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어린아이를 포함해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남구 감만동 싼타페 교통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는 현재까지 크게 급발진과 차량결함, 운전 부주의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① 급발진 가능성 있지만 규명이 관건일차적으로 지목되는 사고 원인은 차량이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지는 급발진 가능성이다.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살펴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은 발견된다. 15초 분량의 사고 직전 영상에서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량은 교차로 진입을 앞두고 이상이 감지된다.
운전자 한아무개(64)씨는 "차가 와 이렇노(왜 이러냐)"라는 말을 연신 하며 차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알렸다. 다른 차량과 충돌을 피하려는 듯 교차로 진입과정에서는 경적도 울린다. 차량의 엔진음으로 추정되는 굉음도 함께 녹음되어 있다. 교차로에서 급히 좌회전한 차량은 3차로에 세워져 있던 트레일러의 뒷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영상을 확인한 자동차급발진연구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급발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엔진 소음이 커졌고, 충돌 사고까지 시간이 길었으며 음성녹음에도 차가 왜 이러냐는 말이 나온 거로 볼 때 급발진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브레이크 파열·고압 펌프 이상 등 차량결함 가능성
사고 차량은 2002년식 싼타페 초기 모델로 출고된 지 15년이 된 차량이다. 이 때문에 차량의 노후로 인한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차량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는 고압 펌프 이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 2004년 이전 생산된 싼타페는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는 고압펌프가 말썽을 일으켜 무상수리가 진행됐다. 고압펌프가 고장난 차량은 엔진의 회전수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굉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경험한 운전자 중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하지만 사고 차량은 EDR(Event Data Recorder)로 불리는 '차량사고기록장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 2008년 이후부터야 현대자동차 생산 차종에 장착하기 시작한 EDR에는 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와 엔진, 브레이크 상태 등이 기록되지만 사고 차량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15년이 지난 차량은 품질보증이 별개 문제가 돼 제조사에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렵다"면서 "브레이크 시스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사고 이후 차량이 대파되어 제조 결함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③ 운전 부주의 제기에 전문가들 "가능성 크지않아"일부에서 제기하는 운전 부주의를 놓고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사고 운전자는 20년 경력의 택시 운전기사로 3살과 3개월 된 손자를 데리고 피서를 가던 길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에도 사고 직전까지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한 점은 발견할 수 없다.
운전자 한씨도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와 사고 장면이 담긴 CCTV 확보에 나섰다. 차량 뒤편 브레이크등이 켜졌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필수 교수는 "운전자가 차량의 이상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운전 경력을 볼 때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도 "20년 이상 운전한 기사가 이상을 느낄 정도라면 분명 차량에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보탰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사고 원인을 두고 조사를 하고있다"면서 "차량의 정비 기록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경찰은 오는 5일 도로교통공단과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고 차량을 넘겨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사고 원인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를 진행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