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갈리아>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표방하는 <오마이뉴스>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주장성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한 반론이나 기타 의견을 보내주신다면 가감없이 싣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얼마 전 자신이 어느 인터넷 진보 커뮤니티 유저라고 밝힌 사람과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메갈리아가 페미니스트냐고 일방적으로 따졌고, 나는 내가 이해하는 방식을 들어 그에게 설명했다.
"페미니즘이 있고 여성억압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여성 억압이 있고 페미니즘이 있었습니다. 저도 메갈리아의 문제점에 동의합니다. 말콤엑스는 흑인인권운동가였습니다. 마틴루터킹과 같은 시대 사람입니다. 다른점은 마틴 루터킹은 비폭력저항을 실천했고, 말콤엑스는 폭력시위를 하고 흑인들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습니다.말콤엑스를 역사에서 평가하는 시각은 이렇습니다. '그 당시 흑인들이 억압되었던 사회구조와 분위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흑인억압과 폭력이 심했으면 말콤엑스가 폭력운동과 분리주의를 주장했을지 맥락을 생각해야 한다.'저는 메갈리아의 운동방식과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말콤엑스와 같이 메갈리아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 사람이 말콤엑스를 몰랐기 때문에 천천히 말콤엑스를 설명했고, 페미니즘 책을 한 권도 읽은 적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설명해주면서 페미니즘 도서를 읽어보라고 권면해드렸다. 그 사람은 그러하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만난 내가 운이 좋았다. 나는 그 사람이 모르는 분야를 무식하다고 폄하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무식하다'는 말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집에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일이 없었다. 아빠는 초졸이었고, 엄마는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셨으니까. 모두 가난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공부해서 출세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으셨지만, 그렇다고 내가 무식하다고 눈치주거나 타박한 적은 없었다. 부모님은 평생 학력을 숨기고 '무식하다'는 말에 굉장히 예민하셨다. 그래서 나도 뭘 모른다고 사람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았다.
최근 SNS 상에서 '여성혐오는 지능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지식으로 무시하고 무시당하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또 누군가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과, 얼마나 말을 해도 들어막지 않으면 '말을 해도 어차피 들어먹지 않을 멍청한 놈들'이라 말을 한다는 생각이다.
'여성혐오는 지능문제'라 말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말이 여전히 불편한 이유는 말을 내뱉음으로써 배제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행복한 페미니즘>을 쓴 벨 훅스는 이렇게 말한다.
"지배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여자와 남자가 아주 똑같고 기계적으로 평등한 세상이 아니라, 상호 배려의 비전을 갖고 있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우리 모두가 그냥 우리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 평화와 가능성의 세계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 보라. 페미니즘 혁명만으로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인종주의, 학벌주의, 제국주의 역시도 종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하게 자기를 실현하는 여자와 남자가 된다면, 사랑이 충만한 공동체를 만들어 더불어 살면서 자유와 정의의 꿈, 그리고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진리를 현실에서 성취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벨 훅스는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꿈꾼다. '여성혐오는 지능 문제'라 말하는 순간, '지능'도 온전한 사랑을 가로막는 조건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