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와 대학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고현철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1주기 추모식이 17일 오후 부산대에서 진행됐다. 고 교수의 동료 교수와 학생·교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은 대학 민주주의 수호라는 고 교수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고 교수의 바람처럼 직선제로 당선한 전호환 총장은 "고 교수의 고귀한 희생과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구성원 모두가 뭉쳐 하나를 이룰 수 있었다"며 "고 교수님이 원하던 올곧고 참다운 대학으로 부산대를 반드시 세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고 사랑받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유족은 대학 민주주의 실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고 교수의 부인 소경애씨는 "많은 분들이 고인을 기억해주시고, 함께 모여 그 뜻을 기려 주시니 우리 가족들도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면서 "고인의 뜻이었던 대학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를 위해 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료 교수들은 고 교수의 뜻을 받들어 대학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전병학 부산대 교수회장은 "온전한 대학의 자율을 쟁취해내는 것이야말로 고 교수님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미래"라면서 "부산대 구성원뿐 아니라 모든 대학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대학 자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흥식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도 "고현철 교수님의 희생을 기리며 우리의 무뎌짐을 거듭 반성한다"면서 "교수님께서 갈망하신 명실상부한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과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매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식을 마련한 고현철 교수 추모사업회는 부산대 학내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조형물은 학내 민주주의를 염원한 고 교수의 뜻을 담아 불꽃 모양의 새싹을 본떠 만들었다.
또 고 교수의 연구실에서 소장하던 3000여권을 책으로 고현철 교수 문고를 만들어 부산대 제1도서관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조강희 추모사업회장은 "고인이 남긴 슬픔과 분노를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함께해 나가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라며 "1주기 추모식이 고인의 대학 자율화에 대한 숭고한 뜻을 받들고 기리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