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심 순환선인 야마노테센(山手線) 오오츠카역(大冢駅) 주택가는 도심의 화려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서는 곳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도시마쿠 스가모(豊島区 巣鴨) 주택가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으로 이곳은 비좁은 골목과 낡은 주택들이 즐비하여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렇다고 낡은 주택 골목이라고해서 무질서한 곳은 아니다.
낡고 비좁지만 그 나름의 질서가 공존하는 곳이 도쿄 주택가 골목의 모습들이다. 주택가의 모습만 그런 게 아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을 느낄 수 있는 도쿄의 명물이 있는데 바로 땡땡전차 (일본말로 친친덴샤 'ちんちん電車')를 들 수 있다. '친친' 이란 전차운전사가 땡땡(친친)하고 벨을 울려 붙은 이름이다.
이제는 퇴역해도 좋을만한 1량짜리 전차는 그러나 이용객이 많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심의 전철이 지나가지 않는 곳을 공략하고 있는 도쿄의 명물 땡땡전차는 달랑 1량짜리로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리며 정식이름은 토덴아라카와센(都電荒川線)이다. 출발역인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시바시까지는 모두 30개역으로 전차 값은 170엔이다.
일본에는 도쿄의 이런 땡땡전차(노면전차, 路面電車)가 여전히 현역으로 달리고 있는 곳이 있는데 홋카이도와 가마쿠라 그리고 교토의 고류지(廣隆寺) 따위에서 1량짜리 전차를 만날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추억의 낭만 전차'일 수 있겠지만 도쿄의 땡땡전차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발이 되고 있는 엄연한 교통수단이다.
오오츠카역에서 스가모역 쪽으로 제법 언덕진 낡고 비좁은 주택가를 걸어 올라가면 스가모재래시장이 나온다. 재래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정식이름은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巣鴨地蔵通商店街)이다. 이곳은 이십여 년 전만해도 재래시장 느낌이 물씬 풍기던 곳으로 필자는 도쿄에 올 때마다 들러보고 있는데 눈에 띄게 현대화되어가고 있다.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에는 지장보살의 가피로 이름난 고간지(高岩寺)가 시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절 안으로 들어가면 성관음상(聖観音像, 일명 씻어드리는 관음상)이 유명하다. 누구든 자신의 아픈 부분을 성관음상의 해당부분에 의지하여 물로 닦아주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어 참배객이 많을 때는 1시간 이상 긴 줄을 서야하지만 어제는 도쿄의 찌는 듯한 날씨 탓인지 성관음상 앞에는 몇 사람만 보였다.
도쿄에서 보고 즐길만한 곳이 어디냐는 질문을 한다면, 1량짜리 땡땡열차를 타보고 스가모상점가를 둘러본 뒤 상점가 뒤편의 낡은 주택가를 걸어보라고 하고 싶다. 관광가이드 책에는 크게 소개하지 않는 곳이지만 도쿄의 뒷골목을 맛볼 수 있는 그 나름의 정서가 있는 곳이기에 권해본다.
*찾아가는 곳 : 스가모상점가를 찾아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JR山手線(JR 야마노테센)을 타고 巣鴨駅(스가모에키)에서 내려 正面口(쇼멘구치)에서 5분 거리. 지리를 약간 아는 사람이라면 오오츠카역(大冢駅)에서 내려 스가모역을 향해 주택가를 가로지르거나, 땡땡전차(토덴 '都電')를 타고 코신즈카역(庚申塚駅)에서 스가모상점가로 가는 방법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