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20년 넘게 하던 사진관을 디지털이라는 시류에 밀려 문을 닫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품고 살아온 작은 소망이 반은 이루어졌습니다.

젊은이들이 오가며 재잘거리는 풍경이 있고 나이 지긋한 부장님과 전무님의 인정이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흐릅니다. 그리고 볕이 따가운 한낮이면 그토록 좋아하고 말상대로 전혀 손색이 없는 소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있습니다.

밤이면 넓은 로비에 앉아 밤늦게 퇴근하는 딸 같은 직원이 걱정스러워 마중을 나가며 밤길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비록 풀 먹인 책상보가 덮인 책상은 아니지만 밤이면 조용히 사색을 해가며 글도 쓸 수 있는 그런 직장입니다. 그동안 품어온 작은 소망에 비하면 마음에 꼭 흡족하지는 않지만 일하는 과정 속에 내가 바라던 그 어떤 서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직장을 다니기에 그러냐 궁금하시지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요.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월급이 많고 적으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남들 앞에서 목에 힘을 주고 호령을 하는 직업이냐, 두 손 맞잡고 머리를 조아려야만 되는 직업이냐는 나에게 있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귀하고 천한 일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천하다는 직업도 내가 귀하게 행동하면 귀한 직업이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귀한 직업도 내가 천하게 행동하면 천하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바로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 이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 하는 사고(思考)의 방식이 우선하기 때문이지요.

간혹 나의 직업이 궁금하다는 분들을 봅니다. 그분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의 '함(과정)의 사고(思考)' 이전에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 하는 내가 입고 다니는 옷에 관심이 많은 분이겠지요.

눈치 빠른 분은 아시겠지만 스무 척이 넘는 근사한 소나무가 스무그루 딱, 버티고 있는 멋진 곳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습니다. 경비원에게 뭔 철학이 있겠는가? 반문해 주십시요. 한번에 다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경비원인 제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양심있는 철학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글밥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글을 읽는 뭇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즐겨주기를 기대합니다. 아주 없던 일을 쓰는 것도 아니요, 남들이 모르는 뭔가를 발견해서 새로운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닙니다.

남들 모두가 알고 있으며 잊고 있었던 일상 속 얘기를 들추어낼 뿐입니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글로서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어떤 사물에 대한 논리를 전달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느낌을 전달하려고 애를 쓸 뿐입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물어보지도 않은 직업 얘기가 나오고 글 얘기가 나오느냐? 자신의 모든 것을 가감없이 까발려 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분명 축복받은 일일 겝니다. 바로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 독자들이 저에게 그런 분들입니다.

경비원의 알콩달콩한 재미있는 이야기 조금씩 풀어놔도 될는지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