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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일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이하 '12.28합의')에 따라 '화해·치유 재단'이 설립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일부 피해자 할머니와 그 가족들을 비공개로 만나 재단 설립 취지 등을 설명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다수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양국 합의 무효화를 요구하며 재단 설립에 반대하고 있지만, 재단 설립을 강행하기 위한 절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과 외교부 관계자, '위안부 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된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 등은 27일 서울역 인근 한식당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명과 다른 피해자 10여 명의 가족들을 만났다. 이날 오찬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현장에 나온 정부 관계자들은 회동 장면을 취재하겠다는 요청을 거부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1시간30분 가량 식사시간을 마친 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나온 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재단 출범을 설명하고, 내일(28일) 현판식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만났다"라며 "피해자분과 가족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렵게 한 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피해자 할머니가 한 분만 참석 한 것과 관련해 "다른 분들도 많이 오시기로 했는데, 여러 시민단체에서 가지 말라고 요청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라며 "정대협과 '나눔의집'에 계신 분들은 만남을 원치 않으셔서 만나지 못했고, 다른 분들은 (사전에) 거의 다 만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왜곡돼 보도되는 것에 피해자와 가족들이 안타까워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치유와 화해 형태로 재단을 운영하면서 의견을 여쭤보고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다"라며 "참석하신 분들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하길 원한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 재단'의 설립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식당에서 정부가 마련한 모임에 참석한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모임을 마치고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옆을 지나가고 있다.
▲ 우리 정부가 접촉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겨우 한 분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 재단'의 설립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식당에서 정부가 마련한 모임에 참석한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모임을 마치고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옆을 지나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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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할머니 이용하려는 얕은 생각, 홍보용 이벤트"

앞서 외교부는 오는 28일 10시 '위안부 재단'이 1차 이사회를 열고 현판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 이사는 현재 재단 설립준비위원회 위원들이 맡게 될 예정이다. 정부는 12.28합의 직후인 지난 1월 재단설립 자문위원회를 발족했고, 지난 5월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재단설립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재단 설립을 추진해 왔다.

재단 설립 자금은 '12.28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10억엔으로 마련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6일 재단 설립 시기에 맞춰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일괄 거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2.28합의의 원천 무효화와 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특히 정부가 재단 설립 현판식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참석시키려고 식사를 대접하고 사례비를 지급하겠다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정대협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의 요구와 인권 원칙마저 저버린 굴욕적인 12·28 일본군'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이후 정부는 피해자와 시민들의 반대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끝내 재단 설립을 비롯한 합의 강행을 밀어붙여왔다"라며 "즉각 한-일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단 설립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또 지난 2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할머니에게 '재단 출범을 하는데 27일 식사를 하시고 28일에는 한복을 줄 테니 재단 출범식 때 나오셔서 테이프도 끊고 참석하시라고 얘기했다'고 한다"라며 "피해자들이 반대하는 재단 설립과 출범에 피해자 할머니를 이용하려는 얕은 생각이고, 대외적으로 할머님들도 참석했다는 홍보용 이벤트"라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또 "인도적 지원금은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12.28합의는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많다"라며 "피해자분들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고 헌법소원을 낸 상태로, 재단 설립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위임이나 대리권을 정부에 부여하지 않았는데, 돈을 정부가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 나아가 일본의 지원금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위안부, #정대협, #나눔의집, #소녀상, #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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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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