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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야식당에 모인 청년들이 끼니를 나누고 있다.
 우야식당에 모인 청년들이 끼니를 나누고 있다.
ⓒ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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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어느 더운 날, 혼자 또 함께 스스로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청년들이 모였다. 이유는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했다.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 그들이 모인 곳의 이름은 우야식당이다. 망원시장 한 편에 자리 잡은, 혼자 사는 청년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식당이다.

적지 않은 청년들이 모였다. 각자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는 곳부터 언제부터 혼자 살게 됐는지, 누구와 함께 사는지.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우야식당에 와 밥을 먹게 된 이유'였다.

혼자 사는 청년들은 왜 굳이 먼 곳에 모여서 밥을 나누어 먹어야 했을까? 이유는 단순했지만 가볍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스로 건강한 식생활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우야 씨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우야 씨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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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식품과 레토르트가 아닌 이상, 혼자 먹기 좋은 양의 음식은 사 먹기에도 만들기에도 부적절했다. 양파도, 파도, 고추도, 감자도, 마늘도 혼자를 위해 판매되지 않았다. 만들어 두면 남아서 며칠은 그 음식만 먹어야 했다. 혹은 버려져 음식물 쓰레기 봉투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배달 음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문제는 돈이었다.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청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식비는, 총지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만들어 먹으면 다인 가구에 비해 일 인당 식비가 커지고, 사 먹으려고 해도 1인 가구에 맞춰진 음식을 파는 곳은 많지 않아 더 큰돈을 지불하고 더 많은 음식을 사기 일쑤였다.

쉽게 음식을 해먹을 수 없는 생활환경 또한 한몫한다.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경우, 공간이나 냄새 때문에 음식을 직접 해먹기 어려운 때가 많다.

 우야 씨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우야 씨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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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야식당의 주인 우야씨가 계속해 우야식당을 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야식당은 '단 한 명을 위한 단 하나의 밥상'을 모토로, 혼자 사는 또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밥상을 차려주고 함께 한 끼를 하는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우야씨는 1인 가구와 식재료에 대해 고민을 하며 망원시장을 찾게 됐다. 마침 망원시장이 1·2인 가구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망원시장 측의 요청으로 집밥 프로그램 '망원시장 속 우야식당'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망원시장 속 우야시장은 격주에 한 번 수요일 저녁마다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야씨는 '한 끼 챙겨 먹기도 힘든' 청년들이 끼니를 다함께 먹기 위한 '끼다'라는 청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밥 모임, 식생활 연구, 팟캐스트, 제대로 한 끼 먹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또 준비 중이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는 말에 우야씨는 "8월에 서울청년의회가 열린다"며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1인 청년 독립생활자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야씨의 활동이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이날의 저녁상은 갈치조림과 갈치구이였다. 혼자 사는 청년들이 해먹을 수 없는 요리였다. 맛있었다, 정말로.

 우야식당의 갈치구이
 우야식당의 갈치구이
ⓒ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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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알바들을 위한 잡지 <놀이터 알>에도 송고되었습니다. <놀이터 알>은 격-계간 잡지로, 올 8월 출간될 예정입니다.



#우야식당#우야#청년#놀이터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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