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찾은 성주 군민에게 설명하는 이완영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지역구를 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성주 군민들에게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회 찾은 성주 군민에게 설명하는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지역구를 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성주 군민들에게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성주군민1] "의원님, 사드 찬성합니꺼? 대한민국은 (사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성주군민2] "우리 지역만 안 하면 된다는 님비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 성주군민은 전국에 사드 배치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성주군민3] "(우릴 설득하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을 설득하세요."

국회 로텐더홀 계단. 30여 명의 성주군민이 마주 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고령 성주 칠곡)과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름 등산복과 운동화 차림을 한 이들은 '성주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한반도에 사드는 안 돼'라는 주장을 줄곧 강조했다.

군민들은 성주군의 사드 배치 반대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들에게 고립감과 답답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성주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사드를 배치해선 안 된다는 주장인데, 외부에서 이를 '님비(기자주 : Not In My Backyard-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도 내 지역에 이득이 없다면 반대하는 현상)'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민들은 19일 열린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 질문을 방청하기 위해 상경, 이완영 의원과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 간 질의응답을 듣고 방청석을 떠났다. 이들은 본회의장을 나서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더이상 들을 게 없다"는 말로 정부 답변이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철우 의원."김천에 설치하겠나" 묻자 "그런 게 아니고..."

이후 로텐더홀에 잠시 모인 군민들 앞으로 이완영 의원과 함께 이철우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

이철우 의원은 "날벼락이 떨어진 건데... 굉장히 힘드실 것으로 안다"면서 "경북지역은 특히 나라를 열심히 지킨 지역인데, 충분히 우리가 이해한 다음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민들이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원망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 의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계단에 앉아있던 일부 군민들이 하나 둘 일어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 군민은 "그럼 의원님은 사드 배치에 찬성하시나"라며 "김천에 사드를 배치하면 받아들이시겠나"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고생하신다고 드리는 말씀"이라고 얼버무렸다.

이 의원이 "오늘은 위로하려고 왔다"고 거듭 밝혔지만, 군민들은 이 의원의 답변 내용에 분개했다. 또 다른 군민은 "그럼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하라. 정말 답답하다, 성주도 안 되고 우리나라도 안 된다고 말해라"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김천 배치하면 할 거냐고 물으니 답도 못하지 않나"라며 자리를 떠났다.  

한편으로, 이들은 정부 당국에 적극적인 설명과 주민 대화를 요구한 이완영 의원에게는 응원을 보냈다. 이 의원은 대정부 질문 당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비는 마음이 둘째라면 서러운 이완영이지만 오늘은 좀 쓴 소리를 해야 겠다"라며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정부의 설득과 홍보가 부족했음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질문을 마무리하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군민의 뜻을 담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정부 당국과 성주 군민의 끝장 토론을 통해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사드 배치를) 전면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발언시간 경과로 마이크가 꺼지자, 방청석에 있던 한 군민은 "시간 더 주소!" "계속 하이소!"라고 외치기도 했다. 곁에 있던 또 다른 군민은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게도 비판은 쏟아졌다. 사드 배치 철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었다. 이철우 의원이 머쓱하게 떠난 후 이완영 의원은 로텐더홀에 앉은 군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제가 요구했지 않나, 끝장 토론을 해서 성주군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군민은 "그럼 철회하라고 하라"고 재차 강조하며 "성주가 안 되면 한반도 전체가 안 되는 거다, '성주만'이라고 하지 말고 '한반도 전체가 안 된다'고 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 의원은 "앞으로 국방부 등 당국과 (만남을) 주선할 테니 여러분들의 입장을 밝혀 달라"며 설득했다. 군민들은 "의원님 제대로 해주시라","정말 답답하다" 하나둘 하소연하며 국회 본청을 떠났다.

일부 군민들은 사드 배치 관련 뉴스를 전하는 언론을 향해서도 거센 불만을 전했다. 한 군민은 카메라 촬영을 거부하며 "찍지 마라, 왜곡이나 하면서 뭐할라꼬 찍노"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군민은 "기자들도 없는 말만하고, 성주 군민들이 어떤 생각을 우예 갖고 있는지 하나도 안 쓴다"고 토로했다.


#성주 #사드#이완영#이철우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