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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가 지난달 29일 연변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허 길 연변대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우려를 전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가 지난달 29일 연변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허 길 연변대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우려를 전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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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력으로 사드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은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자주권을 중국이 뭐라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미국이 한국 땅에 배치하는 것은 북한을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지요.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주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소탐대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 연변대학교 허길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성세기호텔에서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항일만주기행 참가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신냉전시대로 도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연변대학에서 리더십(영도학)을 공부한 후 경북대학교에서 '중국 관료의 부패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공산당 간부로 연변자치주 외사국장을 하면서 북·중 관계를 담당하고 현재는 연변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허 교수의 부인은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 교수는 "한국에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에서는 민간과 학계, 지도층의 의견이 분분하다"며 "특히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한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를 한 상태"라며 "사드 배치가 강행된다면 한국이 우려하는 것보다 더 상당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이 수교한 후 지금까지 최고의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각 분야에서 교류가 잘 돼왔다"며 "이 정도까지 고속으로 관계가 진행된 것은 유사 이래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북·중 관계보다 지금의 한·중 관계가 더 돈독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 이유로 한·중 관계의 무역을 예로 들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전에는 무역 규모가 5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3000억 달러가 넘고 중국은 한국이 제3의 무역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다.

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았던 것도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얼마나 가까웠던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하지만 지금은 사드 문제 때문에 미묘한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며 "중국 입장은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동북쪽과 러시아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레이더는 최고 4500km까지 탐색이 가능해 중국과 러시아까지 관찰이 가능하다"며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사드를 배치하는 순간 한국은 주적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속담에 '깨를 주고 수박을 잃는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은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허 길 연변대 교수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허 길 연변대 교수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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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조선인으로서의 개인적인 고뇌도 토로했다. 그는 "북한의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야 하는데 한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위협이 되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오히려 한국에는 손해라는 주장이다. 한국은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국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한·중관계가 악화될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협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한·중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민간교역은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중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민간교류와 경제교류가 끊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어 "중국에서 한국을 제재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대립관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작은 마찰이 있더라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일만주기행 참가자들은 지난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백두산을 비롯해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과 김좌진장군 기념관, 발해유적지, 조중접경지역, 용정의 윤동주 생가, 일송정 등을 돌아보았다.


태그:#사드 배치, #중국, #허 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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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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