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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들녘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경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농림부는 봉하마을 일원 농지 96.7ha에 걸쳐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하려다가 '유보'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김해시와 경남도는 의견을 수렴해 농림부에 제출한다.

봉하마을 들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뒤 '오리농법' 등으로 친환경생태농업을 해오고 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은 이곳에서 친환경쌀인 '봉하쌀'을 생산해 오고 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은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2016년 7월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2016년 7월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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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녘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되면 건물이 들어설 수 있어 개발이 가능하게 되고, 땅값이 상승하게 된다. 상당수 지주들은 '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해제 촉구 대책위'를 결성했다.

지주들은 지난 10일 김해시청 앞에서 '농업진흥지역 해제 보류'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었고, 일부 지주들은 14~15일 사이 논두렁에 잡초 제거를 위해 제초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농법인 봉하마을은 "친환경 인증기준을 위반한 봉하마을 친환경 인증대상 논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인증신청을 취소할 것이고, 계약을 고의로 위반하여 인증자격이 상실된 논에서 수확된 벼의 수매는 거부할 것"이라 밝혔다.

대학교수와 환경단체 전문가, 의견서 제출

이런 가운데, 환경전문가들은 '농업진흥지역 해제' 여부를 심의하는 경남도 농업농촌식품산업정책심의위원회에 의견서를 냈다. 대학교수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봉하마을 들녘이 친환경생태농업을 할 수 있도록 보전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봉하마을 들녘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인근에 있는 '화포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화포천에는 천연기념물 황새가 찾아오고 있어 보전이 필요한 곳이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정책실장은 "화포습지라는 천혜의 습지생태계와 연계되어 황새가 월동하는 봉하마을 농지의 가치는 매우 높다"며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그동안 10여년째 일구어온 친환경농업은 부동산 투기와 이로 인한 난개발로 일거에 무너질 것"이라 지적했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생명과학)는 "봉하마을은 지역민과 행정이 선도적으로 논생태계의 생태계 구성과 역할을 복원하여 자연성이 회복된 곳으로, 친환경농업 행위는 이미 국제적인 성과로 인식되고 있다"며 "어떠한 물리적 변형이나 화포천과 별개의 생물 서식공간으로 다루어질 경우 낙동강 중하류의 중요한 습지를 잃게 됨으로 통합적으로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대수 자연과사람들 책임연구원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나 요구의 수용 여부를 떠나 생태적 농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봉하마을의 농경지는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므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는 "이곳은 지역민의 힘과 10여년의 노력으로 습지와 논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한 곳"이라며 " 그결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친환경적인 논으로 지속해서 보존됨이 마땅하다"고 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자문위원은 "습지의 현명한 이용과 보전의 모범적 사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이 지역의 논습지는 낙동강 전체 습지의 생물다양성 보전은 물론, 한국의 습지와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련하여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 곳"이라며 "향후로도 이 지역이 그 기능과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업진흥지역으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생태논농업 생산단지"

영농법인 봉하마을도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농업진흥지역 보전을 요구했다. 영농법인은 "봉하마을 농지는 친환경 생태논농업 생산단지로서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 생태관광지로서 경남도민들의 공공자산"이라 했다.

영농법인은 "봉하마을 농지와 주변 화포천은 겨울철새들의 월동지로서 생물종다양성을 위한 생태축이고, 생태적 가치가 크다"며 "봉하마을 농지는 단순한 쌀생산단지 이상의 생물종다양성을 위한 생태적 가치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농촌일자리 창출도 거론했다. 영농법인은 "봉하마을 농지는 이미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집단화된 농지이고 2~3차 산업화와 농촌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는 농촌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적인 롤모델"이라 했다. 

또 영농법인은 "봉하마을 앞 농지는 대부분 경지정리가 되어있고 농업생산기반이 잘 정비되어 있는 집단화된 넓은 농지"라며 "봉하마을 농지가 당초 농업진흥지역 지정취지와 기준에 비추어 농업진흥지역으로 관리하기 부적합한 지역도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봉하마을 농지의 보존을 위해 농지법 제정목적과 기본이념에 부합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인 농지보전과 합리적 이용을 규제하고 조정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영농법인은 "지주분들에게 송구하지만 봉하마을 농지는 단순히 지주들의 재산권 제한과 침해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며 "봉하마을 농지는 이미 경남도는 물론 한국농어촌공사의 많은 예산이 투입된 역사문화유적지이고 친환경 생태농업, 체험관광지로서 경남도의 주요한 공공자산이고 보존가치가 훨씬 커졌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봉하마을 친환경 생태농업단지가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 생태논농업의 표상이 될 수 있도록, 농산물수입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점점 어려워져 가는 경남지역농업과 농민들에게 그나마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태그:#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농림축산식품부, #봉하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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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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