만 한다. 나는 사드 전자파에 대한 의구심이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정치다

 지난 15일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경호원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황급히 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오른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지난 15일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경호원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황급히 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오른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 이희훈

필자는 이 사안의 본질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관한 의구심이 반대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은 맞지만 이는 부분에 불과하다. 현재 성주군민들의 반발의 근본적 원인은 과학적 무지에 따른 괴담이 아니라 정치의 부재 및 실패에 따른 실망감과 분노에 있다.

왜 정치적 실패인가? 우선 성주군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상태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먼저 성주군민들과의 사전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진행된 비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언급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소외감인데, 이는 '인구가 적어서 성주로 배치된 것이냐', '인구가 적어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한 성주군민들의 항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이 역시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먼저 생존권 문제다. 환경 변화에 사람보다 자연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재 알려지지 않았던 예상치 못한 요인이 농업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갖고 있다. 생존권과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 그냥 쿨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 속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농촌 지역인 성주군민들의 우려를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지역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조용한 농촌 마을이었던 성주에 사드처럼 예민한 군사 시설이 들어서게 되었으니 지역공동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느 지역이든 어찌 그렇지 않겠나? 이것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정말로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문제의 본질이 이러함에도 주류 언론들은 사드 전자파 위해론의 허구, 괴담 등에 집중한다. 주류 언론들이 문제의 본질을 진짜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런 것인지 그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하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상황을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보 님비'는 애당초 말이 안 된다

 사드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전 경북 성주 읍내에 사드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드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전 경북 성주 읍내에 사드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이희훈

주류 언론들의 이러한 시각은 사드 배치 지역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이전에도 나타났다. 그 당시 사드 배치 후보지로서 여러 지역들이 언급될 때마다 해당 지역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주류 언론은 이를 안보 님비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됐다.

님비 현상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지만 자기 지역에는 손해가 된다고 판단하여 반대하는 일련의 행동을 지칭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화장시설이나 쓰레기 매입장 등이 해당된다. 쓰레기 매립장이나 화장시설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그 부담을 자기 지역이 떠안기 싫어할 뿐이다.

그런데 사드가 거기에 해당하나? 그렇지 않다. 찬성론자들은 안보와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 쪽은 오히려 이것 때문에 안보와 평화가 위협에 처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에 대한 보편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 대해 님비 현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애당초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이를 님비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사드 배치 반대론'에 대한 이들의 기본적 시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태도는 사드 배치 찬성론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드 배치 찬성론'과 마찬가지로 '사드 배치 반대론'도 안보, 국익, 평화의 3대 키워드로 반대론의 근거를 제시한다. 서로 인식이 크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를 단정적인 이분법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나타난 국내 갈등의 주요 원인은 정치의 부재 및 실패에 있다. 이것은 단지 과학적 무지에 따른 괴담 그리고 국민 혹은 지역주민들의 님비적 속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는 명백히 정치의 부재 및 정치의 실패로 인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드#성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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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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