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오전 9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 정기보수공사 작업 중 갑자기 배관에서 쏟아진 황산을 뒤집어쓰고 심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던 두 명의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장례식이 18일 치러졌다. (관련기사 :
고려아연 황산누출 피해노동자 또 한 명 숨져)
고려아연 측은 18일 오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애도의 말씀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안전·환경·보건 분야 투자를 최우선으로 향후 5년간 3천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산재단체 등으로 구성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아래 대책위)와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은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없으면 산재사망사고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원청 사업주에 대한 엄중 처벌과 이를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 최저입찰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대책위 "사망사고 근본원인은 최저낙찰제"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두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면서 원청인 고려아연이 이번 사고에서 보여준 태도를 질타했다.
대책위는 "황산누출사고가 발생하자 고려아연은 언론에 사고원인을 '작업을 해서는 안되는 배관을 노동자들이 열었다'며 노동자들의 잘못으로 몰아갔다"면서 "동료의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해 사고 전날과 당일 작업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음에도 경찰은 '합동감식결과 사고 현장에 V표시가 없었다'며 다시 한 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 축소·은폐 공방으로 비화)
이어 "하지만 노동자들과 하청업체 진술과 주장을 근거로 국과수에서 정밀감식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됐다"면서 "그때서야 고려아연은 사고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태도로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책위는 "고려아연은 (배관에 황산이 남아 있는지 여부 등)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보호구조차 지급하지 않은 채 위험작업에 노동자를 투입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음에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안하무인적 태도를, 경찰은 신중치 못한 조사를 벌였다"면서 "이 때문에 처참한 사고를 당한 당사자와 유가족,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은 다 시 한 번 깊은 상처를 받았고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 "근본대책 없으면 제2·제3 사망사고 발생"대책위는 근본대책 마련이 없으면 이번 사망사고 이후에도 또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은 오늘 장례식이 끝이 아니라 언제든지 제2, 제3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서 "단적으로 7월 14일 (울산지역 또다른 플랜트건설현장인) 울산 효성 용연공장에서 노동자가 추락 사망한 사고만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사고 근본원인이 최저낙찰제며, 이들에 위험한 작업이 배당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사라진다는 것.
따라서 대책위는 "위험한 작업일수록 하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이 직접 관리해 시공해야만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인 최저낙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수석유화학공단을 비롯한 타 플랜트건설 공단에서 노동자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선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위험현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안전점검을 보장해 위험을 찾아 개선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또한 "고려아연은 울산에서 산재사망이 가장 다발하는 사업장 중 하나지만 계속된 산재사망에도 사업주에 대한 엄중처벌이 없다"면서 "매번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벌과 하급 관리자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는 반복되는 산재사망을 해결할 수 없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명백한 살인행위이므로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원청 사업주에 대한 엄중 처벌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