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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직권취소를 했다고 발표한 뒤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직권취소를 했다고 발표한 뒤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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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기본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바로 그 당사자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활동보장제도(청년수당)를 8월 4일, 오늘 무력화시킨 것이다.

서울시가 6300여 지원자 가운데 선발하여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활동지원금을 어제 우선 지급했다. 그런데 복지부가 오늘자로 이를 직권 취소한 것이다. 복지부가 복지를 부인한 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심지어 이미 지급한 첫 회 지원금마저 환수해야 한다고 으름장이다.

"청년수당, 받긴 받았는데... 써도 되는건지"

새누리당은 청년지원에 대해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도발"이라며 복지부의 청년수당 취소를 역성든다. 그러나 진정한 도발은 복지부의 행동이 아닐까? 또한 "우리나라 고급 음식 문화 발전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면서 한 끼 밥 값 3만 원이 적다고 올리자는 새누리당 주장에서 도덕적 해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바늘구멍 같은 취업전쟁에 지치고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면서 삶의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숱한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고작 50만 원 지원을 실험적으로 하자는 것인데 이를 도덕적 해이라고 비난하면서, 3만 원 접대비가 적다면서 투덜거리는 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도덕적 책임을 외면한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 아닐까?

어제 수당을 받은 한 청년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울분을 털어놓고 있다.

"청년수당, 받긴 받았는데...써도 되는건지...보건복지부는 막고, 서울시는 대법원에 소송 건다 하고...", "6개월 간 50만원 주는 거, 포퓰리즘이니... 청년들 도덕적 해이니 뭐니...진짜 더럽고 치사하다. 우리도 우리가 벌어서 쓰고 싶다고...당당하게! 집값내고! 아프면 병원 가고! 교통비 쓰고! 커피도 좀 한 잔 좀 마음 편하게 마시고! 하면 좋은데 최저생계 자체가 안 되는 사회인 걸 어떻게 하란 말인건지..." "청년수당 됐다고 메시지가 와도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또 가난을 증명할 서류 뭐 써야 되나...뭐 또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새우등 터지는 건 아닌지 부터 되묻게 된다."

20대 아이를 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한 없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뭐 대단한 복지를 해준다고 '도덕적 해이', '포퓰리즘', 심지어 새누리당 한 비대위원은 "마약성 진통제를 놓는 것"이라는 폭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청년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 부모세대 전부가 뜻과 마음을 모아 뭐라도 해보아야 할 판에 끝없는 상처내기 발언을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청년의 도덕적 해이보다 부모세대의 도덕적 책임이 문제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집행을 중단하는 직권취소 조처를 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해 청년수당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하게 됐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반대에도 3천명의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중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천831명에게 활동지원금을 지급했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시청 청년정책담당관 사무실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집행을 중단하는 직권취소 조처를 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해 청년수당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하게 됐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반대에도 3천명의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중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천831명에게 활동지원금을 지급했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시청 청년정책담당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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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을 때가 아니라 부모세대의 도덕적 책임을 문제삼을 때이다. 서울시가 지원한 얼마간의 활동비가 혹여 낭비되고 헛되이 쓰일까봐 전전긍긍할 시간에, 어쩌다가 부모세대가 청년세대들을 이토록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고 있는지,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기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도덕적 책임감과 도덕적 의무감을 깊이 성찰해야 할 상황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절차적으로 방법적으로 의문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러면 어떤 것이 나은 방안일지 진정성을 가지고 모색하면 된다. 하려던 정책을 그냥 무산시키는 자세야말로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다. 이미 받은 지원비를 고작 한 번 받았는데 그마저 중단시키고, 더욱이 환수압력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가장 무책임한 도덕적 해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줘야지 수당을 주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훈계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하나마나한 주장이다. 그러면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대책을 말해보라. 단순 명쾌한 일자리 대책이야말로 전 세계가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글로벌 장기침체 국면에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 정책입안자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 두 가지 정책 수단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만큼 청년들에게 놓여있는 현실이 엄혹한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여러 나라들에서 너나없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과 대책을 동원해보고 있는 것이고, 서울시의 청년활동보장제도도 그런 고민의 산물임을 복지부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능력이 있는 청년들에게 돈 뿌리는 것"이라면서 복지부가 청년수당 정책을 폄하하는 것이야말로 도덕적 책임의 회피다. 

'사상 최대의 투자' 90억 시민 펀딩을 제안한다

어쨌든 이 모든 부당함에도 보건복지부는 8월 4일, 오늘 직권 취소를 강행했다. 이로써 당분간 예정된 추가 지급이 어려워졌다. 심지어 복지부는 이미 지급된 금액도 환수하라고 한다. 앞서 페이스북 인용문에서 봤던 것처럼, 이미 첫 활동지원금을 받은 2831명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받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갈팡질팡하게 생겼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부모세대의 도덕적 무책임의 극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믿는다. 약속한 3천명의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계속 주도록 하자. 그들이 또 다시 좌절의 아픈 경험을 되풀이 하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정부가 막아서서 공적 재원으로 안 된다면 시민의 힘으로라도 지원이 계속되도록 만드는 것은 어떤가.

당초에 청년활동보장을 위해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 90억 원을 복지부가 못 쓰게 막는다면 시민들이 90억 원을 펀딩하여 청년들에게 주도록 하면 어떨까? 서울시민이, 부모세대들이 크라우드 펀딩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시민 청년활동지원기금'을 조성해보면 어떨까. 청년들의 희망이 그렇게라도 계속 자라야하지 않을까.

나는 우리 시민들이 청년들의 희망을 위한 '사상 최대의 투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거대한 투자'를 실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대한민국 희망의 불씨는 의회에 올라온 1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이 아니라 시민의 90억 투자에서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혁신파크에서 혁신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청년활동보장제도, #청년수당, #직권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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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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