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참여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 이하로 낮추자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등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 향상 및 인터넷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이용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진 사회환경으로 인해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 각국도 종전 20~21세로 규정돼 있던 선거연령을 최근에는 18세로 낮추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기다렸다는 듯 야3당도 일제히 투표참여연령 인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내년 대선부터 18세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가 가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 19세' 선거연령 고집하는 대한민국2011년 기준으로 세계 232개국 가운데 92.7%인 215개국이 18세 이하를 선거연령 하한으로 정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뺀 나머지 32개국이 18세 이하였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도 20세에서 18세로 낮춰 이제는 우리나라만 남았다. 참고로 북한은 선거연령이 17세 이상이고 16세 이상인 나라는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학생의 정당 활동은 고사하고, 투표연령조차 OECD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만19세를 고집하고 있따. 국가인권위는 이미 2013년 국회에 "공직선거법을 비롯해 주민투표법, 지방자치법, 교육자치법 등에 규정된 선거권 연령의 하향을 검토하고 정당법의 가입권도 낮추는 것을 검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특히 "교육감 선거의 경우에도 교육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권 연령 기준을 하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의견 표명문에 함께 실었다. 인권위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다수의 청소년이 교육정책이나 학교운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현재는 이러한 사항을 관장하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청소년 당사자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된다면 선거과정에서부터 교육현장의 수요와 의사가 반영된 공약과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 가능 연령을 '18세 이상'이 아닌 그 아래로 더 낮춰 청소년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8세에 운전, 공무원, 입대도 가능한데, 투표는?"우리도 투표하고 싶다"며 한국청소년재단, 희망의우리학교, 반딧불이 등 청소년단체들이 중심인 '1618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는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선거연령인하운동을 펼쳐왔고, 선거연령 조정에 맞춰 피선거권 하향, 정당가입연령, 주민투표연령 조정 등을 위해 공직선거법, 정당법, 주민투표법, 국민투표법 등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로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작은 발걸음,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선언한다"는 기자회견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4·13 총선 전에도, '평등한 민주주의의 봄을 바라는 청소년 참정권 요구 750인 선언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학교 규칙조차 바꿔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인간형으로 자라는 것은 정치 참여 가능성이 봉쇄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으니까 정치인들조차 청소년들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윤혁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정치인들이 경로당은 자주 찾아가도 어린이집이나 청소년 관련 단체는 거의 찾지 않는다. 학생들이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투표 연령을 18세 이하로 낮추면, 정치인들이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소년도 시민이고 국민이다, 선거권연령하향은 청소년 기본권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더 나아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민 '희망의우리학교' 전 대표는 "병역법에서도 입대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에서도 8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 임용기준을 18세로 정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혼인적령(18세), 운전면허(18세), 주민등록증발급(17세), 유언 가능(17세) 등의 규정에 따라, 18세에만 되면 군 입대, 공무원 임용, 혼인,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데 선거권만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18세 국민들에게도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민주주의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은 19세가 되는 날 갑자기 형성되는 게 아니다, 지속적인 시민교육과 정치참여 등을 통해 축적되고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정치로부터 격리된 채 청소년기를 보내는 상황에서는 선거권이 주어진 이후에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이어질 수 있고, 미성년자의 정당가입을 불허하고 있는 우리와 다르게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각 당의 규정을 통해 당원 자격을 15세~18세로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관영·박주민 의원, 선거연령인하 개정안 대표발의한편, 20대 국회 들어 6월 17일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그리고 8월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선거연령을 만18세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박주민 의원의 개정안에는 교육감 선거권 연령 기준을 19세에서 16세로 하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관영 의원은 "OECD 국가 중 18세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선거연령 인하가 참민주주의 실현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고, 박주민 의원은 "현행법은 선거권 연령 기준을 19세로 규정하고 있어 19세 미만 청소년은 다양한 교육제도의 이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야3당은 당 차원에서 중앙선관위가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추진하는 것에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우리당은 선거연령 인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참정권 확대라는 민주주의의 정신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일찌감치 권고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청년미래부(본부장 배준호)는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넘어 참정권의 확대 차원에서 반드시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 그동안 청소년들은 교육 문제 등 청소년과 직접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무시돼왔다"며 "청소년의 정당 활동 보장이라는 제도적 전환을 통해 이들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으로 활동한 권정우 학생(대원외고3)은 "선관위의 개정 의견을 환영하지만 정치권은 더 넓은 목소리의 국민을 대변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학생들이 느끼는 헬조선 현상 등의 근본적 원인에는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소외감이 존재한다"고 토로한 뒤, "유럽을 본받아 선거권은 물론 정치 참여를 확대하면서 미래 세대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