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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포항공대 총학생회장 김상수씨가 포항공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써,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 싣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안녕하세요, 포항공과대학교 총학생회장 김상수입니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1600명이라는 경찰 병력이 학내에서 학생들을 끌어낸 사건 뒤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포스테키안(포항공대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때 학교에 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포항공대 셧다운제를 막아냈던 세대로서, 이화여대의 모든 학생들에게 조용한 응원과 지지를 표하고자 합니다.

포항공대 셧다운제란?
셧다운제는 포항공대 내 기숙사, 대학원 아파트 등 주거지역에서의 주요 온라인 게임 사이트 접속을 매일 오전 2시부터 7시까지 제한하는 제도다. 포항공대 측에서는 2015년 3월부터 학생들의 게임 과몰입을 위해 이러한 조치를 한다고 밝혔으나, 학생들의 반대와 실효성 문제로 인해 2015년 9월부터 셧다운제가 폐지됐다. (참고 기사: 캠퍼스 - 포항공대 셧다운제, 포항공대 신문 2015년 9월 23일자)

1. 미래라이프대란 무엇인가요?
이화여대에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아래 평단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신설한 대학입니다. 먼저 평단사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평단사업은 30세 이상 성인 학습자들을 선발해 교육할 수 있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설립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현재 10개의 대학이 선정되었고 미래라이프대는 내년부터 모집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서 이화여대는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 등을 세부 전공으로 가지는 '미래라이프 대학'을 신설했습니다. 정원 200명의 미래라이프 대학은 평생교육원이 아닌 '단과대학'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정문앞 벽면에 졸업증서 복사본이 'RUTURM' 의 도장이 찍힌채 부착되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정문앞 벽면에 졸업증서 복사본이 'RUTURM' 의 도장이 찍힌채 부착되어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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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생교육원이랑은 무엇이 다른가요?
'수료증'을 받는지, '학사 학위를 받는지'의 차이입니다.

그동안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수료한 뒤에는 '__대학 평생교육원' 이름이 적힌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이화여대도 1984년부터 평생교육원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러나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의 신설로 학교는 입학정원의 5.5% 이내의 정원 외 평생교육 대상 '학생'을 선발할 수 있습니다. 즉,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수료하게 되면 공식적으로 이화여대의 졸업생입니다.

선발 기준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평생학습자(미래라이프대학)전형에는 재직경력과 면접만이 선발 기준이 됩니다. 수능점수나 기타 시험은(현재까지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평생교육 수업도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로 인정되며,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충원율과 취업률은 대학평가 지표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3. 이화여대는 왜 평단사업에 지원했나요?
재정적 어려움 탈피 +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입 지원.

학교 측의 초기 의견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돕고, 여성평생학습자의 필요에 따른 전공을 운영하겠다고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 콘텐츠 기획 전공, 건강/영양/패션 전공을 내세운 것입니다. 또한, 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입학처장, 교무처장 등과의 면담결과 해당 사업에 지원한 가장 큰 목적은 학교의 재정적 어려움 탈피"였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대학신문 기사에 따르면 선정 대학에게는 35억 원의 지원금이 교부됩니다.

4. 학생들은 왜 반대하나요?
비민주적 추진 + 대학의 과도한 산업화 + 교육 질에 대한 대책 없음

먼저 이화여대 학생들이 이 사업에 대해 알게 된 것은 7월 29일입니다. 심지어 이화여대 학보에 따르면 추가 선정 결과가 나온 뒤 한 학생이 이를 발견해 익명 게시판에 올린 것이 최초입니다. 추가 공모 계획은 5월 11일부터 공고되었고, 학교 내부 처장단 회의는 5월 17일이며, 이화여대의 선정 결과는 7월 15일 발표되었습니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기술해도 독단적 결정이 맞습니다.

그나마 학생위원이 한 명 있는 대학평의원회의 안건이 바로 '미래라이프 대학을 위한 학칙 개정안'이었고, 학생위원이 아무리 반대해도 다수결로 통과되면 절차는 끝납니다. 기어코 7월 28일 대학평의원회가 열리기로 결정까지 되어 평의원회 8명이 모여 있었으나 학생들이 이를 막아섰습니다(다만 교수들이 식사하고 화장실을 가는 등 자유롭게 이동했고 오히려 교수 측에서 '3박 4일 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등 감금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대학의 산업화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사실 이화여대에는 보건관리학과, 식품영양학과, 의류학과,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구 신문방송학과)가 있고, 평생교육원도 있습니다. 굳이 따로 '뉴미디어 전공'과 '웰니스 전공'을 개설해야 새로운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교육원에서 할 수 없는 분야의 교육을 하지도 않습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학위 여부와 등록금뿐이기에 대학이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교육 질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같은 전공이 생긴 데다가 이제는 전임교원의 의무 강의시간에도 포함되니, 교수 부족, 강의실 문제 등 단순하게 생각해도 교육의 질은 떨어집니다. 왜 평생교육원 질을 높이지 않고 단과대학을 신설해야 할까요? 물론 '이화여대 학위'를 받게 되겠지만, 이화여대가 주장하는 이 사업의 목표는 '대학 학위를 따게 하자'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되니까요.

지난 30일 이화여대 본관에서 경찰과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다.
 지난 30일 이화여대 본관에서 경찰과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제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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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일단 이화여대는 현재 평단사업의 추진을 멈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화여대 총장은 이와 함께 "총학생회는 학교 일이라면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며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에 대해 징계를 내릴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회견에서 이야기한 최 총장은 본관에서 총장을 기다리던 학생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포스테키안 여러분,
프라임 사업, 대학 구조조정 등 이미 많은 대학 관련 이슈들이 지나갔고 우리 총학생회가 많은 경우 이에 대해 많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의 경우 셧다운제 폐지 운동 때와 굉장히 많이 겹쳐 보이고, 사회의 사건을 학우 여러분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며 학우 여러분들과 더 다양한 논의를 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관련 소식을 전달해야 할 언론은 '경찰의 과잉진압 비판', 혹은 '학생들의 점거 비판'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사업 추진 중단을 알리는 기사마저 마치 학생들이 가해자인 것처럼 '감금'을 기정사실화하고, 학교와 경찰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서 멈추곤 합니다.

상황에 대한 판단은 학우 개개인의 몫이지만, 결국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회는 학교 일이라면 반대만 한다"는 말은 현실을 호도하고 있고, 너무 쉽게 당할 수 있는 선동입니다. 포스테키안 여러분들도 이대 학우들을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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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텍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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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포항공대 셧다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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