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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시작되면 전남 나주 고등학생들은 '심야 안심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나주시는 오는 9월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을 위해 '취약시간 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자율학습이 끝날 무렵(저녁 10시)이면 시내버스 막차는 끊겨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혼자 집에 갈 경우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나주시는 현재는 진행 중인 3차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배치할 버스 대수와 운행 노선을 결정할 예정이다.

올초까지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인문계 고교인 나주고·금성고·영산고·봉황고 학생 460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버스 운행에 필요한 예산 2억2000만 원을 확보한 나주시는 8월 안에 운행 노선, 운행 대수 등을 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심야 안심버스, 콜센터... '시민체감 행정' 집중 추진

 나주시는 고교생들의 야간 안심귀가 서비스, 노인 목욕비와 미이용 지원 사업 등을 10대 '시민중심 체감행정' 시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미이용권을 즐거운 표정으로 전달받고 있는 주민의 모습이다.
나주시는 고교생들의 야간 안심귀가 서비스, 노인 목욕비와 미이용 지원 사업 등을 10대 '시민중심 체감행정' 시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미이용권을 즐거운 표정으로 전달받고 있는 주민의 모습이다. ⓒ 나주시 제공

애초 나주시는 학생과 관련된 사업으로 교육청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협의를 해 왔다. 교육청이 예산 지원에 난색을 보이자 독자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나주시 교통행정팀 박영춘 주무관은 "저녁 10시 안팎에 공부가 끝나는데 시내버스 노선도 끊기고 학교 통학 버스도 없어 통학이 불편하다"라며 "학부모들이 자가 차량으로 데려가기도 하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안심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산고 윤범림 교장은 "학교나 학부모 입장에서 학생들이 대형 안심버스로 친구들과 함께 집에 갈 수 있으니 더 안심이 된다"라며 "노선이 어떻게 정해질 지 모르지만, 지선·간선 노선으로 운행해서 학생들이 더 편하고 안전하게 귀가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윤 교장은 "지자체의 좋은 정책이라도 단체장이 바뀌면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취약시간 안심귀가 서비스'는 '시민중심 체감행정' 10대 시책 중 하나다. 나주시는 지난 5월 90여 개 정책 사업 중 시민 체감도가 높고 시급성이 높은 생활밀착형 시책 10개를 발굴, 선정해 올 하반기에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안심귀가 서비스, 노인 목욕비와 이·미용비 지원, 자금융자와 주민소득 융자사업, 시민행복 콜센터 설치·운영, 공공 와이파이(Wi-Fi) 구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찾아가는 약손 발관리 봉사대, 진로·진학 프로그램, 대형 생활 폐기물 인터넷 배출 시스템 구축, 나주배 과수 정지·전정단 운영, 행복한 이야기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10대 시책으로 선정됐다.

노인 목욕비와 이·미용비 지원 사업은 지난 3월 제정한 조례에 근거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이다. 3억6000만 원을 들여 어르신 1만5000여 명에게 분기당 4000원 권 이용권 3장씩 지급한다.

민원 전화를 할 경우 '전화 돌림' 등으로 인해 겪었던 불편함도 해소한다. 민원인의 전화에 부서나 담당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화 돌림이나 전화 연결 지연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민행복 콜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콜센터에는 전담 공무원 3명이 담당한다. 시는 콜센터를 운영하며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민원의 분야와 성격, 담당부서와 담당자, 행정 절차 등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전화돌림 방지로 주민의 불편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 Wi-Fi는 우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주 금성관(조선시대 관아) 일대부터 구축한다.

시민소통위·원탁회의 등 주민참여 활성화

 민선 6기 나주시는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나주'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중심 체감행정'과 함께 시민소통·참여를 활성화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한 시민소통위원회 위원들이 워크숍을 하고 있는 모습.
민선 6기 나주시는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나주'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중심 체감행정'과 함께 시민소통·참여를 활성화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한 시민소통위원회 위원들이 워크숍을 하고 있는 모습. ⓒ 나주시 제공

임양섭 기획팀 주무관은 "대규모 사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편의적 틀 때문에 불편을 겪는 부분을 꼼꼼히 살펴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시민체감 행정을 하고 있다"라며 "소소하지만 주민이 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을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주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해 가겠다"라고 말했다.

민선 6기 나주시가 '시민중심 체감행정'과 함께 행정의 열쇳말로 강조해 온 것은 시민소통·주민참여다. 나주시는 먼저 시민소통·참여 활성화 정책을 수립, 추진하기 위해 제도적 근거와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 2014년 11월 시민소통위원회 설치·운영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다음해 1월 전담 부서로 '시민소통실'을 신설했다.

시민소통위원회는 5개(자치교육·역사도시·보건복지·혁신경제·농업농촌) 분과, 위원 70명으로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해 활동 중이다. 시민소통위 전체 회의(상·하반기 각 1회), 분과위원회(분기별 1회)를 열고 시민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소통위 이외에 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지역 현안에 대한 토론과 현장 투표 결과를 시정에 반영하는 원탁회의(연 2회),  나주 미래 발전상을 공유하는 '이그나이트 나주'도 열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시민소통·참여 활성화 정책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 21일 끝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아래 실천본부)가 개최한 '2016년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응모(전국 68개 기초단체 참여)해 '시민참여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민소통위 사례 뿐 아니라 '현장 소통의 날' 운영, 시민이 연구원과 자문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연구용역' 도입 등도 반응이 좋다.

최근 나주시는 공약 이행 평가를 시민에게 맡겼다. 지난 4일 실천본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약 평가 주민배심원제'를 도입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실천본부는 8월까지 시민 40명이 참여하는 주민배심원단을 모집·구성할 예정이다. 배심원단은 인구비례에 따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모집한다. 배심원단은 10월에 공약 이행 최종 평가보고서를 나주시에 제출한다. 배심원단 활동을 위해 나주시는 공약 추진 현황보고는 물론 시책과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할 계획이다.

공약 평가도 주민 손으로

 민선 6기 나주시는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나주'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중심 체감행정'과 함께 시민소통·참여를 활성화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그나이트 나주'.
민선 6기 나주시는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나주'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중심 체감행정'과 함께 시민소통·참여를 활성화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그나이트 나주'. ⓒ 나주시 제공

주민배심원제 도입에 앞서 나주시는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공약 이행 정도 등을 점검해 왔다. 나주시는 민선 6기 출범 전에 8개 시민단체와 11개분야 25개 정책을 중심으로 '좋은 정책 만들기 정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좋은 정책을 함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약 과제 실행계획 보고회, 추진 상황 보고회를 통해 공약 이행 정도 등을 평가 받았다.

주민배심원제는 실천본부가 지자체에 제안해 지난 2013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주민 공약평가 제도다. 실천본부가 매년 전국 지자체에 도입을 제안하고 있지만, 시행하는 지자체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7월 현재 16개 기초자치단체, 12개 광역자치단체가 도입했다.

이광재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자체가 공모 과정도 없이 위촉한 평가단의 경우 집행부의 의견과 다른 평가를 하지 않는다"라며 "주민배심원단은 구성할 때부터 무작위 추첨으로 하고, 시민 눈높이에서 거리낌 없이 반대 입장(평가)를 낼 수 있어 실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시민소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양순(50·나주 금남동)씨는 "아직은 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 정립이 안 된 상태 같다"라며 "나주시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미리 의견을 구하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 시정에 적극 반영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동적인 자문을 하거나 혹은 행정을 편드는 듯한(들러리) 방향으로 가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며 "시민이 공감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지적이 있을 때 더 좋은 방안을 모색해보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시민소통실 한 관계자는 "참여와 소통 문화 정착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면서 정착시키겠다"라고 밝혔다.


#나주시#안심귀가 서비스#시민체감 행정#공약평가 주민배심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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