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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를 잊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

이같은 기치를 내건 당찬 여고생들이 있다. 창원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자율동아리 리멤버(Remember)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윤수, 김조은, 이연수, 김미소 학생이 지난 3월에 만든 동아리다.

2일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은 '리멤버'가 배지 판매 수익금을 할머니들의 집수리 비용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리멤버'는 일본군위안부, 독도, 동북공정 등 다양한 역사 문제를 많은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리멤버'가 첫 번째로 활동한 분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배지를 만들었는데, 리멤버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창원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자율동아리'리멤버' 회원들이 지난 7월 28일 마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를 찾아, 배지 판매로 모은 기금을 집수리 비용으로 전달했다.
 창원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자율동아리'리멤버' 회원들이 지난 7월 28일 마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를 찾아, 배지 판매로 모은 기금을 집수리 비용으로 전달했다.
ⓒ 주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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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는 가로 20mm, 세로 6.5mm 크기다. 머리 위에 꽃핀을 꽂은 소녀를 형상화했다. 물망초의 꽃말인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착안해 도안한 것이다.

리멤버는 "배지라는 단순한 매개체를 통해 많은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 판매를 통한 수익금을 피해할머니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하고자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동아리 대표인 조윤수 학생이 의견을 내서 시작되었고, 김조은 학생이 배지를 디자인했다. 김조은 학생은 "물망초의 꽃말처럼, 이 배지를 구매한 학생들이 배지를 볼 때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떠올렸으면 했다"고 말했다.

리멤버 배지는 먼저 무학여고 학생들에게 판매되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무학여고 학생한테 무려 450개의 배지가 팔린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도 판매 요구가 들어 왔다. 이에 리멤버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내서여고, 창신고, 마산여고, 용마고, 가포고, 함안고, 마산제일여고, 합포여중에서도 배지 주문이 들어왔다.

이들은 배지를 판매해 무려 200만 원을 모았다. 판매가가 개당 2000원이니까 무려 1000여 명이 배지를 산 것이다.

리멤버는 이 기금을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집 수리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회원들은 지난 7월 28일 마산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김양주(92) 할머니를 찾아 배지 판매 수익금을 전달했다.

이 기금은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과 연계해 할머니들의 집수리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할머니 뵙고 먹먹한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학생들은 뿌듯해 하고 있다. 조윤수 학생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지역에 살고 계신지 몰랐고, 더구나 몸이 많이 편찮으신지 몰랐다"며 "할머니를 뵙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먹먹한 생각에 눈물이 나는 것을 참았다"고 말했다.

이연수 학생은 "많이 편찮으셨지만 우리를 보고는 힘들어도 한두 마디 하시려 하고 손도 꼭 잡아주는 모습에 좀 더 일찍 찾아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며 "할머니께서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하고, 앞으로 자주 찾아 뵐 수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김조은 학생은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고, 할머니께 배지를 달아드렸을 때 가슴이 울컥했다. 배지 판매를 진행하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해 알려주게 되어 좋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더 많이 알게 되어 뿌듯하였다"며 "병원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으며 할머니를 뵈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살려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말했다.

김미소 학생은 "병실에서 할머니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경희 대표께서 할머니가 옷을 갈아 입혀 드리려고 할 때 꼬집기도 하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눈물이 쏟아졌다"며 "일찍 찾아뵙지 못하고 더 관심을 갖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고, 손 잡아드리고 안아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사랑해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이 외교관인 조윤수 학생은 "열심히 준비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간호사가 되고 싶은 김미소 학생은 "할머니처럼 힘든 상황의 분들을 정성을 다해 치료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무학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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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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