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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이 백발이 성성한 어른들의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다. 한여름의 폭염도 주민들의 분노를 막지 못했다. 아스팔트 도로가 너무 뜨거워 걸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25일 오전, '제2공항 결사반대'란 내용을 담은 깃발을 단 차량들이 성산읍사무소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오전 10시. 경운기, 농업용 트럭 등 300여대가 주차장과 도로를 가득 메웠다. 성산읍 관내 마을별로 주민 500여명이 모여 제주의 신공항인 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공동대표 신산리 한영길, 난산리 김상근, 수산1리 김석범)' 출범을 알렸다.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발표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 집회에서 "제주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 제주 신공항 성산읍반대 대책위위원회 출범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발표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 집회에서 "제주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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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제주도와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신공항 예정지를 발표한 뒤 성산읍 주민들은 제주의 신공항 필요성과 국민의 권리인 주민 수용성, 절차적 타당성, 환경영향 등에 대한 국내외 사례와 공항 건설 사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후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제주의 신공항은 문제가 많다는 결론에 도달해, 8개월 만에 반대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출범식에서 '신공항 예정지로 성산읍 지역이 적절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민들은 제주의 신공항에 대한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이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본인 '주민 수용성'을 철저하게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 절차가 공정해야 결과도 정의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성산읍 신공항 건설 반대는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는 활동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의로운 행동"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제주의 신공항 입지 선정과정이 영남권 신공항과는 다르게, 지역주민과의 상의 없이 극비리에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성토했다.

이날 주민들은 용역 보고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성산읍 주변 지역의 기상데이터를 정부 기관인 기상청 것이 아닌 공항 예정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정석공항(대한항공) 측으로부터 받은 것을 인용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연구 용역 총괄기관이 대한항공 소유 일가와 대한항공 대표 및 부회장 등 다수 임원이 이사를 맡고 있는 학교 재단 소속의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번 용역은 이해 관계자의 연구 참여를 배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 윤리위의 기본 규정을 위배했을 뿐만 아니라 이해 충돌 방지 원칙도 위배하여 공정성을 상실하였기에 잘못된 용역"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되자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에 참여한 마을 어르신
▲ 제주 제2공항 반대 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마을 주민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되자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에 참여한 마을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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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길 반대대책위 공동대표는 "제주도정은 수백 년 동안 조용히 잠들어있는 조상들의 혼을 마음대로 강제 이장하려 한다"면서 "지금 추진 중인 용역을 중단하고, 재용역을 실시하라"며 비판했다.

김상근 난산리 비대위원장은 "제주도와 정부는 엉터리 용역과 밀실행정으로 힘없는 성산 주민들의 모든 걸 가져가려 하고 있다"라고 성토하였다.

임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관광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려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나, 싸구려 관광지를 만들고 있"음을 지적하며 "개발주의에 맞서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함께 할 것"임을 밝혔다.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되자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을 하고 있으며, 송대수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송대수 전 회장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되자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을 하고 있으며, 송대수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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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회장을 맡으며 농업 투쟁을 이끌어 왔던 송대수씨는 "제2공항 건설보다는 기존 공항을 확충하는 게 최적"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날 반대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 땅의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 기본권을 기득권의 개발이익 선점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로 여론을 호도하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한다"고 천명하면서 행정과 언론의 여론 조작 가능성을 차단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10일 정부는 일방적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2,565필지, 586만1,000㎡'가 신공항 부지라고 발표했고,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조사가 연말 이전에 마무리되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2017년 최종 계획을 고시할 것으로 예정되고 있으며, 총사업비 4조원대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되자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을 하면서 "제주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발대식에 참여한 주민 차량과 현수막 제주의 신공항이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되자 성산읍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성산읍사무소 광장에서 발대식을 하면서 "제주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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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7월 25일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결의한 전문이다

제2공항 반대 결의문

지난해 11월 10일 기습적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발표 이후 제주자치도 행정은 성산지구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 땅이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 모두 무력감과 참담한 심정이 분노로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뽑아준 국가 권력과 지방권력이 자본권력의 탐욕 앞에 우리 성산읍 주민에게 끝없는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성산읍을 둘러싼 바다와 비옥하진 못하지만 우리의 노력에 어머니같이 보답해줘온 들판 여기에 이웃사촌과 마을의 훈훈한 인정,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를 이제 와서 송두리째 공항활주로 아스콘 아래 꽁꽁 묻어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력감, 참담함을 넘어 분노하고 행동하려고 합니다. 주인인 우리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주민의 뜻보다 개발폭력을 주인으로 모시는 저 오만하고 탐욕스런 지방정부를 반드시 제자리에 갖다 놓겠습니다.

우리의 기본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분연히 맞서 싸워나갈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하나. 이 땅이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의 기본권을 기득권 개발이익 선점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로 여론을 호도하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한다.
하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정부기관과 원도정의 제2공항 입지선정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하나. 공정성, 중립성이 훼손된 부실용역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원도정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하나. 쓰레기대란, 교통지옥, 물부족, 농촌경제 붕괴, 환경 파괴는 안중에 없고 개발에만 목멘 원도정과 공직사회를 규탄한다.
하나. 부실 투성이 엉터리 용역을 기초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우리는 정당하고 간절한 제2공항입지 원점 재검토가 관철될 때가지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

2016. 7 .25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태그:#제주 제2공항, #제주 신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결사반대,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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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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