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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공주보 상류에 죽은 자라가 둥둥 떠다닌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공주보 상류에 죽은 자라가 둥둥 떠다닌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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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향기의 칡꽃이 금강에 지천으로 피었다. 둔치마다 달맞이꽃까지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향기를 내뿜고 있다. 그러나 흙탕물로 뒤집힌 강물에선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붕어, 잉어, 자라까지 죽었다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이 강변을 달군다. 수문고장과 기름유출로 낮췄던 금강의 수위도 평균수위로 돌아갔다. 18일 오전 8시부터 모니터링을 위해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터를 찾았다. 장맛비가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흙탕물이다. 지난 15일부터 공주보 주변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고 있다.

긴 바지 장화를 입고 찾아간 나루터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다. 여전히 부유물만 둥둥 떠다닌다. 공주보를 보면서 걷던 중 수상공연장 부근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주변을 샅샅이 돌아보자 수풀 사이로 죽은 붕어가 보인다.

물고기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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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수자원공사가 조류제거를 위해 지난해 설치한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는 개충이 떨어져 나간 파란색 이끼벌레 군체만 물가에 드문드문 보인다. 파리가 윙윙거리는 주변으로 작은 수박 크기의 자라 2마리가 허연 배를 내밀고 죽어있다. 뒤집힌 배 쪽은 울긋불긋하다.

공주보를 향해 걷던 중 발목만한 잉어도 죽어있다. 또다시 주변으로 자라가 죽어서 물 위를 떠다닌다. 1시간가량 돌아본 주변에서 발견한 죽은 물고기만 10마리 정도다. 이곳은 최근 세종보 공사를 위해 물을 때 펄이 15~30cm 정도가 쌓인 것으로 확인했던 곳이다.

건너편 쌍신공원으로 이동했다. 물가를 걷던 중 죽은 잉어와 붕어, 자라까지 건너편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늘 확인한 물고기는 붕어 7마리, 잉어 5마리, 자라 6마리 등 총 18마리다.

상류 수몰 버드나무 군락지 부근에서는 수자원공사로부터 부유물 수거 용역을 받은 업체에서 보트를 이용하여 6명의 작업자가 물속 쓰레기와 나무까지 제거하고 있었다. 물가에 걷어놓은 쓰레기를 살펴보니 페트병, 물병, 스티로폼, 축구공, 신발, 냉장고, 부탄가스, 공사용 자재까지 물에 뜨는 것들은 다 포함되어 있다. 그중 80~90%는 상류 자치단체가 둔치의 잡풀을 제거하고 내버려둔 쓰레기다.

"오염으로 산소가 부족해 죽은 것이다"

상류 수몰 버드나무 군락지 부근에서는 수자원공사로부터 부유물 수거 용역을 밭은 업체에서 보트를 이용하여 6명의 작업자가 물속 쓰레기와 나무까지 제거하고 있다.
 상류 수몰 버드나무 군락지 부근에서는 수자원공사로부터 부유물 수거 용역을 밭은 업체에서 보트를 이용하여 6명의 작업자가 물속 쓰레기와 나무까지 제거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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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어류학자인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현장을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붕어 잉어가 죽었다는 것은 오염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며 오염 중에서도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라는 공기 호흡도 하는데 산소와 오염과 관련이 있다.

(15~30cm) 펄이 그렇게 깊다는 것은 유기물이 많다는 것이다. 유기물이 분해하면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산소고갈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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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지난 10일 보 수문이 고장 나고 기름유출까지 발생한 세종보 구간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봤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인근 지류 하천에서는 맑은 강물이 유입되고 있지만, 본류는 탁하고 흙탕물로 가득했다. 그리고 본류와 만나는 합수부는 지류 하천에서 유입된 토사가 쌓이고 있었다.

지난 기름 사고와 관련하여 수자원공사가 실시한 유류 유출 시료 채수한 수질 분석 결과 (z)-9-옥타데센산 2, 2-다이메틸-1, 3-프로판 디일 에스터와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 등 유해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소량으로 어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자료를 배포했었다.

녹색연합 김성중 팀장은 "세종보 기름유출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그런데도 수공은 수생태계에 피해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부터 물고기와 자라가 죽어가고 있다. 결국, 4대강 사업에 오염된 강물과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까지 중복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 준공 4년 만에 금강은 강물이 썩어 녹조가 발생하고 창궐하다시피 했던 이끼벌레마저 사라질 정도로 오염되었다. 사람들은 썩은 악취가 풍긴다고 하소연하고 있고 자치단체는 강변에 소독약을 뿌리느라 정신들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수문을 열어서 강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4대강 사업, #물고기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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