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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의 어이없는 상명하복행정으로 인해 주민들이 삼복더위에 속을 썩는 일이 일어났다.

고덕면폐기물매립장반대추진위원회(위원장 이건우, 이하 반투위)는 마을(몽곡리)로 입주하려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투위는 7월 30일 '홍문표 국회의원은 예산군을 신경써라' '안희정 도지사는 예산군의 아픔을 알고 있는가'란 내용의 펼침막을 고덕과 봉산에 내걸었다. 산업폐기물매립장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고덕·봉산지역에 당초에 내건 펼침막 모습.
 고덕·봉산지역에 당초에 내건 펼침막 모습.
ⓒ <무한정보>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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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홍문표 의원 펼침막에 이름자를 천으로 가려놓은 모습.
 며칠 뒤 홍문표 의원 펼침막에 이름자를 천으로 가려놓은 모습.
ⓒ <무한정보>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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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펼침막이 내걸리고 난 뒤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봉산면 고도교차로 변에 걸린 펼침막에 '홍문표 의원' 5글자가 천으로 가려진 것. 이 때문에 펼침막은 '□□□□□은 예산군을 신경써라'란 웃지 못 할 모양새가 돼 버렸다.

11일 아침 일찍 <무한정보>에 이를 알려 온 한 봉산주민은 "이상한 일이 다 있다, 국회의원을 욕보인 것도 아닌데, 왜 이름을 가렸는지 알 수 없다, 안희정은 그대로 있는데… 국회의원이면 당연히 예산군을 신경써야 하지 않냐"라고 꼬집었다.

펼침막의 홍문표 의원 이름을 가린 것은 엉뚱하게도 구본학 고덕면장으로 확인됐다.

구 면장은 이에 대해 "군청 총무과에서 전화가 왔는데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신경 안 쓰는 것도 아닌데 펼침막에 이름까지 넣어서 불쾌하다'고 연락이 왔단다"라며 "총무과에서 이걸(펼침막) 떼라고 하는데 반투위 대표와 상의를 했더니 그 쪽에서는 뗄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 끝에 직원을 시켜 홍문표 의원 이름을 천으로 가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분들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서 그랬다고 밝혔다. 안희정 펼침막은 왜 그냥뒀냐는 물음에 구 면장은 "그건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김만겸 예산군의회 의원은 "살다 보니 별일도 다 보겠다, 공직사회가 너무 경직돼 있다"면서 "이번 일만 봐도 국회의원과 예산군 행정이 수직관계, 즉 상·하급자 위치임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업 직원도 아니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과장·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뭐가 무서워서 상급자 눈치만 살피고 있는지 답답할 노릇이다"라고 개탄했다.

한편 11일 펼침막이 훼손된 것을 알아차린 반투위 주민들은 당일 펼침막을 내건 장소로 달려가 바로 원상복구 했다는 소식이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상명하복, #수직행정, #산업폐기물 반대, #홍문표,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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