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오전 성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산포대 대신 제3의 후보지를 검토해줄 것을 국방부에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사드를 반대하는 군민들이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무효라면서 계속해서 촛불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김 군수는 이날 대강당에서 공무원과 일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고퇴에 찬 결단을 내리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라며 "지난 7월 13일 적법한 행정절차를 무시한 국방부의 일방적인 '성산포대 사드배치' 결정으로 평화롭던 우리 군민들의 일상은 피폐해졌고 지역경제는 반 토막이 나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군수는 "하지만 더 이상 극단으로 치닫는, 대안 없는 반대는 사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라며 "국가의 안보에 반하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우리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며 만약 원안대로 추진되면 '상산포대 사드배치'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산은 가야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성주의 심장이며 성주의 상징"이라면서 "성산포대 사드 배치 겨정은 기필코 철회돼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대신 제3의 장소를 결정해 달라'고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요구했다.
김 군수는 한민구 장관에게 "지난 4일 대통령께서 사드부대 이전 검토를 말씀해 주셨고 8월 17일 성주방문 시 장관께서도 직접 '제3의 장소' 검토 수용 의사를 밝혔다"라며 "8월 18일 군민간담회를 시작으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의 군민들이 꼭 배치를 해야 한다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으니 국방부에서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또 군민들에게 "저는 지금 우리 5만 군민의 생존권을 결정해야만 하는 외로운 길 위에 서 있다"라며 "성산포대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추진해 하루빨리 황폐화된 우리 성주군의 군정을 원상복구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제3후보지' 찬성하는 투쟁위원만 기자회견 참석
이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주군민들의 우국충정을 대통령께서 알아달라"면서 지원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성주투쟁위가 제3지역 배치를 정부에서 검토하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감사드린다"라며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신규 후보지 물색에 국방부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에 앞서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도 김 군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제3후보지를 요청하려 했으나 일부 투쟁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이들의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하지만 제3후보지를 찬성하는 투쟁위원들은 김 군수의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말리려던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이 강당에서 공무원들에 의해 몸이 들려 나오기도 했다. 투쟁위원이기도 한 이재동 회장은 "군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는 기자회견은 무효"라면서 "어제(21일) 투쟁위가 재논의를 하기로 한 만큼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통해 제3후보지를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항의했다.
기자회견 후 강당에 몰려든 주민들 "기자회견 무효"
결국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강당으로 몰려든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군수 등이 빠져나간 후 강당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군수가 군민의 뜻에 반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무효"라며 "군민들의 뜻을 모아 투쟁위를 견인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또 매일 밤 열리는 촛불집회를 강화하고 투쟁위원들도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대표들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투쟁위의 대부분이 군의원과 단체장들로 구성돼 있어 정부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김 군수가 기자회견을 열기 전 주민들이 몰려들었으나 군청직원들이 군수실을 비롯해 각층과 대강당 문을 봉쇄했다. 경찰도 군청 현관 입구 등을 봉쇄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군청으로 들어오려는 주민들을 경찰이 막는 도중에 한 주민이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넘어졌다가 군청 밖으로 나온 주민은 "경찰이 넘어지니까 발로 밟고 강제로 끌어냈다"며 "주민들의 뜻에 반하는 짓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라고 울부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