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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태머리찜입니다.
동태머리찜입니다. ⓒ 임현철

"술 한 잔 해요."

후배, 퇴근길에 툭 던지고 갑니다. 누군가 찾아주는 거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적당한 때를 기다립니다. 뭘 먹어야 할까. 즐거운 고민입니다. 그도 고민했나 봅니다. 그에게 장소 선택권을 맡겼습니다.

"저는 시장 통에서 자주 먹는데, 시장 괜찮아요?"
"환영이네."
"동태 대가리 찜, 요런 것도 먹어요?"
"기회가 없어 못 먹네."

어두육미(魚頭肉尾). 생선은 대가리 발라먹는 맛이 기차지요. 사실 동태 머리 찜과 대구 머리 찜 요런 거 좋아합니다. 그런데 접할 기회가 통 없대요. 그래, 더 땡겼습니다. 머릿속은 벌써 저만치 앞서 맛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찾은 곳은 여수 재래시장인 신기시장 통에 있는 선술집 '추억꺼리'입니다.

장어구이 집 옆에 동태머리찜 집이 있을 줄이야!

 배명국 후배와 동태머리찜을 두고 앉았습니다. 인생 이야기가 술술 나왔지요.
배명국 후배와 동태머리찜을 두고 앉았습니다. 인생 이야기가 술술 나왔지요. ⓒ 임현철

신기 시장에 종종 들립니다. 지인들과 신기맛집 장어구이 먹으러 다녔지요. 저는 장어를 먹지 않아 영 아니었습니다. 허나 어쩌겠어요. 성님들 입맛에 꼭 맞는 장어라 꼼짝없이 동행하는 수밖에. 그래 깨작깨작 장어 이외의 안주거리를 챙겨먹긴 한데도 먹지 않은 것처럼 밀려드는 배속의 헛헛함이란…. 근데,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맛있는 거만 드실 텐데, 동태 대가리 찜 먹자 한 거 아니에요?"
"좋아하는데 통 먹자는 사람이 없어서. 오랜만에 먹게 돼 고마우이."

이 집은 배명국씨가 10여 년 동안 다녔던 단골집입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이 집 맛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나 봅니다. 줄그장창 다닌 걸로 봐선 동태 머리 찜 마니아랄 수밖에. 단골 삼은 이유는 "동태 머리 살이 많고, 양념 맛이 특히 쥑인다"고 소개합니다. 게다가 "밑반찬도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거 같다"고 덧붙입니다.

"2014년에는 대 20000원 중 1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소 12000원, 대 20000원으로 바뀌었어요."

별 걸 다 기억합니다. 역시 단골은 단골입니다. 3만원이면 푸지게 먹고 남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소주 한 잔 하기 편하다고 한 달에 두 번 꼴로 다녔다니 알 만합니다. 입가심 하러 들렀던 호프집 여사장, 동태 머리 찜 먹었다고 했더니 바로 '추억꺼리' 이름이 툭 튀어 나옵니다. 중년 여성 손님이 더 많다더니 이렇게 확인됩니다.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한 '동태 머리 찜'

 동태머리찜 한상차림입니다.
동태머리찜 한상차림입니다. ⓒ 임현철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김무침, 양념장, 오이무침, 무 물김치, 호박잎쌈, 고구마대나물, 녹두ㆍ청각무침, 호박무침 등. 후배 말대로 집에서 먹던 맛입니다. 특이한 것은 호박잎쌈입니다. 요즘 보기 힘든 호박잎쌈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옵니다. 어릴 적, 호박잎을 따 찐 후 밥을 고봉으로 올려 된장에 싸 입 터지도록 우걱우걱 먹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동태 머리 찜이 나오기 전 호박잎에 양념장 올려 한 입 맛보았습니다. 쌉쓰르한 호박 향이 입맛을 살아나게 합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오진 맛입니다. 양념장을 맛봅니다. 어머니 손맛입니다. 대충 꼽아 본 양념장 기본양념은 간장, 고춧가루, 마늘, 파, 물엿 등입니다. 여기에 생선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 등을 썼을 테고.

 호박잎쌈입니다.
호박잎쌈입니다. ⓒ 임현철

"드셔 보세요."

동태 머리 찜이 나왔습니다.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합니다. 일단 눈으로 먹는 맛은 수북하게 쌓인 게 푸짐합니다. 씹히는 맛이 좋아야 하는데, 싶습니다. 동태 대가리를 손으로 잡고 한 입 베어 뭅니다. 의외로 살이 토실토실하니 많습니다. 어라~. 쫀득쫀득합니다. 씹히는 맛이 일품인 코다리 찜과 비슷합니다. 요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양념 맛도 입에 척척 감깁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동태 머리 찜 생각이 스멀스멀 납니다. 맛까지 확연하게 기억납니다. 이 정도면 꽂힌 겁니다. 집에서 해먹자니 시간과 요리 정성이 낭비 같습니다. 또한 맛집에 가서 먹는 게 예의지요. 그럼에도 불구, 직접 요리를 원하신다면 동태 머리만 찌는 것보다 양념장을 얹은 후 찌는 게 좋습니다. 찐 후 한 번 더 양념장을 발라드시면 좋답니다.

 동태머리찜, 살이 제법 많더군요.
동태머리찜, 살이 제법 많더군요.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호박잎쌈#동태머리찜#배명국#여수맛집#추억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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