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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 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운 한편, 중계진들의 해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차별적인 발언이 많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온라인에는 익명의 누리꾼들이 만든 '2016년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가 소개돼 공유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올림픽을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중계진이 되레 올림픽을 보는 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야들야들하다부터... 얼평까지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에 기록되어 있는 성차별적인 발언은 스포츠 선수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평가가 사용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에 기록되어 있는 성차별적인 발언은 스포츠 선수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평가가 사용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 갈무리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에 기록돼 있는 성차별적인 발언은 스포츠 선수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평가가 사용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저 선수는 살결이 야들야들한데 억세게 경기를 하는 선수다."(여자 유도)
"박수받을만 하죠. 얼굴도 이쁘게 생겨가지고."(여자 배영 100m)

이것은 모두 SBS에서 나온 해설들이다. 첫 번째는 지난 6일 여자 유도 경기에서 몽골 선수를 보고 사용한 표현이며, 두 번째는 지난 8일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경기에서 1위를 한 네팔 선수에게 한 말이다. 둘 모두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면서 성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여자 선수들 같지 않고 남자 선수들같이 기술력이 좋으며 파워풀하다."(싱크로다이빙)
"강한 걸 좋아하면 남자의 비치발리볼을 선호할 것이고 조금 보는 걸 좋아한다면..."(비치발리볼)

KBS의 해설 내용이다. 중국 선수들에게 남자 선수들처럼 잘한다고 표현하거나 여성의 비치발리볼은 보는 것이 매력인 경기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발상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기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능력이 떨어지고 박진감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치발리볼의 경우에 남자 선수들의 비치발리볼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지지만 여자 선수들의 몸매를 감상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여성을 남성보다 약한 존재로 만듦과 동시에 성적 대상화하고 있는 발언이다.

문제적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얼굴이 예쁜 만큼" "꽃사슴" "여자 선수가 이렇게 하는 건 대단하다" 등의 여성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발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4년간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의 노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할 중계진들이 오히려 선수들의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성적 대상화 등의 성차별적인 발언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여성을 남성보다 약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나 성적 대상화의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중계진들 역시 성차별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발언했을 확률이 높다.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인식하지 못한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만연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연한 여성혐오... 인식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 이윤소씨는 "올림픽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메달을 따는 경기이고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한 연습과 노력을 한다"라며 선수들의 성별을 나눠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지적했다. 또한 "여자 선수들의 실력이나 기량이 아닌 외모, 몸매, 나이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은 '선수'보다 '여성'임을 강조하는 표현들인데 이는 여자 선수들뿐만 아니라 연예인·직장인 등 일상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무국장은 "이런 여성혐오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라면서 "여성을 이야기할 때 남성과 동일하게 실력·기량·능력만을 이야기하고 외모·몸매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그동안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를 제작한 트위터 이용자 주단(@JOO_D4N)은 "중계 중 해설진들의 성차별적 발언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각 방송사에 공식 항의해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사회 문제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해오던 '쥐픽쳐스-G pictures'의 국범근씨 역시 '올림픽 해설에 개저씨 등판'이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성차별적인 발언이 난무하는 해설진들을 비판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됨에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던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쳐낼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올림픽#여성혐오#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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