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남성비하' 등을 이유로 게재 불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성 평등 촉구 광고 대부분을 향후 서울지하철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측에 4일 오전 확인한 결과, 서울메트로는 3일 오전 광고심의위원회를 열어 '여성시대'의 광고도안 22건을 심의했으며 이 중 대다수인 19건에 대해 광고 게재를 승인했다.
심의위가 심의한 22건은 '여성시대'가 애초 제출한 도안 13건과 수정 도안 9건 등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서울메트로가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회원들이 만든 광고 도안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트위터상에서 해시태그(#서울메트로, #서울메트로가_허락한_페미니즘 등)를 통해 비판이 일었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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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은 되고 성 평등은 안돼? 서울메트로 광고 논란
http://omn.kr/kgf0남성 성욕, 때·장소에 상관없이 나타나?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논란
http://omn.kr/eyu3
3일 광고심의위원들은 '여성시대' 측 광고 도안 22건 중 3건에 대해서만 제동을 걸었다. 2건은 '수정 요청', 1건은 '게재 불가'로 판단했다.
게재 불가 판정을 받은 광고 도안에는 "남자는 다 짐승? 그렇다면 남성에게 필요한 건 여성의 몸이 아니라 목줄입니다"란 내용과 목줄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이는 앞서 논란이 됐던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은 때·장소와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나타난다'는 내용이 포함)을 풍자한 광고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광고 게재 불가 판정 이유에 대해 "전체적인 표현이 성차별적 요소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표현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간사할 간(奸)' 글자, 편견이 만들어낸 혐오" 등 19건 광고 승인이어 수정 판정을 받은 광고 도안은 총 2건으로, 각각 '잠재적 범죄자, 남자는 다 늑대야' 표현이 있는 광고와 남성이 손에 칼을 들고 여성을 쫓아가는 듯한 이미지가 담긴 광고다. "광고 속 문구나 칼 들고 여성을 쫓는 듯한 그림은 공공기관(서울메트로)이 싣기는 어렵다, 수정 요청을 전달했다"고 홍보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여성시대' 측이 내놓은 광고 도안 중 나머지 19건은 게재가 승인됐다. 여기에는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63.6%. 당신은 여자란 이유로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셨습니다", "'간사할 간(奸)','싫어할 혐(嫌) 등 여자(女)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글자들, 편견이 만들어낸 혐오입니다" 등 문구가 들어있다.
앞서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당시 비판의 요지는 "서울메트로 측 광고 심의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측 관계자는 "모든 광고를 동일하게 처리한다. 내부적으로 무난한 것들은 승인하고 조금 우려되는 것들은 심의위를 거친다"라고 짧게만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평등 추구 시정 철학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8월부터는 서울시 홍보물 중에서도 성차별 요소가 있지는 않은지 외부전문가 심의 등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