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오전 11시 45분]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서울시는 이에 기습지급으로 맞섰다.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사회참여 의지는 있으나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의 사회참여를 돕기 위해 3000명에게 매달 50만 원씩 최대 6개월까지 현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지난달 6천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지급대상자 선정작업을 벌여왔다.
보건복지부는 3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장의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결정 처분에 대하여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 하고, 이를 서울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서울시장은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결정 처분을 즉시 취소하고,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오는 4일 오전 9시까지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시정명령은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시행하기에 앞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협의·조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과, 협의기준에 맞지 않아 복지부가 '부동의' 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보장기본법 위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복지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서울시가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동법에 따라 서울시장의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결정'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추가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3000명 가운데 2831명에게 우선 50만 원을 입금했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선정대상자 중 약정서 동의를 한 2831명에게 우선적으로 활동지원금 50만 원을 지급했다"며 "이와 동시에 청년들의 사회진입을 돕기 위해 역량강화 및 진로모색에 필요한 연계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활동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어 "현재 복지부와 합의한 안에 준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일부 언론을 통해 직권취소 방침을 밝히는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사유와 부당한 외부 개입에 따라 청년들의 삶에 호응하기를 끝내 거부한다면 별도의 강력한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청년수당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지난 3일 동안 대상자들에게 개인 명의 통장과 약정서 등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는 사람들을 빼고 지급한 것"이라며 "서류가 들어오는 대로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직권취소 조치 내려지기 전에... 시 "재판에서 이기면 된다"당초 복지부는 서울시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시정명령 및 직권취소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서울시도 이에 대법원 제소 및 권한정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법적 공방 기간 동안엔 청년수당 지급이 보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복지부의 직권취소가 내려지기 전에 기습 지급해버린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상자를 선정했으면 지급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 복지부도 (서울시가 이렇게 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직권취소가 내려지기 전에 지급했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불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재판에 싸워서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복지부와의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왔고 사업 내용에 대해서도 복지부와 구두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복지부의 주장처럼 위법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서울시는 지난 6월말 복지부로부터 유선으로 수용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외부'의 개입으로 뒤집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의 충돌을 무릅쓰고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한 것은 더 이상 정부와 협상 여지가 없고, 지급을 못할 경우 예상되는 비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2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청년수당 시행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고 반대 입장이 완강한 복지부장관-고용노동부장관과 설전만 벌이고 돌아왔다.
긴 시간에 걸쳐 시행을 준비하고 대상자 선정까지 마친 상황에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로 청년수당 지급을 못한다면 '이렇게 될 것을 뻔히 알았으면서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지급을 강행한 배경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직권취소 조치를 내릴 경우 서울시는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입장이어서 양 정부기관의 대립은 결국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