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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데,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공장을 내 손으로 돌리고 싶은데, 일하지 말라네, 공장으로 돌아오지 말라네, 공장을 우리 손으로 돌리지 말라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지나온 내 삶을 잇고, 공장의 숨결을 이어서, 돌아가야 한다, 제발 제발, 사람 죽이는 해고를 끝내라, 일본은 어디 있느냐, 산켄전기는 어디 있느냐, 이놈들아."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노동자가 쓴 글이다. 22일 '한국산연 정리해고 반대 경남대책위'는 '한국산연 노동자 살리는 희망대행진'을 연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지역민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산연은 일본 자본인 산켄전기(Sanken Electric Co. Ltd)가 100% 출자해, 1973년 전기기계기구의 제조와 판매를 사업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이 정리해고 방침으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주한일본대사관 등에 탄원엽서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이 정리해고 방침으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주한일본대사관 등에 탄원엽서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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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안에 있는 한국산연.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안에 있는 한국산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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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한국산연 공장은 지난해 7월 29일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고, 회사는 8월부터 인근에 있는 KTT 공장을 임대해 사용해 오고 있다.

사측은 '경영 적자' 등의 이유로 한국산연지회의 '체육대회 경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각종 지원을 중단했다. 갈등이 계속돼 오다, 사측은 올해 1월 노측에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관련 협의'를 요청했다.

사측은 올해 2월 희망퇴직 공고를 냈고, 지금까지 생산직 34명과 사무직 12명이 회사를 떠났다. 사측은 지난 3월, 영업부문 유지와 생산부문 외주화를 선언했다.

한국산연은 생산은 하지 않고 영업 전문회사로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9월 30일자 '생산사업부 폐지'와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이렇게 되면 남아 있는 생산직 노동자 35명은 이날부터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에 정리해고를 앞둔 노동자들은 계속 투쟁하고 있다.

한국산연지회는 그동안 일본 원정 투쟁을 비롯해, 일본 영사관(부산)과 대사관(서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창원시와 국회의원들도 나섰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한국산연의 사례를 들며 "외국투자기업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규제할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건의서를 청와대, 국회,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한테 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노회찬(정의당), 김종훈(무소속) 국회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다. 두 국회의원은 산켄전기와 한국산연, 주한일본대사관 등에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산연 사태는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산연은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9월 30일 정리해고 결정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 노동, 시민단체와 야당 등으로 구성된 '한국산연 정리해고 반대 경남대책위'는 오는 9월 2일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 앞에서 '한국산연 정리해고 막아내는 희망버스' 행사를 연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집회를 연 뒤, 마산 오동동까지 거리행진한다.

대책위는 "한국산연이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영업기지로 만들고 하나의 물류창고로 만들겠다고 하는, 어이없는 상태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며 "한국산연이 단체협약을 준수하고 정리해고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투쟁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한국산연, #산켄전기, #마산자유무역지역, #노회찬,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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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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