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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FPS 게임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 서비스 시작 한달도 채 안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발표이다.
▲ 서든어택 2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 MMOFPS 게임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 서비스 시작 한달도 채 안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발표이다.
ⓒ <서든어택2>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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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넥슨GT는 자사의 신작 게임 '서든어택2'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게임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봇물 터지듯 터져나온 부정적인 여론과 졸속 운영에 대한 유저들의 비판을, 지금의 상태로는 철야 업데이트를 불사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7월 2일에 오픈을 시작하고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슈들은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전작인 '서든어택'은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거진 10년 넘게 온라인 게임 인기 순위의 탑을 달리며 '리그 오브 레전드'와 견주던 게임이었다. 비록 기획적 측면에서 썩 훌륭하진 않더라도,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회사인 넥슨의 대표 타이틀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4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3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비를 투자한 이상, 그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줘야 했음이 당연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게임성은 10년 전의 그것과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 반면에 시각적 완성도는 최신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 게임과 비교가 되기는커녕, 12년 전에 출시 됐었던 '하프라이프2'와 비교해야 겨우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픽 버그는 수두룩하게 드러났다. 기술을 선도하기는커녕 업계의 표준적인 추세도 따라가지 못하던 이 게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서든어택2'에서 남는 것-이자 출시 전 주력 홍보 포인트였던 것-은 미야와 김지윤이라는, 특수부대원이라기보다 철저히 중년 남성들이 보기 좋아할 법한 두 여성 캐릭터였다. 그런데 그 마저도 게임의 조잡함을 조롱하는 소재로 전락하다가 결국 게임 내에서 삭제를 당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된다. (관련 기사 :  '슴든어택' 논란, 캐릭터 삭제로 끝날 문제 아니다)

어쩌면 그건 예견된 실패일지도 모른다. 올해 4월에 있었던 'NDC2016 (Nexon Developer Conference :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김대훤 이사는 '서든어택2'의 개발 포인트는 전작의 게임성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데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었다. 그렇기에 '서든어택2'에서 굳이 10여 년 전 게임을 2016년 현재로 끌고 오는데 집착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서든어택' 역시 훌륭한 FPS 게임은 절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작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열화 카피에 불과한 게임이었고, 당시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 게임계에서 FPS장르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 '서든어택2'는 전작의 단점에 집착한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캐릭터는 '시대착오'를 보여준다

캐릭터 "미야"가 강남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 <서든어택2> 시네마 트레일러 영상 캐릭터 "미야"가 강남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 넥슨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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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단점으로 점철된 이 게임에서, 게이머들에게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왜곡된 성적 대상화였다. 명색이 밀리터리 액션을 추구하는 게임 속에서, 온갖 장구류를 두텁게 둘러맨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여성 캐릭터들이 전부 가슴과 둔부를 드러냈기에 게임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여론이었다.

특히 그 여론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던 것은 '서든어택2'의 시네마틱 트레일러였다. 트레일러에서 미야라는 '모델 뺨치게 예쁜' 여성 캐릭터가 강남역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중무장한 적들과 전투를 벌이게 된 그녀는 순식간에 모두 사살한다. 어느 순간 영상의 배경은 어느 창고로 바뀌고 그 곳에서 남은 적들도 전부 처치하며 영상은 막을 내린다.

트레일러의 주제는 미야가 단신으로 적들을 무찌르는 데 느껴지는 일련의 통쾌한 액션 시퀀스이다. 그 와중에도 미야의 표정은 변하지 않으며 엉덩이는 과도하게 흔드는데, 카메라는 이에 호응하듯 가슴과 엉덩이를 어느 때나 부각한다.

분명 '서든어택2'의 장르는 밀리터리 액션이다. 그러나 트레일러에서 보여주는 미야의 모습은 게임이 추구해야 할 장르적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하필 그녀가 싸우는 곳을 강남역 지하철 입구로 정했는지도 모르겠고, 트레일러에서 성형외과 간판이 돋보이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미야는 '서든어택2'의 모든 것을 상징하는 캐릭터였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부분까지 말이다.

블리자드는 트레이서의 선정성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여 오른쪽과 같이 포즈를 수정했다.
▲ <오버워치>의 캐릭터 '트레이서'의 포즈 수정 전과 후 블리자드는 트레이서의 선정성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여 오른쪽과 같이 포즈를 수정했다.
ⓒ Blizzard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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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것은, 이 논란이 일어나기 불과 3개월 전 '오버워치'의 캐릭터 '트레이서'의 포즈 때문에 큰 논란이 있던 것이다. 자신을 한 딸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베타 테스터가 '트레이서의 포즈가 캐릭터의 개성과는 맞지 않게 선정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의견을 내보였고, 블리자드 측에서는 이에 수긍해 캐릭터의 포즈를 바꿨다.

지금 시점에서는 다 끝난 일이지만, 이에 대해 게이머들은 SJW(Social Justice Warrior, 대중 매체에서 혐오/편견적인 표현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을 비꼬는 말. 국내에서는 '프로불편러'라는 단어로 쓰인다. - 필자 주)들이 비디오 게임에 페미니즘을 빌미로 과도한 검열 잣대를 들이댄다며 분개했다. 국내 여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여론이 어느새 게임의 과도한 성적 대상화에 대한 비판으로 바뀌었다. 토론을 통해 게이머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넥슨GT의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 교체 사태를 비춰보자면, 페미니즘은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넥슨 이라는 회사에 대해 품고 있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게임의 엉성한 완성도를 기점으로 표출된 것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관련 기사 : 한국 게임이 또... 넥슨은 왜 죄 없는 성우를 하차시켰나)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든어택2'의 여성혐오 논란은 단지 넥슨 GT의 일부 개발진들의 잘못으로 국한될 문제가 아닌, 현 대한민국 게임 업계의 문제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령, NC소프트의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멀티플레이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블레이드 & 소울'의 개발자들은 미국 런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 퍼블리셔 측에게 게임 내 만연한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들어야 했다.

캐릭터 코스튬의 호불호를 떠나, 캐릭터들의 성별에 의해 "운동선수"와 "치어리더"로 구분되었다는 부분이 성차별적 요소로 받아들여저 일부 유저들의 비판이 있었다.
▲ <사이퍼즈>의 기간 특별 한정 업데이트 홍보 이미지. 캐릭터 코스튬의 호불호를 떠나, 캐릭터들의 성별에 의해 "운동선수"와 "치어리더"로 구분되었다는 부분이 성차별적 요소로 받아들여저 일부 유저들의 비판이 있었다.
ⓒ 네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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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또 다른 온라인 게임인 '사이퍼즈'는 기간 한정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젠더적으로 불공정한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벤트로 팔았던 캐릭터의 특별 코스튬이 너무 선정적(비키니, 바니걸 슈트 등)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구 시즌 이벤트의 경우, 남자 캐릭터들의 코스튬은 '선수'에 한정됐지만, 여자 캐릭터들은 '치어리더', '배트 걸'처럼 성적인 이미지로만 다뤄졌다. 게임에 출연하는 9세, 13세 여성 캐릭터에도 노출이 심한 의상이 그대로 적용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라라 크로포트가 섹시한 여전사에서 투쟁하는 페미니스트로 진화하며, '매스 이펙트'의 여성 셰퍼드 대령이 남성일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찬사를 얻을 때도, 국내 게임 업계는 그로부터 일말의 교훈을 전혀 얻지 못했던 것이다. 

'성적 대상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변명이다

<잘 먹는 소녀들>의 컨셉은 걸그룹 아이돌 간에 누가 더 '이쁘게' '많이' '잘먹냐'를 두고 실시간 인기투표로 승자를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 <잘 먹는 소녀들>의 한 장면 <잘 먹는 소녀들>의 컨셉은 걸그룹 아이돌 간에 누가 더 '이쁘게' '많이' '잘먹냐'를 두고 실시간 인기투표로 승자를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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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문제는 게임 업계에만 한정 지을 수 있는 게 아닌,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컨텐츠 전반으로 확장된다. <본분 금메달>과 <잘 먹는 소녀들>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비록 일회성으로 끝났다고 할지라도, 예능에 만연한 여성 혐오적 정서와 코드는 변함이 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커진다.

성시경이 여성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친근한 오빠의 느낌으로 외모를 품평하고,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에서는 -가상이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출연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굳이 민낯과 신체 사이즈를 언급하여 예능 포인트로 삼는다. 채널을 막론하고 어느 예능에서나 남성 중년 MC들은 여성 출연자들에 대해 추한 욕망을 자연스럽게 포장한다.

이 모든 것이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대충 넘어가는 세상에서, <본분 금메달>과 <잘 먹는 소녀들>은 단지 유별나게 민낯을 보여줬을 뿐이다. 요컨대 '서든어택2'의 선정성은 단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정서를 관습적으로 수용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서든어택2'가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실패를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분명하다. 여전히 많은 콘텐츠들은 여성의 성적대상화에 기대어 만들어지고,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소비한다. 혹자는 말한다. 성적 대상화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고.

그러나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여전사의 투쟁 이야기로 전 세계의 평단과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서든어택2'의 미야에게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진다는 혹평을 듣고 있을 무렵, 블리자드는 노인 여성 저격수인 '아나 아마리'를 성공적으로 등장시켰다. 성적 대상화가 '비즈니스'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단지 과거에 안주하려는 기획자들의 무능함을 가리는 변명이지 않을까.


태그:#서든어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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