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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어디 아픈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하다보면 지하철에서 하루도 안 빠지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눈인사를 주고받기도 하지요. 사가정역에서 첫차를 타는 사람들 대개가 경비원이나 미화원들인데 한 분이 보름째 안 보입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고속터미널에서 내리는 폼으로 보아 미화일을 하시는 분같은데,

여유가 있어 쉬겠다면 다행이겠으나 어디 몸이라도 아픈 건 아닌지, 2013년 정월 첫자락부터 2016년 중순까지 함께 동행을 해오던 분이기에 걱정이 더합니다.

사가정역에서 고속터미널까지 그 분이 일어나야 내가 앉아서 갈 수 있는 짧은 거리의 동행이었지요. 또 다시 뵐 수 있다면 좋겠으나 만약 다시 뵐 수 없다면 잡초 속에 숨어 빙그레 웃고 있는 꽃처럼 그렇게 편안하고 건강하시길 기도를 드립니다.

*
새벽 5시 30분, 지금 이 시간에 출근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공광규 시인의 시 한 수를 드립니다.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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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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