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카와 유타카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은 <크리피>를 잇는 작가의 후속작이다. <크리피>에서 작가는 잘 알지 못하는 이웃에게 생겨나는 공포를 묘사했다. 친절하게만 보이던 이웃의 본 모습을 알게 되면서 생겨나는 두려움을.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도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분위기다. 어느날 낯선 여관에 들어갔는데 그 여관을 경영하는 사람이 수차례 살인을 저질렀고 여관에서 매춘을 알선하고 있다면?
작품 속 사건의 배경은 1985년, 그 여관을 경영하며 살인을 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6명의 여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한다. 그 여자들은 여관에서 일종의 매춘부 역할을 해왔다.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냥 동반자살로 마무리 되었다.
그로부터 30년 뒤에 한 저널리스트가 이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어떤 이유로 그리고 어떤 경위로 동반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30년 전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저널리스트는 당시 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여성을 만나면서 사건의 진상에 조금씩 다가간다.
살면서 여관에 갈 일이 얼마나 자주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느날 들른 여관의 주인이 살인범이라면 그곳에 머물고 싶은 생각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정말 두려울 것 같다.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13,000원윤재성 <외로움 살해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죽일 수 있을까? <외로움 살해자>에서는 외로움을 죽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주)외로움살해자'가 등장한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아서 그들과 주기적으로 대화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그들이 가진 외로움을 '죽이고' 그 수고비를 받는 것이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외로움에는 단계가 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주인공은 아주 중증인 외로움을 가진 젊은 여성의 의뢰를 받아서 그녀의 외로움을 죽이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녀는 말한다.
"외로움은 죽이지 못할 거예요. 그전에 제가 죽을 테니까."외로움이 얼마나 심해지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외롭다'라고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 일뿐.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고 하지 않던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밥먹고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외로움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이 심해져서 죽을 만큼 외로우면 심각한 문제겠지만, 외로운 감정을 가끔씩은 느껴야 살아가는 맛도 있을 것도 같다.
<외로움 살해자> 윤재성 지음. 들녘 펴냄. 13.800원.S. L. 그레이 <언더 그라운드>
사람을 죽게 만드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2015년 여름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메르스'처럼.
이런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일 것이다. 마스크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만 증상이 보여도 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겠다. 대신 아예 질병 자체에서 도피하는 방법도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아시아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미국으로 건너온다. 그래서 돈 있는 사람들은 지하에 만들어진 사설 벙커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은 마치 콘도를 구입하듯이 벙커의 객실을 구해서 그곳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생활하다보면 안 좋은 일도 생겨나는 법. 이들은 조금씩 마찰을 빚기 시작하고 결국 그것은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무사히 벙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치명적인 질병이 전국을 떠돌면, 이런 사설 벙커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장소는 질병의 확산에서 예외적인 곳이 될지 모르지만, 동시에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폐쇄공포증을 유발시키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실제로 이런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죽더라도 벙커 안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
<언더그라운드> S. L. 그레이 지음 / 배지은 옮김. 검은숲 펴냄.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